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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그는 알아도 우리 회사는 몰랐죠"…크래프톤의 인도 시장 정착기

등록 2024.04.25 11:40:13수정 2024.04.25 13: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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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 법인 대표

정치, 규제 이슈에도 배그 모바일 인도 국민게임으로 안착

"인도 누적 투자금 2262억원…외부 게임 퍼블리싱 늘릴 것"

크래프톤 손현일 인도 법인 대표가 인도-한국 인비테이셔널 이스포츠 친선전에 참석한 모습.(사진=크래프톤) *재판매 및 DB 금지

크래프톤 손현일 인도 법인 대표가 인도-한국 인비테이셔널 이스포츠 친선전에 참석한 모습.(사진=크래프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14억4000만명. 통계청이 집계한 올해 전 세계 인구 1위 국가 ‘인도’의 인구 수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세와 함께 스마트폰 보급률도 높아지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이에 주목해 일찌감치 인도 게임 시장에 진출한 크래프톤은 우여곡절 끝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국민 게임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슈팅 모바일 게임 ‘불릿 에코 인도’를 서비스하며 현지 유력 퍼블리셔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과정에는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 법인 대표의 혁혁한 공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경영학 학사, 중국 칭화대학교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신한은행 프로젝트금융부, 펍지 CFO(최고재무책임자), 크래프톤 기업개발본부장 등을 거친 손현일 대표는 2021년부터 크래프톤 인도 법인을 이끌고 있다. 그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인도에서 두 차례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현지와 우호적 관계를 쌓은 ‘인도통’이다. 인도 시장에서 제대로 뿌리내리려는 진심이 남다르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만만치 않은 인도에서 손현일 대표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손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뒷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 대표는 인도 시장의 매력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데이터 요금과 2022년 기준 46%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스마트폰 보급률을 바탕으로 매년 10% 중반의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게이머 숫자만 4억5000만명…"모바일 게임 가파르게 성장할 것"

“인도 게이머의 숫자가 4억5000만명이 넘는다는 조사 보고서가 있지만 다양한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 내 결제를 하거나 할 가능성이 있는 게이머의 숫자는 전체 게이머 중에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입니다. 우선은 특정 언어나 문화권을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보편적으로 인도인들이 쉽게 접근하고 즐겁게 즐길 만한 게임을 런칭하는 데 포커스하고 있어요.”

인도 게임 시장은 한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다. 손 대표는 “대부분의 인도 게이머들은 PC나 콘솔로 게임을 즐긴 적이 없이 스마트폰으로만 게임을 즐겨온 게이머들이라 한국의 게임 시장과 발전 단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아직 인도 게임 시장의 규모는 매출 기준으로 한국 대비 5분의 1 정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그는 "GDP(국내 총생산) 기준으로 인도 경제는 10년 전에는 세계 10위, 현재는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의 경제 규모이고, 3년 내에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게임 시장은 이보다는 훨씬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어도 모바일 게임에서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 이미 스마트폰이 많은 인도인들의 생활 중심에서 금융,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 등을 누리기 위한 메인 채널로 자리 잡았고, 게임도 당연히 그런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의 인도 진출 계기는 창업주의 선구안이 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임하면서 2018년 인도를 답사 차원으로 방문했고, 이후 인도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크래프톤이 저사양 PC를 타겟으로 한 '펍지 PC 라이트’ 버전을 2019년 초에 동남아를 타겟으로 출시했는데, 당시 인도 시장에서도 반응이 있었다는 점도 장 의장이 잠재력에 주목한 배경이 됐다.

인도의 게임 산업의 역사가 길지 않고 규모도 작다는 점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성공 의미는 남다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는 인도의 국민 게임으로 불리며 출시 1년여만에 누적 이용자수 1억명을 돌파, 3년이 다 된 현재는 1억8000만명에 달한다. 현지 앱 매출 순위 1위 달성을 물론, 인도 역사상 최초로 TV 생중계된 이스포츠 종목으로 동시 시청자 수 2400만 명, 전체 누적 시청자 수 2억명을 기록했다.
 
그는 “인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BGMI는 진지하게 게임을 즐기는 것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자, 이스포츠를 통해 유명해진 대다수 인플루언서의 등용문 역할을 한 게임으로, 명실상부한 '국민 게임'”이라고 자부했다. BGMI는 인도에서 인기 있는 발리우드 스타, 운동선수 크리켓과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하고 유명 셀럽들의 이미지를 활용한 인게임 아이템들도 출시해 성공적인 매출을 거뒀다.

손 대표는 BGMI 서비스 초기 낮은 회사 인지도로 애를 먹었다. 손 대표는 “처음에는 펍지: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라는 게임은 알지만 크래프톤이라는 회사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고, 게임이라는 산업 자체에 대해서 생소해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인도는 그다지 녹록한 시장이 아니다. 인구의 80% 이상이 힌두교로 규범에 엄격하고, 여러 종교와 문화가 공존해 정치·사회·문화적 특성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손 대표는 “현지의 규제, 정치, 사회적인 이슈는 개별 상황은 다르지만, 인도처럼 규모가 크고 산업 초기 단계에 있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한다”며 “결국 현지 직원들과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야만 해결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대부분의 실무는 현지 인력 중심으로 진행되며, 중요한 의사 결정에도 당연히 현지 직원들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GMI 서비스 중단 재개를 이끌기 위해 손 대표는 당국과 긴밀한 소통, 현지 법인 설립, 인도 기업 투자, 퍼블리셔 변경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절차에 따라 관계 당국과 소통했고 단순히 인도에서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및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하고 다양한 CSR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는 점도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_손현일 인도 법인 대표가 IGS 2024에 참석한 모습.(사진=크래프톤) *재판매 및 DB 금지

크래프톤_손현일 인도 법인 대표가 IGS 2024에 참석한 모습.(사진=크래프톤) *재판매 및 DB 금지



인도 국민게임 성공 노하우로 현지 퍼블리셔 도전…인도 누적 투자금 2260억원

BGMI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크래프톤은 이제 현지 유력 퍼블리셔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24일 젭토렙이 2020년 출시한 ‘불릿 에코’를 인도 맞춤형 버전으로 개발해 현지에 출시했다. 앞서 4일 소프트 론칭 직후에 인도 구글 플레이의 신작 무료 앱, 신작 무료 게임, 신작 무료 액션 게임 인기 순위에서 각각 1위에 오르며 흥행 기대를 높였다. BGMI IP와 협업, 인도 현지의 대형 축제와 연계한 게임 업데이트와 이벤트 등 마케팅 전략으로 흥행을 이끌겠다는 목표다.

손 대표는 "젭토랩은 ‘컷 더 로프(Cut the rope)’라는 캐주얼 게임으로 유명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재의 개발사로, 크래프톤과 인도 퍼블리싱 계약이 유일한 외부 퍼블리싱 사례"라며 "BGMI 서비스를 통한 크래프톤의 인도에서의 성과를 잘 알고 있었고, ‘불릿 에코’가 BGMI를 통해 배틀로얄 게임 룰에 익숙한 인도 게이머들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을 서로 하고 있어서 빠르게 업무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 인도 현지 인력은 60여명 정도로,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손 대표는 "새로운 게임들을 계속 퍼블리싱 해가기 위해 퍼블리싱 인력 충원이 가장 주가 될 것 같다"라며 "앞으로 현지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작은 규모라도 현지 개발팀을 셋업하는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적어도 내년 이맘때는 100명 전후의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 개발사, 스타트업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2021년부터 이달까지 크래프톤이 인도에 투자한 누적 총 투자금액은 약 2262억원(약 165백만 달러, 펀드 투자분 포함)에 달한다. 그는 "지금까지 현지 개발사 2곳과 인도 전문 게임 펀드에 투자했다. 불릿 에코 인도 외에도 로드 투 발러: 엠파이어스, 가루다 사가, 쿠키런 등 한국 또는 글로벌 게임사의 게임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글로벌 확장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도 인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이들 게임사에 대한 조언으로 "우선은 스마트폰 사양에 있어서 한국이나 선진국 게임 시장과는 격차가 크다는 점, 그리고 선호하고 익숙하게 생각하는 게임의 종류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용자가 많아지더라도 매출로 연결되지 않거나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당연히 저희처럼 경험과 역량을 보유한 퍼블리셔와 함께할 경우 시행 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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