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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독점 송배전망, '해상'부터 민간 투자의 길 열리나

등록 2023.11.30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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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참여로 서해안 HVDC 등 신사업 속도나나

민간에서 송배전망 건설하고 한전에 '기부채납'

[울산=뉴시스] 영국 도거뱅크 해상풍력 발전단지.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영국 도거뱅크 해상풍력 발전단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정부가 해상 송배전망 구축에 민간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해상풍력을 비롯해 서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구축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해 민간 투자가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해 왔던 전력망 사업이 해상 부분을 시작으로 차츰 개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30일 조달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7일 '해상 그리드 구축 촉진을 위한 민관협력방안 기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서해안-수도권 송전선로 본격 추진에 앞서 해상 송배전망 구축에 민간 투자를 끌어올 방식을 모색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도로,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SOC) 설치를 위해 많이 활용되고 있는 '민관협력' 방식을 해상풍력과 연계된 해상 송배전망 구축에 적용하려고 한다.

또 독일, 일본의 법 제도를 조사해 해상 송배전망의 설치와 관련된 절차 규정이나 의견수렴 과정 등을 살펴본다.

송변전 사업자, 해상풍력발전 업계, 해상 그리드 기자재 업계, 학계, 연구계 등 전문가 자문단 의견을 수렴해 민관협력 방안도 찾을 방침이다.

정부가 송배전망에 대해 민간에 문 연 배경에는 전기사업법상 유일한 전기 송배전망 사업자인 한전이 투자할 여력이 바닥난 데 있다. 송배전망 인프라 사업에 민간 참여는 불가능한데, 한전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뾰족한 수가 없어진 것이다.

국내 전력 산업에서 당장 시급한 과제는 송전선로 부족으로 발생하는 계통 불안정성이다.

한마디로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원전이 집중돼 넘쳐나는 호남 지역의 전기를, 데이터센터가 밀집해 전력 수요가 큰 수도권으로 보내는 문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부는 지난 5월 서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HVDC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역간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송배전망 건설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누적 적자만 47조원에 달하는 한전이 어마어마한 전력 인프라 사업에 비용을 지불하는 건 현재로선 쉽지 않다.

한전 독점 송배전망, '해상'부터 민간 투자의 길 열리나

산업부는 서해안~수도권 HVDC 건설에 대해 민간 투자를 일부 받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송배전 사업은 한전만 할 수 있기에 민간에서 시설을 건설하고 한전에 넘기는 기부채납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민간 사업자가 송배전 시설을 짓고 소유권을 한전에 넘기는 방식(BOT), 민간 사업자가 건설하고 소유권을 일정 기간 갖고 있다가 한전에 넘기는 방식(BTO), 민간 사업자가 건설해 운영권을 갖고 한전에 임대해주는 방식(BTL) 등이 거론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이 구축했을 때보다 민간에서 더 빠르게 마련할 수 있다면 사회 전체적인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며 "신산업에 대해 정부가 새로운 사업 무대를 마련할 수 있다면 신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고 해외 수출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송배전망 확충이 시급한 만큼 특별법이 마련돼 발의된 바 있다.

앞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에는 전력망 적기 구축을 위한 지원 방안 등이 담겼다. 법안은 지난 29일 법안소위에 올랐으나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결론 내려지며 사실상 이번 국회에선 폐기됐다.

정부가 해상 송배전망을 시작으로 민간 투자에 대한 물꼬를 튼 만큼 업계에서도 기대감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계통망 연계는 모든 발전사업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민간이 함께 참여하며 계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투자에도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LS전선 직원들이 500kV HVDC 케이블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LS전선 직원들이 500kV HVDC 케이블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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