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컬렉션 미술관 '거울 왕국'으로 만든 김수자…'호흡-별자리' 황홀
김수자, 2024. 이미지 제공: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 Florent Michel / 11h45 / Pinault Collection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위아래가 붙은 황홀한 경험이다."
'보따리 작가' 김수자가 프랑스 파리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 미술관을 '거울 왕국'으로 만들어 주목 받고 있다.
미술관의 상징적인 공간인 로통드 전시관 바닥에 400여 개의 거울을 설치해 아래와 위가 하나로 이어지는 초현실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높이 9m, 지름 29m 원형의 웅장한 공간이 부유하는 듯 전복된 세상을 보여준다. 작품 제목은 ’호흡’으로 공간에 대한 감각과 몸의 중력에 관한 인식을 왜곡해 색다른 호흡의 세계를 펼쳤다.
'보따리 작가'답게 원형의 돔을 건축적 보따리로 해석한 김수자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예술의 개념을 설치미술, 이미지를 넘어 본질적 경험으로 승화하고자 했다.
“물과 공기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물과 공기는 소유할 수 없지만, 모두와 나눌 수는 있다.”
김수자가 펼쳐 놓은 거울은 관객에 의한 퍼포먼스의 장소이자 잠재적 일체(totality)의 공간, 공동의 세계 창조로 이끄는 초대 자리이기도 하다.
피노켈렉션 미술관을 설립한 프랑수아 피노 회장은 “역사적인 공간을 이해하고 재해석하는 김수자 작가의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놀란 감동을 전했다. “로통드 전시관에 관한 우리의 인식을 뒤집기 위해 거울을 사용하자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고, 이를 통해 방문객에게 단순히 관람자 이상의 역할을 부여하고, 거의 무한한 깊이를 지닌 공간 배치 속에서 주체가 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도 좋았다”는 관람 소감을 남겼다.
카르트 블랑쉬 김수자 《호흡 — 별자리 To Breathe — Constellation》 전시 전경,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Paris, 2024.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 Florent Michel / 11h45 / Pinault Collection *재판매 및 DB 금지
카르트 블랑쉬 김수자 《호흡 — 별자리 To Breathe — Constellation》 전시 전경,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Paris, 2024.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 Florent Michel / 11h45 / Pinault Collection *재판매 및 DB 금지
“거울은 하나의 경계로서, 혹은 캔버스로서, 천으로서 실재를 감싸는 동시에 펼친다. 그리고 거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끊임없이 바느질하며 대화하고 있다. 나는 거울을 하나의 펼쳐진 바늘로 보고 있다.”(김수자)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이 '카르트 블랑쉬(Carte blanche)'로 초대해 20일 개막한 전시는 김수자를 포함해 제프 쿤스,신디 셔먼, 마우리치오 카텔란 등 현재 최고 인기작가들의 집결로 화제가 되고 있다. 총 29명팀의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제작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흐르는 대로의 세상(Le monde comme il va)'기획전으로 9월2일까지 열린다.
김수자 작가는 “카르트 블랑쉬에 초청되었다는 소식에 무척 기뻤다”며 “이 전시를 통해 오랜 기간 예술과 삶의 화두를 중심에 두고 맴돌며 질문해 온 나의 궤적을 장소 특정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그 총체성을 보이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카르트 블랑쉬는 전시의 기획부터 실현까지, ‘백지수표’와 같이 전권을 아티스트에게 맡기는 프로젝트다.
김수자, 2024. 이미지 제공: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 Florent Michel / 11h45 / Pinault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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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2024. 이미지 제공: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 Florent Michel / 11h45 / Pinault Collection *재판매 및 DB 금지
김수자 작품은 로통드 전시관 뿐만 아니라 전시관을 둘러싸고 있는 1층 24개의 쇼케이스와 미술관 지하 공간의 오디토리움과 푸아이에 & 스튜디오에서 선보인다.
24개 쇼케이스에서는 지난 40여 년간 축적된 김수자의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모래알부터, 곡물, 양삼씨, 도자기 혹은 찰흙으로 만든 구, 보따리, 점토색과 미색의 달항아리 등 단순한 오브제에 형태와 생명을 부여하고, 보이지 않음, 덧없음이 혼재된 무형의 존재를 탐구한다.
쇼케이스에 풀어 놓은 여정의 보따리에서 작가는 삶의 주기에서 영원히 움직이는 사람 몸의 은유이자 그 연장으로서, 아시아와 서양 문화, 일상과 예술, 개인과 보편, 과거와 현재, 지구의 삶과 우주의 시간을 엮어낸다.
김수자, 2024. 이미지 제공: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 Florent Michel / 11h45 / Pinault Collection *재판매 및 DB 금지
미술관 지하 오디토리움에서는 김수자의 16mm 필름 시리즈 '실의 궤적' 여섯 편 전편이 최초로 한데 모여 상영된다. 세계 여러 대륙을 이동하며 천을 둘러싼 문화 모자이크를 짜내고, 이를 여섯 편의 영상에 담았다.
미술관 지하의 전시공간 푸아이에 & 스튜디오에서는 피노 컬렉션의 소장품 '바늘 여인'(1999~2000)이 전시된다. 김수자의 퍼포먼스 영상으로 작가는 세계 곳곳(상하이, 델리, 도쿄, 뉴욕)을 무대로 화면에 등장한다.
전시 연계 행사로 어린이와 가족 대상의 워크숍 프로그램이 4~9월까지 매주 토요일 3시에 진행된다. 4월 말에는 김수자가 선정한 음악 프로그램과 작가의 작업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이 4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신청은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 외관,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Vladimir Partalo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파리 중심가 1구에 위치한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은 2021년 5월 개관했다. 1763년 곡물저장소로 지어져 1889년 상품거래소로, 미술관 개관 전까지는 상공회의소와 증권거래소 건물이었다.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미술관 리노베이션을 맡아 두 세기에 걸친 건물의 역사를 담아 미술관으로 바꿔 놓았다.
부르스 드 코메르스는 전시와 행사를 통해 프랑수아 피노 회장이 지난 50년간 수집한 현대미술 작품의 신선하고 독창적인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약 350명의 작가가 창작한 1만 점의 작품으로 이뤄진 피노컬렉션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기획 전시부터 개인전, 카르트 블랑쉬(전권 위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로통드 전시관 바닥에 거울을 설치해 몸의 몰입과 연결, 인식, 일체의 경험을 제공하는 김수자 작가와 '호흡'. *재판매 및 DB 금지
김수자 작가는?
1998년제24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2013년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한국 대표작가로 전시했다. 2002년 미국 휘트니 미술관의 American Art Award 작가, 2002년 Anonymous Was a Woman Award, 2007년 뉴욕 현대미술재단의 시각예술상, 2014년 존사이먼 구겐하임 메모리얼 파운데이션 어워드, 2015-2017년 프랑스 문화예술 훈장, 2015년 삼성문화재단 호암상 예술상, 2017년 아시아소사이어티 아트 어워드, 2021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옥관장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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