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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을 인류 식민지로 만들겠다" 일론 머스크의 꿈, 망상일까[사이언스 PICK]

등록 2024.03.16 09:00:00수정 2024.03.16 09: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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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2016년 '화성 식민지화' 계획 발표…2050년 '화성 도시' 건설 목표

식민지 계획 8년 만에 '스타십' 걸음마…우주공간 지구궤도 비행 첫 성공

[보카치카=AP/뉴시스] 14일 오전 8시25분(한국시각 오후 10시25분)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스타베이스에서 스페이스X의 인류 최대 규모 로켓 '스타십'이 발사되고 있다. '스타십'은 지구 재진입 과정에서 분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 등에 따르면 스타십은 발사 이후 약 48분 시점까지 임무 궤도를 비행했으나 이후 인도양 착수를 위해 지구로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연결이 두절됐다. 2024.03.15.

[보카치카=AP/뉴시스] 14일 오전 8시25분(한국시각 오후 10시25분)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스타베이스에서 스페이스X의 인류 최대 규모 로켓 '스타십'이 발사되고 있다.  '스타십'은 지구 재진입 과정에서 분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 등에 따르면 스타십은 발사 이후 약 48분 시점까지 임무 궤도를 비행했으나 이후 인도양 착수를 위해 지구로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연결이 두절됐다. 2024.03.15.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운 좋게 일이 잘 풀리면 10년 안, 혹은 더 빠르게 인간이 화성에 착륙하게 될 것입니다."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지난 2016년 화성에 사람이 거주 가능한 도시를 건설해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식민지화 계획을 발표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종적으로 2050년에는 100만명을 화성에 이주시킨다는 계획이다. 화성의 식민지화를 시작으로 인류의 '다행성 종족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언론은 그의 주장에 기대보다는 황당무계하다고 봤다. 머스크를 21세기 돈키호테로 비유하는 곳들도 있었다.

과연 일론 머스크의 주장은 허황된 꿈일까. 아직까지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선언적 메시지인 것은 맞다. 그러나 머스크의 이같은 야망은 그가 설립한 스페이스X를 통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는 20여년간 재활용 로켓과 초거대 로켓·우주여행선 사업을 통해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에 새로운 족적들을 남기는 중이다. 14일(현지시각) 진행된 인류 최대 로켓 우주선 '스타십' 발사도 새로운 이정표다. 

스타십은 지난해 2차례의 걸친 시험 비행에서 불과 4분, 8분 만에 기체가 폭발하고 화염에 휩싸이는 등 실패를 겪은 바 있다. 심우주 탐사선이라는 꿈을 내걸었음에도 우주 공간에 진입하지도 못한 채 자폭하는 결과를 낳았다.
20일 오전 8시33분(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 우주발사대에서 발사된 '스타십' 우주선. 스타십은 이륙한 지 약 4분 만에 39㎞ 상공에서 공중 폭발했다. (사진=스페이스X) *재판매 및 DB 금지

20일 오전 8시33분(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 우주발사대에서 발사된 '스타십' 우주선. 스타십은 이륙한 지 약 4분 만에  39㎞ 상공에서 공중 폭발했다. (사진=스페이스X)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이번 3차 발사에서는 2전3기 끝에 성공적으로 우주에 진입했다. 상공 약 234㎞ 위치까지 올라가 시속 2만6000여㎞로 지구 궤도를 비행했고, 이 과정에서 비행 도중 적재함 문 개폐, 추진제(연료)의 기체 내부 이송 시연(우주 급유) 등 향후 우주여행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의 초기 시연까지 성공했다.

스타십은 현재 스페이스X가 운용 중인 로켓인 팰컨9과 팰컨 헤비를 대체할 다목적 초대형 로켓이다. 장기적으로는 로켓 재사용부터 우주 수송 산업과 관련한 새로운 경제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달과 화성 탐사부터 미래 심우주 탐사 계획까지 고려해 설계됐다.

스타십은 우주여행, 심우주 탐사 등을 목표로 삼으며 기존의 우주 프로젝트에 비해 너무 허황된, SF(공상과학) 같은 이미지가 크지만 항공우주학계 등에서는 스타십 프로젝트의 추진 계획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진 않다고 보고 있다.

스타십은 길이 120m, 직경 9m로 아폴로 계획 당시 달 탐사 용도로 만들어졌던 '새턴 V'(길이 110.6m)를 제치고 사상 최대, 최고 성능의 로켓으로 제작됐다. 1단부 슈퍼헤비 로켓에 장착된 33개의 랩터 엔진은 총 추력 7590톤으로 새턴 V의 2배가 넘는다.

로켓의 추진력도 강력하지만 가장 핵심은 2단부 로켓이자 우주선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스타십이다. 스타십은 80~12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우주선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로켓처럼 자체 추력을 내 우주 공간에서의 비행이 가능하다.

당초 이번 3차 시험 비행에서는 우주 공간 내 비행 여부 확인을 위해 지구 궤도에서 엔진 재점화 시연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기체 속도 제어 등의 문제로 생략됐다. 하지만 함께 예정됐던 적재함 문 개폐나 추진제 이송 시연 등이 성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엔진 재점화도 향후 성공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스타십은 '100만명 거주 화성도시 건설'이라는 머스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도구가 될 전망이다. 단순한 유인 탐사선이 아닌 우주를 오갈 수 있는 '여객선'에 가깝기 때문이다. 머스크 또한 스타십을 단순한 'Space craft'가 아닌 'Space Ship'으로 지칭하며 여객선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AP/뉴시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2023.11.17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AP/뉴시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2023.11.17 *재판매 및 DB 금지

NASA의 유인 달 착륙 임무인 '아르테미스 3호 미션'과 이후 화성을 비롯한 심우주 탐사에도 스타십이 활용될 수 있다. NASA는 아르테미스에서 사용될 달 착륙선인 '휴먼 랜딩 시스템(HLS)'에 스타십을 선정했다. 스타십이 재사용이 가능하며, 수십차례 테스트를 통해 검증된 랩터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우주여객선의 특성상 승무원 탑승 공간도 넓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3차 발사에서 진행된 기체 내부의 연료 이송 작업, 화물칸 문 개폐 작업 등도 아르테미스 계획의 HLS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이뤄졌다. 그간 난제로 여겨졌던 지구 궤도 진입과 HLS 기준 충족을 위한 임무가 성공한 만큼 아르테미스 계획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된다.

화성 이주를 비롯한 머스크의 우주 개척 야망을 두고 '망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스페이스X는 실제로 인류 최초의 우주 기술을 다수 선보이면서 21세기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스페이스X는 상용 우주선 발사, 궤도 발사체(로켓) 수직 이착륙, 로켓 재활용, 민간 우주 비행사의 국제우주정거장(ISS) 도킹 등을 모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미래 통신 기술의 근간이 될 위성 인터넷 사업 또한 '스타링크' 프로젝트로 구현하고 있다. 스타십을 활용한 우주여행이나 화성 착륙을 망상으로만 치부할 수 만은 없는 이유다.

머스크는 이번 스타십 3차 시험 발사가 첫 지구 궤도 비행이라는 성과를 내자 "스타십은 생명체를 다(多) 행성으로 이끌고, 인류를 화성으로 데려갈 것"이라며 "스타십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직은 인류의 화성 이주라는 꿈이 간신히 첫 발을 뗀 수준이지만 스페이스X가 또다시 '세계 최초'의 충격을 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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