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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원 인상 뿐" 연세대 노동자들 다시 투쟁 나선 이유는

등록 2024.03.03 06:00:00수정 2024.03.03 07: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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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이 건 '수업권 침해' 손배소 1심 기각

"학생에 미안하지만 생계…소송 원망 안 해"

노조 570원↑, 사측 50원↑…실임금 삭감 꼴

"하청은 연세대 핑계…노란봉투법 됐더라면"

[서울=뉴시스] 여동준 기자 =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오는 4일부터 학내 집회에 나선다. 지난 2022년 학내 집회로 수업권을 침해했다며 연세대생으로부터 형사고소당하고 민사재판까지 치러야 했던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을 결심한 건 사측이 제시한 시급 50원 인상안 때문이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연세대 청소노동자. 2024.03.03. yeodj@newsis.com

[서울=뉴시스] 여동준 기자 =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오는 4일부터 학내 집회에 나선다.

지난 2022년 학내 집회로 수업권을 침해했다며 연세대생으로부터 형사고소당하고 민사재판까지 치러야 했던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을 결심한 건 사측이 제시한 시급 50원 인상안 때문이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연세대 청소노동자. 2024.03.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여동준 기자 = 연세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오는 4일부터 학내 집회에 나선다.

앞서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지난 2022년 학내 집회를 했다가 재학생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2년간 재판 끝에 최근 1심에서 원고 패소로 겨우 한시름을 덜었다.

그럼에도 개강 시즌 다시 투쟁을 결심한 수밖에 없었던 건 자신들을 고용한 용역업체의 임금 협상안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시급 440원 인상을 요구한 노동자들에게 사측이 제시한 인상액은 50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문유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장은 "시급 50원 인상이라니, 세뱃돈도 그렇게 주면 욕 먹는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2년만에 다시금 투쟁에 돌입하는 사정을 들어봤다.

재학생이 건 '수업권 침해' 손해배상 1심 기각

서울서부지법 민사36단독 주한길 판사는 지난달 6일 연세대 재학생 이모(25)씨가 청소·경비 노동자 김모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628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이씨가 부담하라고 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소속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지난 2022년 3월 시급 440원 인상안과 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점심시간을 쪼개 학내 집회를 열었다.

이에 연세대생인 이씨는 학내 집회로 수업권이 침해받았다며 청소·경비노동자들을 형사 고소하고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했으나 법원은 수업권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이씨가 항소해 사건은 2심으로 넘어가게 됐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난 2022년 7월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출입문 앞에 청소·경비노동자 투쟁과 관련, '연세대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를 향한 학생 3인의 고소에 부쳐,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학교 당국이다' 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22.07.0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난 2022년 7월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출입문 앞에 청소·경비노동자 투쟁과 관련, '연세대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를 향한 학생 3인의 고소에 부쳐,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학교 당국이다' 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22.07.07. [email protected]



"학생에 미안하지만 생계 문제…소송 원망 안 해"

겨울비가 내리던 지난달 21일 연세대분회 노조 사무실 한 켠에는 곰팡이가 피어 타일을 들어낸 바닥과 천장에서 새는 비를 받기 위한 물통이 있었다.

문 분회장 등 노조 관계자들은 당시를 떠올리며 학생들에게 미안했다고 입을 모았다.

문 분회장은 "학생들이 없으면 우리가 여기서 일할 수 없으니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집회했는데, 불편한 점은 있었을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우리도 생계권이 달려있고 모두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민사소송에서 패한 뒤 항소장을 제출한 이씨에 대해서도 "원망하지 않는다"며 "억울한 점이 있으니 항소했을 텐데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당시에 임금협상이 결렬돼 쟁의권을 얻은 정당한 투쟁이었다. 65㏈(데시벨)보다 크게 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해서 그 규칙을 지켜가면서 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여동준 기자 = 겨울비가 내리던 2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사무실 한 켠에는 곰팡이가 피어 타일을 들어낸 바닥과 천장에서 새는 비를 받기 위한 물통이 있었다. 2024.02.21. yeodj@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여동준 기자 = 겨울비가 내리던 2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사무실 한 켠에는 곰팡이가 피어 타일을 들어낸 바닥과 천장에서 새는 비를 받기 위한 물통이 있었다. 2024.02.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570원 인상 요구에 고작 50원…실질임금 삭감 수준

연세대분회는 개강에 맞춰 오는 4일부터 다시금 학내 집회에 돌입한다. 연세대 학생회관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몸자보를 활용한 피케팅 등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 측은 용역업체에 ▲시급 인상(1만190원→1만760원) ▲식대 인상(월 12만원→14만원) ▲명절 상여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용역업체 측은 5차 교섭까지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다가 6차 교섭에서야 시급 5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용역업체 측 제안에서 식대 인상안과 명절 상여금 인상안은 아예 제외됐다.

노조 측이 용역업체에 제안한 시급 570원 인상안은커녕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인 240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안이었다.

월급으로는 1만450원, 연봉으로는 12만5400원인 용역업체 측의 인상안을 수용하게 되면 치솟는 물가에 비춰볼 때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문 분회장은 "우리는 시청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직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요구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끝내 이들은 지난달 20일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을 받기로 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 노조(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사무실로 김현옥 연세대분회장이 들어가고 있다. 노천극장 남자화장실 앞 창고에 마련된 노조 사무실은 2008년 노조 출범 당시 연세대 학생들이 며칠간 점거 투쟁해 얻은 곳이다. 2022.07.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 노조(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사무실로 김현옥 연세대분회장이 들어가고 있다. 노천극장 남자화장실 앞 창고에 마련된 노조 사무실은 2008년 노조 출범 당시 연세대 학생들이 며칠간 점거 투쟁해 얻은 곳이다. 2022.07.13. [email protected]



"용역업체는 연세대 핑계만…노란봉투법 통과됐다면"

노조 측은 용역업체가 연세대 탓을 하며 협상에 제대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분회장은 "하청인 용역업체는 원청인 학교가 대답을 안 해준다면서 5차 교섭까지 협상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며 "6차 교섭에서도 협상안을 들고 오지 않았고 즉시 논의하라고 별도로 시간을 주자 제시한 것이 50원 인상안"이라고 말했다.

또 "업체는 하청인 본인들은 아무 힘이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원청인 연세대의 경우에는 호봉제로 연봉이 자동 인상되다 보니 매년 임금협상을 통해서만 임금을 올릴 수 있는 우리의 사정에 관심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끝내 불발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밝혔다.

문 분회장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됐다면 원청인 연세대와 제대로 협상할 수 있었을 텐데 거부권이 행사돼 하청인 용역업체와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용역업체 측은 "최근 연세대 총장이 바뀌었고 직원들도 새로 인사가 나서 연세대 측의 입장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50원 인상안은 용역업체 선에서 가능한 부분이고 연세대 측과 논의해 적절한 협상안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명절 상여금 인상안을 제외해도 노조 측의 시급과 식대 인상안을 그대로 수용하기엔 그 폭이 너무 큰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연세대 측은 "임금 협상은 연세대가 아닌 노조와 용역업체 측이 진행하는 것"이라며 "연세대가 개입돼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용역 업체 측에서 시간 끌기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된다"고 거리를 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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