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 직접 교섭 시대 열린다…손배 청구 제한"[열리는 노란봉투법①]
'구조적 통제' 인정되면 사용자…원·하청 교섭 가능
공장 이전·구조조정도 교섭 대상…쟁의 범위 확대
'손배 폭탄' 제동…손배 제한하고 책임도 개별 산정
'창구 단일화' 유지하되 원청·하청 노조는 별도 교섭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해 8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교섭할 권리 보장' 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 환영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8.24. bluesod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8/24/NISI20250824_0020944603_web.jpg?rnd=20250824104548)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해 8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교섭할 권리 보장' 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 환영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8.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오는 10일 시행된다.
이번 법 개정으로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고,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된다. 노동계의 본격적인 집중 교섭 시기인 춘투 국면과 맞물려 법이 시행되면서 현장 노사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8일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개정법과 관련한 사용자성 해석 지침과 교섭절차 가이드라인 마련 등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구조적 통제' 인정되면 사용자 간주…원·하청 직접 교섭 가능
그동안 노동계는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진짜 사장'과의 교섭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현행 법은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면 교섭이 어려웠다.
하지만 개정법에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원청인 대기업이 하청업체 근로조건에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해당 업체 노조가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때 사용자성 인정의 핵심 기준은 '구조적 통제'다.
원청 사업자가 하청 소속 근로자의 근로시간이나 휴식시간, 특정 공정에 필요한 인력 수 등 근로조건의 결정권을 구조적으로 제약할 수 있다면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동안전에 있어서는 원·하청 노동자가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고, 시설·장비 등 관리·개선이 하청 사용자 단독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라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도록 했다. 작업공정·안전절차·보호장비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원청이 지배·통제하고 설비·시설도 원청 소유인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임금과 관련해서는 원청이 투입 인원과 근로시간 등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사실상 결정하거나 임금 인상률, 각종 수당 기준을 직접 제시하는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다만 모든 경우에서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적인 도급계약에서 나타나는 지시·조정은 계약상 관리 수준이라, 구조적 통제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예를 들어 공장 구내식당에서 조리·배식업무를 맡고 있는 사내 하청업체에 '식사 시간에 맞춰 조리·배식업무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통상적인 계약 일정 조율로 볼 수 있다.
물품 납기 일정에 맞춰서 업무를 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설계 도면대로 작업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업장 내에서 일한다고 하더라도 지정된 작업구역을 사용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 작업장 내 자재·폐기물 관리 방식을 준수해달라고 하는 요구하는 정도로는 사용자성 인정이 어렵다.
해외이전으로 인력감축하면 교섭 대상…손해배상 청구 범위 좁아져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브리핑을 열고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 2026.02.27. mangust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27/NISI20260227_0021189548_web.jpg?rnd=20260227112453)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브리핑을 열고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 2026.02.27. [email protected]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근로자의 지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 있을 때도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노조가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를 하려면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이 외 정치적 목적으로 인한 파업 등은 모두 불법파업으로 간주돼 처벌 대상이 됐다.
경영계가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 쟁의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제조업 공장 이전 결정도 노조와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때의 핵심은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지 여부다. 이에 따라 합병·분할·양도·매각 등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결정 그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고용조정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사가 인건비가 싼 해외에 신규 공장을 지어 생산설비를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고 하자. 이 단계에서는 이전 결정 자체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므로 노조와 교섭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해외이전으로 국내 생산 물량이 줄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정리해고를 검토한다는 공지가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노조는 고용보장, 전환배치 기준 등을 두고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관련 사업본부가 없어지고 남은 부서로의 전환배치도 불가능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징계·승진 기준의 설정 및 변경 요구 등에 관한 이익분쟁도 노동쟁의 대상이 된다.
이와 함께 개정법이 시행되면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이 제기하는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된다.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맞서 근로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했다.
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모든 조합원에게 일률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참여 정도나 손해 기여 정도 등 책임 비율에 따라 배상하도록 했다.
교섭 절차 어떻게?…'창구단일화' 하되 원청 노조·하청 노조 따로 교섭
이 경우 복수노조가 있으면 교섭대표 노조를 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A사의 하청업체 소속 B노조가 원청인 A사에 교섭을 요구하면, A사는 7일 이내에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이 기간 다른 하청 노조가 교섭 참여를 요구하면 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된다.
다만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는 서로 별개의 교섭 단위로 보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는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하청 노조들 사이에서도 직무나 상급단체, 근로조건·고용형태 등의 차이로 창구 단일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할 수 있다.
이때 노동위원회는 먼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심사한다. 분리 방식으로는 ▲직무별 ▲상급단체별 ▲근로조건·고용형태가 유사한 하청기업 노조별 묶음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노동위가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단위가 확정되면 원청 기업은 교섭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만일 원청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요구사실이나 확정 공고 등의 절차를 하지 않은 경우, 노동위 시정명령을 거쳐 사법조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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