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김기현 사퇴론' 갑론을박…"좀비정당 됐다" "내부총질 황당"(종합)

하태경·서병수 등 김기현 사퇴 촉구에

"도 넘어…지도부 흔들기, 필패 지름길"

불출마 혁신안 내일 최고위 보고 예정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불출마' 희생 혁신안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조기 종료한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기현 책임론'이 분출하면서 당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 일부 비주류 의원들이 "혁신위는 지도부의 시간벌기용 꼼수"라며 김기현 대표 사퇴 등을 촉구하자, 다른 의원들이 "내부 총질이 황당하다"며 반발하는 등 잡음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10일 복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구 초선인 김승수 의원은 이날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일부 중진 의원을 겨냥해 "도를 넘는 내부 총질에 황당한 따름"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진 의원이 소속 정당을 '좀비 정당'으로 폄훼하고, 위기 타개를 위한 지도부의 고심을 '꼼수'라고 매도하는데 어떻게 우리 당 지지층을 설득하고, 중도층에게 국민의힘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큰 전투를 목전에 둔 지금은 총구는 적에게 돌리고, 당의 지혜를 모으고 지도부를 믿고 굳건하게 단합해서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김 의원의 발언은 '쇄신 대상 1순위는 김기현 대표'라고 지적한 하태경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3선 중진인 하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김 대표의 제1과제는 윤석열 정부를 총선 과반 승리로 안정화하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김기현 체제로는 불가능하다"며 김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김 대표는 강서구 보궐선거 직후 사퇴했어야 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빼고 아랫사람만 사퇴시켰다"며 "이때부터 우리 당은 좀비 정당이 됐다. 낭떠러지로 향한 질주 제일 앞에 김 대표가 있다"고 했다.

김기현 지도부의 공천관리위원회 조기 출범 검토에는 "혁신위 시즌2 꼼수"라며 "또 꼼수에 당해서는 안 된다. 혁신 공천안이 올라와도 김 대표가 최고위원회에서 뒤집으면 그만"이라고 주장했다.

혁신위 조기 종료로 제기된 '김기현 사퇴론'에 당내 갈등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5선 중진인 서병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모양 이 꼴로 계속 간다면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필패하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김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서 의원은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단호하게 바로잡겠다는 그런 결기가 김 대표 당신에게 있냐고 묻지 않았던가"라며 "당 지도부는 혁신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만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요한 혁신위의 실패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는 전조"라며 "국민의힘 패배는 윤석열 정부 실패의 전주곡"이라고 전망했다.

당내 한 중진 의원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강서 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내년 선거에 이기기 위한 혁신을 해야 하는데, 인요한 위원장이나 김기현 지도부나 단기 개혁 방향조차 모르는 인사들이 벌집 쑤시듯 쑤셔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관위 조기 출범으로 문제를 덮어버리면 또 하나의 문제를 안고 가는 것"이라며 "원칙도 없이 경선 기회를 박탈하면 탈당이 이어지고 국민의힘이 백전백패할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3.12.08. [email protected]

반면 친윤계 3선 중진인 박대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합리적으로 강력한 대안 없이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필패의 지름길"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 대표 사퇴론을 비판했다.

그는 "집권 여당이 야당을 압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라며 "선거는 전쟁이다. 총구는 적을 겨냥해야 한다. 적의 전력을 분산시키고, 아군 전력은 집중시킬 때 승전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요된 희생'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며 "한나라당 이후 12번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있었지만, 그중에 총선을 치른 비대위는 '박근혜 비대위'가 유일하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총선이 겨우 4달 남았다. 단결이 혁신이고 전진이 혁신"이라며 "빅텐트로 이겨야 한다. 찢어진 텐트는 비가 샌다"고 단합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한 초선 의원도 뉴시스에 "일부 중진 의원들이 (김 대표의) 희생을 이야기하면 본인도 희생해야 할 것 아닌가"라며 지도부 비대위론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당 대표가 지금 사퇴한다고 해도 한 달쯤 뒤에는 다 잊힐 것"이라며 "본인들이 (희생할) 생각이 없으면서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건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 추진 및 검사 탄핵안 발의 등 대치 정국을 고려할 때 비대위로 전환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다.

다만 당 안팎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며 지도부를 압박하는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도 비상대책위원회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혁신위는 오는 11일 열리는 당 최고위원회의에 당 지도부·중진·친윤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최종 혁신안을 지도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불출마 혁신안을 공관위에 넘기겠다고 밝힌 지도부가 진전된 응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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