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통제 못 하는 이유 있었다"…분노 유도하는 뇌 속 '신경조절물질'의 비밀

사진 유튜브 채널 '썰닥'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인간이 분노를 느낄 때 행동과 감정을 통제하는 뇌 속 생화학 물질의 작동 원리가 의학적 관점에서 규명됐다. 본인의 의지로 감정을 다스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뇌 속 특정 물질의 분비와 신경 회로의 수동적인 작동 결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이승훈 교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 '썰닥'에 출연해, 뇌과학과 관련한 의학적 분석을 통해 화가 나거나 공포를 느끼는 등의 감정 변화가 뇌의 유물론적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적 현상은 형이상학적인 영역이 아니라 뇌라는 물질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생화학적 반응의 총합이다.
뇌 속에서 인간의 이성은 대뇌피질이, 감정은 편도체와 해마 등이 포함된 변연계가 담당한다. 이성적 판단과 정서적 흐름을 조절하는 뇌 조직은 핵심 세포인 신경 세포(뉴런)를 비롯해 이를 보조하는 별아교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 미세아교세포 등 네 가지 세포가 유기적인 체계를 이루어 작동한다. 약 860억 개의 신경 세포가 100조 개에 달하는 시냅스로 연결되어 거대한 회로를 구성하는 구조다.
사람이 화가 나면 뇌에서는 이른바 신경 조절 물질이 분비되며 특정 구역 전체의 무드를 급격하게 전환시킨다. 분노와 각성, 공포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물질은 노르에피네프린이다. 강렬한 시각적·청각적 자극이나 스트레스가 유입되면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노르에피네프린의 영향으로 폭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뇌는 당장 방어하거나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신체적인 분노 반응을 이끌어낸다.
반면 일상적인 이성 활동이나 생각, 결정 등은 대뇌피질에서 가장 중요한 신경 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글루탐산)에 의해 이루어진다. 글루타메이트가 신호를 켜는 스위치라면 억제성 물질인 가바는 스위치를 끄는 역할을 한다.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정서 조절 물질들은 이처럼 글루타메이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성적인 대뇌피질의 작동 시스템에 전반적인 감정의 색깔을 입히며 행동을 지배하게 된다.
이 교수는 신경 세포들이 태어날 때부터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 자신이 분비할 물질을 고정적으로 정해두고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분노나 우울, 집중력 저하 같은 정서적 이상이나 인지 기능 저하는 결국 이러한 특정 생화학 물질을 내는 세포들이 손상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대뇌피질이 전반적으로 망가지면 기억과 정체성을 잃는 치매로 이어지며, 특정 도파민 세포가 사멸하면 파킨슨병이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의학적 관점에서 인간이 느끼는 영혼의 주체는 결국 뇌 그 자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화가 나는 감정 역시 뇌 세포가 유기적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물질을 발사하는 물리적 과정의 결과물이며, 뇌의 기능을 잃는 것은 곧 인간 존재의 소멸을 의미한다. 생물학적이고 법적인 사망의 기준으로 심장 정지가 아닌 뇌사를 인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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