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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걸 봐도 왜 다르게 보일까…구기정이 묻는 ‘보는 법’

등록 2026.10.02 00:02:00수정 2026.10.02 00:14:24

가나아트 한남서 개막…사진·설치 등 12점 전시

투명성 시각 장치 no. 8, 2026, 43×42 cm *재판매 및 DB 금지

투명성 시각 장치 no. 8, 2026, 43×42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신호등의 초록불을 우리는 흔히 ‘파란불’이라고 부른다. 눈앞에 보이는 색은 초록인데 왜 파란불이라고 할까.

작가 구기정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신호등의 초록불을 ‘파란불’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으며 같은 것을 보고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질문은 지금 우리가 매일 보는 사진과 영상, 컴퓨터 화면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보는 것은 정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까. 아니면 카메라와 컴퓨터, 화면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모습일까.

서울 용산구 가나아트 한남에서 2일 개막하는 구기정 개인전 ‘Clearview Mechanism’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사진과 그래픽, 영상, 설치 등 신작과 근작 12점을 선보이는 가나아트 첫 개인전이다.

전시장 입구의 신작 ‘투명성 시각 장치’는 컴퓨터 속을 뜯어놓은 듯하다. 투명한 철제 프레임 안에 LED 기판과 CPU, 램 등 컴퓨터 부품을 렌더링한 이미지가 뒤엉켜 있다.
 투명성 렌더링 장치, 2025-2026, 300x200x250cm *재판매 및 DB 금지

투명성 렌더링 장치, 2025-2026, 300x200x250cm *재판매 및 DB 금지



보통 화면을 볼 때는 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계를 의식하지 않는다. 구기정은 반대로 뒤에 숨어 있던 장치를 앞으로 끌어낸다. 심지어 LED에서 나오는 강한 빛 때문에 이미지가 잘 보이지 않는 순간도 생긴다.

사진을 보러 갔는데 사진보다 그것을 보여주는 기계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셈이다.

전시장 중앙의 '투명성 렌더링 장치’는 더 직관적이다. 실제 화분에 심은 식물과 그 식물을 컴퓨터로 만든 이미지가 한 공간에 놓여 있다.

관객이 작품 주변을 걸으면 진짜 식물과 화면 속 식물이 계속 겹쳐 보인다. 하나는 눈앞에 있는 식물이고 다른 하나는 그 식물을 데이터로 바꿔 만든 이미지다. 같은 식물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다른 모습이다.

신작 ‘중첩 풍경’에서는 이 변화가 더 커진다. 작가는 자연을 찍은 사진을 컴퓨터로 변형하고 일부를 확대해 다시 캡처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자연 풍경이었지만 손을 거듭 거칠수록 원래 모습에서 멀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이다. ‘중첩 풍경: 창’은 가나아트 한남 앞 정원을 촬영한 사진에서 시작됐다. 작가는 사진을 여러 차례 변형한 뒤 반투명 시트로 만들어 실제 정원이 보이는 갤러리 창에 붙였다.

창밖에는 진짜 정원이 있고 창에는 그 정원을 바꿔 만든 이미지가 있다. 관객은 한눈에 ‘진짜 정원’과 ‘이미지가 된 정원’을 함께 보게 된다.
Residual, 2026, 71×40cm *재판매 및 DB 금지

Residual, 2026, 71×40cm *재판매 및 DB 금지



구기정은 홍익대에서 커뮤니케이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스위스 로잔예술대학교에서 사진학 석사과정을 수학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부산시립미술관 재개관전 ‘Future Museology’에 대형 비디오 설치작업을 출품했다.

전시 제목 ‘Clearview Mechanism’은 ‘우리는 어떻게 보게 되는가’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눈으로 본다고 모두 같은 것을 보는 것은 아니다. 사진도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은 아니다. 카메라를 거치고 컴퓨터를 거치고 화면을 거치는 동안 우리가 보는 장면은 계속 달라진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세상 그대로일까, 세상을 보여주는 화면일까. 구기정은 그 복잡한 과정을 작품 밖으로 꺼내 보여준다.

전시는 25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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