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발기는 여성에 대한 예의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어떤 예의범절을 갖춰야 할까? ‘사랑’이라는 것은 ‘아끼고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기에, 어떤 일을 처리할 때도 사랑하는 여자를 아끼고 위한다는 차원에서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행해야 할 것이다. 가령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맛난 음식을 대접한다면 여자가 앉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의자를 끄집어낸다든지, 복잡한 곳에서는 ‘레이디 퍼스트’를 외치며 그녀가 최대한 편안하게 느끼도록 해야 할 것이다. 때론 장미꽃 다발을 그녀의 나이만큼 모아 선사하고, 신세대 같으면 둘만의 컬러링을 만들어 ‘휴대폰’을 선물하는 게 요즘의 신종 예의에 속한다.
그런데 뭇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확실히 갖춰야 하는 예의는, 너무도 리얼(real)해서 저속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바로 음경의 발기라는 주장이 있다. 여자들의 항의가 빗발칠지 모르겠지만 저자 역시 이 주장에 대해 적극 공감하니, 대부분의 남자들이란 아리따운 여자들에게 거의 항상 무방비 상태여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돈 싫어하고 여자 싫어하는 남자 없다’는 것이 범접할 수 없는 고매한 인격을 갖추신 저자 스승님의 지론이다. 건강한 남자라면 접촉하고 싶은 여자에 대한 욕구가 발기라는 현상으로 표출되는 게 정상이다.
물론 인간 성행동의 열쇠를 쥔 대뇌피질의 브레이크 작용에 의해 때와 장소를 구분해 억제하기도 하고, 마음은 간절해도 몸이 따라 주지 않는 탓에 점잖은 상태(?)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여자를 성적인 대상으로 인지할 경우에는 음경의 발기가 뒤따라야만 한다.
찬란한 누드의 여자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남자의 물총이 ‘차려 총’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 여자는 필경 성적 멸시를 받았다고 느낄 것이다. 신혼여행에 가서 너무도 점잔빼는 남편 때문에 이혼소송을 불사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상황을 보면, 남자의 발기가 때에 따라서는 반드시 갖춰야 하는 예의임에 틀림없다. 예(禮)라는 한자가 ‘보일 시(示)’와 ‘클 대(大)’ ‘두터울 후(厚)’라는 의미를 가진 ‘풍(豊)’이 결합된 글자인 만큼, 필요할 때는 허리 아랫도리가 풍성해졌음을 보여줘야만 진정 여성에 대한 예를 갖추었노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너무도 뚜렷한 성반응의 하나이자 여성에 대한 예의로까지 비화되는 남성 음경의 발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평소에는 더럽다 피하는 오줌을 내뿜던 작고 부드러운 비뇨기(泌尿器)가 한 순간 불끈 화를 내면 크고 단단한 물건으로 돌변한다. 한때는 혈액 속의 노폐물을 배설하던 부드러운 남자가, 유사시에는 생명의 원천이 되는 정액을 분출하기 위해 무섭게 발기하니 남자의 음경은 ‘야누스(Janus)’의 두 얼굴을 지닌 셈이다. 이런 음경의 발기를 한마디로 말하면 자극에 따른 혈관의 충혈반응이다. 여기에 자극을 전도시키는 신경과 충동분자에 비유되는 호르몬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이런 까닭에 발기는 신경계·혈관계·내분비 호르몬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는 반사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음경의 구조를 참고하면서 발기현상을 살펴보자. 음경의 혈관은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혈액이 유입되는 동맥과 유출되는 정맥으로 구성된다. 음경동맥은 음경으로 들어오면서 요도와 음경귀두부를 영양하는 요도동맥, 귀두부와 표피를 영양하는 배부(背部)동맥, 그리고 발기에 주된 역할을 하는 해면체동맥으로 나뉜다. 지름 0.5㎜의 해면체동맥은 음경해면체 안을 주행하면서 다시 가느다란 가지 모양으로 나뉘어진다. 말단부와 세동맥(細動脈)은 평상시에는 직경 약 30micron의 수축상태에 있으면서 용수철 모양의 나선형을 취하지만 발기 시에는 직선으로 쭉 펼쳐지며 그 직경도 100micron 정도로 늘어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가령 평상시에 얌전하던 음경이 심리적 자극을 받거나 직접적 자극을 받으면, 이들 자극이 대뇌나 척수로 전달되고 다시 이곳으로부터 자극이 자율신경에 의해 음경동맥에 전달된다. 이때 음경동맥에 분포된 신경의 말단부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이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으로 음경동맥이 능동적으로 확장돼 얌전했을 때보다 4∼11배나 많은 다량의 혈액이 음경 내로 유입된다. 이렇게 되면 부드러운 갯솜 양상의 좌우 두 해면체는 혈액을 잔뜩 빨아들여 유입된 혈액을 해면체 강(腔)에 고이게 만든다.
평소와 달리 동맥을 통해 들어오는 혈액의 양이 정맥을 통해 빠져나가는 양보다 많아진 까닭에 음경해면체는 잔뜩 팽창한다. 팽창의 정도가 증가할수록 음경해면체를 둘러싼 백막을 비스듬히 관통해서 유출되는 정맥이 압박을 받는 결과가 초래돼 일종의 차단효과까지 발생한다. 그 결과, 음경 팽창은 더욱 가속화돼 딱딱한 나무토막으로 변한다. 아울러 회음부 근육이 반사적으로 수축해서 음경의 심층정맥까지 압박받아 폐쇄되면, 음경혈액의 유출경로가 모두 차단돼 해면체 내압이 급격히 상승해 단단하기가 뿔에 못지않을 만큼 최고의 강직도(强直度)를 형성한다. 단 귀두부 만큼은 팽창할지언정 딱딱해지지는 않기 때문에, 성관계 시 여성의 성기에 상처를 입힐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이상의 과정을 거친 음경에 대해 누구나 수긍하는 가장 큰 변화는 그 용적(容積)과 경도(硬度)다. 음경의 크기나 굵기 등은 개인차가 매우 크고 동일인이라도 계절이나 정신상태 등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늘 변하는 것은, 음경을 구성하는 해면체가 혈액량에 따라 수시로 용량이 바뀌기 때문이다. 혹 ‘나모도 아닌 것이, 뿔도 아닌 것이’ 어찌 그리 단단해질 수 있느냐고 의문을 품었던 사람은, 혈관충혈반응에 불과한 발기의 수수께끼를 이해했을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피는 나무보다, 뿔보다 단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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