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자금 어떻게?

사모펀드 활용하거나 선박 담보 금융 가능성 높아

【서울=뉴시스】이민정 기자 = 현대건설 인수를 계획 중인 현대그룹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올 전망이다.

 24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국내에서 융통이 어려운 현대건설 인수자금을 현대상선을 통해 해외 금융기관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은 현재 매물로 나온 현대건설 인수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맏아들인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장자로서의 정통성’을 내세워 ‘범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 인수를 원하고 있다. 현대그룹도 경영권 방어, 사업다각화 등을 위해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

 현대건설 인수 금액은 3조~4조원대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4조5000억원에 달해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부담이 없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1조5000억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데 그쳐 인수 자금 마련에 우려 섞인 지적이 많다.

 이와관련 국내외 M&A 정보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범현대그룹의 태동과 관련이 있어 양측의 인수 명분이 분명하고, 건설경기가 현재 어렵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에 추가로 뛰어들 기업은 없을 것”이라면서 “결국 두 진영의 싸움이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자금력이 풍부한 현대차그룹의 인수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그룹이 현재 외환은행 등 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 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어 국내에서의 대규모 자금 융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필요한 나머지 자금을 현대상선을 통해 외국 금융권으로부터 융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운선사들은 대체로 국내든 해외든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융통할 때 터미널, 선박 등을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자산을 매각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인수자금을 마련할 전략은 세워놓았지만 현재는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의 한 M&A 전문가는 “현대건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특수 사채를 발행할 수도 있고, 그룹에 우호적인 국내·외 사모펀드(PF)와 결합해 자금은 PF가 대고 인수한 회사는 그룹이 경영하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그룹 경우 채권은행들과 갈등이 있기 때문에, 은행 등 국내 1, 2 금융권들로부터 자금융통에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철저히 이윤이 목적인 PF는 또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현대그룹의 채권은행이라도 PF를 만들어 현대그룹과 함께 건설을 인수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M&A 전문가는 “주식시장이 호황이면 계열사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융통할 수 있지만 현대그룹의 주계열인 현대상선이 지금 주가가 뛰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 방법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 “현대상선 선박을 담보로 국내외 자금을 융통하는 방법이 유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단 M&A 전문가들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두고 “금호그룹이 자기 몸집보다 큰 대우건설을 먹었다가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겪은 예가 있다. 그 전례를 밟지 않기 위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24일 현대건설 매각 공고를 낸 현대건설 채권단은 내달 1일까지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받을 계획이다. 

 채권단은 11월12일 이전에 본 입찰을 실시하고 연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본계약 체결을 완료해 현대건설의 새 주인을 가린다는 계획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