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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북한 병사 고라니 사냥에 화들짝"…GOP 경계 24시간 '이상무'

등록 2024.05.23 12:00:00수정 2024.05.23 14: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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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북 GP 관측 가능 열쇠전망대 방문

과학화경계시스템으로 24시간 철통경계

대대OP, 상황 발생시 프로그램·체크리스트 최적화

GOP 부대병사 모두 자원입대…"자부심으로 근무"

[연천=뉴시스] 육군 5사단 GOP 장병들이 철책을 따라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육군 제공) 2024.05.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연천=뉴시스] 육군 5사단 GOP 장병들이 철책을 따라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육군 제공) 2024.05.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연천=뉴시스] 옥승욱 기자 = "한 날은 북한 병사들이 다같이 GP(감시초소)에서 뛰쳐나오길래 잔뜩 긴장했습니다. 이상 징후에 우리 군도 즉각 대비태세를 강화했죠. 알고 보니 고라니를 잡으려고 그 난리를 피운거더라구요. 북한 병사들이 사냥한 고라니를 들고 룰루랄라 들어가는 모습에 안심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22일 경기도 연천에 위치한 육군 5사단 열쇠전망대를 찾은 국방부출입기자단에게 GOP 대대장 손영주 중령은 최근 경험한 북한군 동향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24시간 북한군 병사들의 동향을 철저하게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열쇠전망대는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마전리의 해발고도 약 350m에 위치해 있다. 155마일 휴전선 전망대 중 적 GP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소다. 남방한계선에서부터 300여m 이북 지역에 위치한 비무장지대 내의 전망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6·25전쟁 대표 격전지 티본·에리·폭찹·화살머리·백마고지 등이 조망 가능하다.

열쇠전망대 전방으로 넓은 비무장지대(DMZ)가 펼쳐져 있다. 그 양 옆으로는 우리 군의 최전방 감시초소인 GP가 자리잡고 있었다. 빨간 지붕으로 한눈에 들어온 그곳은 상주 GP로 병사들이 먹고자고 생활하며 경계근무를 서는 곳이다. 상주GP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는 우리 군의 비상주GP도 있다. 이 곳은 군의 최첨단 감시장비 등을 활용해 무인화로 운용 중이다.

비무장지대 중앙으로는 군사분계선(MDL)이 지나간다. 그 뒤로는 북한 GP들이 자리잡고 있다. 아쉽게도 기자단이 찾은 22일 오전에는 짙은 안개로 인해 전방 지형을 제대로 관측하기 어려웠다.

손영주 중령은 "GOP에서 기상으로 감시경계가 취약한 날이 1년 365일 가운데 1/4 정도 되는거 같다"며 "악천후를 항상 취약점이 많은 시기라 판단해, 악시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레이더의 능력을 최대치로 운용한다"고 말했다. 또한 "악시정으로 보이지 않는 주요 포인트에는 병력을 추가로 운용하는 조치들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천=뉴시스] 육군 5사단 GOP 장병들이 철책을 따라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육군 제공) 2024.05.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연천=뉴시스] 육군 5사단 GOP 장병들이 철책을 따라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육군 제공) 2024.05.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전방지형 설명을 들으면서 티본고지, 폭찹고지 등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명칭들이 나와 흥미로웠다. 이 가운데 열쇠전망대 좌측 전방에 위치한 티본고지는 하늘에서 보면 T자 또는 티본스테이크와 닮았다 해서 6·25전쟁 당시 미군들이 붙여준 명칭이라고 한다.

손 중령은 "6·25 전쟁 당시 미 2사단 정찰소대장 넬리 중위가 소대원들을 이끌고 정찰 임무수행 중 중공군 1개 중대와 맞서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한 격전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GOP부대를 지휘하는 대대 지휘통제실(OP)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OP는 극도의 보안을 요하는 장소라 보안서약과 함께 휴대폰, 스마트워치 등도 맡겨두고서야 출입이 가능했다.

OP 내부에는 수많은 모니터들이 비무장지대 곳곳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 중 한 모니터에서 북한군 GP를 열영상 장거리 관측카메라(TOD)로 당기자 GP 모습이 또렷이 나타났다.

이 곳에서는 GOP 과학화시스템 중 하나로 철책에 설치된 광망이 울리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해당 영상은 최근 야생동물이 철책을 건드리면서 경보음이 울렸던 사례였다. 가로·세로 10㎝의 하얀색 사각형 그물망 모양을 띠는 광망은 철책에 일정한 물리적인 힘이 가해지면 통제실에 경보를 울리는 시스템이다.

손 중령은 "앞에 전시된 각종 화면이 많은데 상황 발생시에는 각종 프로그램과 체크리스트를 최적화해 화면에 전시한 가운데 상황조치 실시한다"며 "대대 지휘통제실에서 DMZ의 모든 상황을 통제하면서 감시하고 결심하고 타격까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천=뉴시스] 육군 5사단 GOP에 설치된 이동식레일로봇카메라. (사진=육군 제공) 2024.05.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연천=뉴시스] 육군 5사단 GOP에 설치된 이동식레일로봇카메라. (사진=육군 제공) 2024.05.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OP는 24시간, 365일 언제나 최고 수준의 상황관리가 가능하도록 3교대 근무체계를 유지 중에 있다. 간부들의 3교대 근무여건은 확실하게 보장하고 있다는 게 손 중령의 설명이다.

부대 관계자는 "OP에 근무하는 병사들은 30분 간격으로 교대하며 전방경계에 임하고 있다"며 "전방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근무하고 있는 병사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OP 2층인 전망대로 올라가자 아침에 자욱했던 안개들이 조금씩 걷혀졌다. 이곳 대대에서는 수풀투과레이더(FP레이더), 이동식레일로봇 카메라, AI TOD 등 3종의 첨단 경계전력을 선행 시범전력으로 도입해 운용 중이다.

OP 좌측으로는 근거리 감시레이더가 위치해 원거리 적 지역의 종심 깊은 탐지 등 전방 DMZ 일대 모두를 탐지하고 있었다. 손 중령은 "근거리 감시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려운 악천후 상황일 때, 저주파로 수풀을 투과해 수풀로 차폐된 지역을 탐지 가능한 수풀투과 레이더를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GOP 부대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은 복무기간 내내 최전방에서만 생활한다. 일반 부대와 다른 여건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 곳 병사들은 전부 지원을 통해 뽑고 있다.

GOP 병사들에게는 월 3일의 휴가가 추가로 주어진다. 전방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혜택인 셈이다. 현재 육군 병사들의 복무기간이 18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총 54일의 휴가가 추가로 부여되는 것이다.

이날 기자와 만난 한 병사는 "집이 경기도 연천이라 이 곳에 지원하게 됐다"며 "동생도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계근무를 나가다 보니 잠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서도 "모두들 고생하는 것을 알기에 끈끈한 전우애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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