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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현혹하는 테마들[핀플루언서가 뭐길래①]

등록 2023.09.16 07:00:00수정 2023.09.19 14: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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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현혹하는 테마들[핀플루언서가 뭐길래①]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최근 증시에서 각종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주식 한탕주의'를 쫓는 개미투자자들이 핀플루언서 주위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코인 가격 폭등과 폭락을 경험한  MZ세대가 주식시장으로 몰려들면서 개미들을 조종하는 핀플루언서들의 입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핀플루언서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금융 관련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금융이라는 의미의 파이낸스(Finance)와 영향력자를 의미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가 결합된 단어다. 기존의 금융기관이나 전문가들이 아니라, 금융 시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 출신의 유명 투자자들을 말한다.

올해 들어 증시가 테마주 하나에 오르락 내리락하는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유명세를 자랑하며 등장한 핀플루언서들의 행동은 더 과감해졌다. 핀플루언서가 찍어주는 테마주가 급등세를 보이기라도 하면, 개미들은 있는 돈에 없는 돈까지 끌어모아 지갑을 활짝 연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증시 개인 투자자는 502만명에서 1424만명으로 3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지난 7월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27조원까지 치솟았지만, 주도주가 아닌 이차전지·초전도체·맥신 등 일부 테마주에 자금이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내 주식 투자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20조 4911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올해 초 16조원대와 비교하면 무려 4조원 넘게 급증한 수치다.

핀플루언서 중에선 대표적으로 유튜브에서 '밧데리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으며 투자자들에게 지지를 받은 박순혁 씨를 꼽을 수 있다. 그는 금양의 홍보이사로 근무하다가 몇 달 전 회사를 떠났다.

그는 지난해부터 2차전지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종목을 추천해 유튜브에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으나, 그가 추천했던 금양의 정보가 공시위반에 해당된다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회사는 물론 유튜브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박 씨는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튜브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홀딩스 등 국내 2차전지 관련주를 추천했는데, 해당 종목들이 급등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명성을 얻었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2월에는 'K배터리 레볼루션'이라는 책까지 냈다.

현재 주식시장엔 밧데리 아저씨뿐 아니라 수 많은 핀플루언서가 전문가를 자칭하며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올해 발생한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5개 상장사가 별다른 이슈 없이 무더기 하한가로 직행는 사태도 핀플루언서들이 운영하는 '주식투자 카페'와 '리딩방'이 화근이 됐다.

A씨의 경우 본인이 운영하는 주식카페에 5개 종목에 대해 200여개가 넘는 분석 글을 올리며 회원들에게 추천했었다. 그러다가 주가가 폭락한 당일 돌연 활동을 중단했다. 강씨는 과거 주가조작을 벌여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받은 바 있다.

이런 카페를 악용하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예를 들면 리딩방을 운영하는 리더는 특정 종목이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글을 끊임 없이 올린다. 실시간으로 특정 종목과 매수 목표가를 개인 투자자에게 추천하며 매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유튜브나 카카오톡, 텔레그램, 카페 등을 통해 회원을 모집한 뒤 자신이 차명계좌로 선매수해 놓은 종목을 급등종목으로 소개해 매수세를 유인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럴 경우 해당 종목의 가격이 오르면 리더는 보유주식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얻지만, 리더의 추천에 따라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손실에 대한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도 없다.

리딩방이 활개를 치면서 소비자 피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리딩방 민원은 1744건으로 전년보다 53.3% 급증했다. 

핀플루언서를 추종하며 테마주에 올인하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급기야, 자신이 보유한 종목을 부정 평가한 전문가를 협박하거나 증권사를 불매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최근엔 이차전지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이 나는 상품이 출시되자, 개미들 사이에서 관련 증권사 계좌를 해지해버리는 운동이 번지기도 했다.

이들 투자자는 "이런 상품은 국가 미래 산업 주가 하락에 돈을 거는 매국 상품"이라며 "증권뿐 아니라 계열 은행과 보험까지 모든 계좌를 해지하는 폭탄을 던져야 한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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