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여성의 성반응 5·10가지

‘오르가즘(orgasm)’이란 용어를 들어보지 못한 성인은 없을 것이다. 극치감(極致感)으로도 불리는 이 오르가즘은 분명 성교에 따른 쾌감의 절정을 의미하는 남녀 공용어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책들을 보노라면 여성의 전유물처럼 취급하는 느낌이다. 물론 이제껏 여성의 성감이 사회문화적으로 많이 억압받았고, 여성의 특징상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이 오르가즘을 여성에게만 적용시키는 듯한 요즘의 표현은 잘못됐다.
오르가즘을 자세히 알아보자. 덩달이 같은 친구는 오르가즘이 성교 시 정점을 향해 올라가노라면 ‘음!’ 하고 느끼는 시기라고 정의했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전의 도움을 받는 게 좋지 않을까? 의학대사전에서는 오르가즘을 ‘남녀의 성교 시 쾌감이 차츰 증가해서 마침내 그 극점에 도달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부연해서 ‘일반적으로 남성의 쾌감 상승, 하강 곡선은 가파른 반면 여성은 완만한 형태를 취한다’고 설명한다. 또 국어사전에는 오르가즘을 ‘성교 시 쾌감의 절정’이라 했다. 따라서 오르가즘은 인간의 성반응에서 남녀 모두 겪는 한 순간 최고의 쾌감을 뜻한다.
오르가즘의 형성에 대한 설명 또한 쉽지 않다. 현재까지는 전신의 생리기능이 극한상황에 이르러 어느 한 순간 폭발하는 현상으로 간주한다. 즉 성적 흥분에 따라 극도로 긴장된 전신의 근육과 신경들이 일순간 해방돼 이완으로 옮겨가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오르가즘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인간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경험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킨제이 등의 보고처럼, 오르가즘은 스스로 그것을 자각하는 것 말고는 제3자가 증명하기는 매우 어려운 현상이다. 단 강한 오르가즘 때는 전신 근육의 경련이 인정되므로, 몸을 접한 상대자만은 미세한 연축(攣縮)을 피부로 감지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비록 수많은 생물학자들이 동물들에게도 인간처럼 오르가즘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단지 주장으로만 그칠 때가 많다. 언어소통이 가능한 인간도 어려운데, 발성(發聲)만으로 끝나는 동물들에게서 성교 시의 쾌·불쾌를 판정하기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은 묘하게도 성교 시 쾌감의 절정이라는 이 오르가즘을 인간에게 부여할 때 공평하지 못했으며, 특히 여성에게는 더욱 많은 차별대우를 했다. 따라서 평생 동안 단 한 번의 오르가즘도 겪어보지 못하고 일생을 마감하는 불행한 여인이 있는가 하면, 한 번의 성교로도 여러 번의 오르가즘, 소위 ‘멀티오르가즘(multiorgasm)’을 느끼는 축복받은 여인네도 있다. 또 동일인이라도 그때그때 상태에 따라 달라지니, 오르가즘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매번 느끼지는 않는다고 한다. 아울러 연령과도 관계가 깊어서, 나이 들어감에 따라 출현 빈도도 감소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경향을 보인다.
오르가즘이 성교 시 쾌감의 최고 상태라고 해도 ‘성감’의 영역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래서 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오르가즘을 관할하는 뇌의 감각령과 자극수용기에 대해 많은 부분이 밝혀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의 성감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따라서 오르가즘 역시 문자 그대로 상대방의 심금(心琴)을 울릴 수 있는 마음으로부터의 사랑이 선행되어야 한다. 영화 속의 엠마누엘 부인처럼 언제 어디서든, 또 누구하고든의 성관계로도 오르가즘을 얻을 수 있어서, 단발마의 신음과 황홀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극히 희귀한 존재이므로….
우리는 앞서 매스터즈와 존슨이라는 서양의 학자들이 새롭게 정립한 여성의 성반응에 대한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렇다면 성반응 연구가 서양에서만 이뤄졌는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동서고금을 통해 성에 대한 의문은 차이가 없었으니, 일찍이 동양에서도 성에 대한 통찰이 행해졌다. 그 근거는 두말할 것도 없이 《소녀경으로, 실로 자세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그럼 《소녀경》에서 ‘오징(五徵)’, ‘오욕(五欲)’, ‘십동(十動)’이라 언급한 여성의 성반응을 알아보자. 먼저 ‘오징’은 성적 흥분에 따른 여성의 다섯 가지 징조이다. 그 첫째는 ‘면적(面赤)’으로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는 것이다. 둘째는 ‘유견비한(乳堅鼻汗)’이다. 젖가슴이 꼿꼿해지면서 유두가 발기하고 코에서는 땀방울이 돋는 현상이다. 셋째는 ‘익건인타(嗌乾咽唾)’로 목구멍이 말라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이다. 넷째는 ‘음활(陰滑)’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바르톨린 선의 분비작용과 질의 윤활화에 따라 음부가 촉촉히 젖는 현상이다.
마지막은 ‘고전액(尻傳液)’으로 꽁무니까지 음액(陰液)이 넘쳐흐르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는데, 이는 ‘G-spot’를 가진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일종의 사정반응으로 여겨진다. ‘오징’과 더불어 여성의 성적 욕구에 따른 변화현상을 설명한 ‘오욕’도 있다. 첫째 이성을 그리는 마음이 생기면 호흡이 가빠져서 숨을 몰아쉰다[意欲得之則의욕득지칙 屛息屛氣병식병기]고 했다. 둘째, 바야흐로 음부에서 남성을 맞이할 때는 코와 입이 둘 다 벌어진다[陰欲得之則음욕득지칙 鼻口兩張비구양장]고 했다. 셋째, 성관계가 시작돼 정욕이 불타오르면 몸을 파르르 떨면서 남성을 꼭 껴안는다[精欲煩之則정욕번지칙 振掉而抱男진도이포남]고 했다. 넷째, 성적 만족감이 차오르면 땀을 비 오듯 흘려 옷이나 침구를 적신다[心欲滿者심욕만자 汗流濕衣裳한류습의상]고 했다. 마지막으로 극치감에 다다르면 몸이 굳어지면서 눈을 감는다[其快欲之甚者기쾌욕지심자 身直目眠신직목면)고 했다.
한편 성관계 중 여성이 나타내는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를 열 가지 신체동작이라 해서 ‘십동’으로 표현했으니, 모두 다 알아두면 요긴한 실전적(實戰的)(?) 내용들이다.
첫째, 두 손을 내밀어 상대방을 껴안는 것은 몸은 물론 서로의 성기까지 밀착시키고 싶기 때문이다[兩手抱人者양수포인자 欲體相薄陰相當也욕체상박음상당야]. 둘째, 두 다리를 쭉 펴는 것은 음부의 윗부분을 비벼 대고 싶기 때문이다[伸其兩肶者신기양비자 切磨其上方也절마기상방야]. 셋째, 배를 쑥 내밀어 불뚝이는 것은 절정에 이르고 싶기 때문이다[張腹者장복자 欲其洩也욕기설야]. 넷째,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것은 기분이 고조됐기 때문이다[尻動者고동자 快善也쾌선야]. 다섯째, 두 다리를 들어 상대방을 휘감는 것은 남성을 깊이 받아들이고 싶기 때문이다[擧兩脚抱人者거양각포인자 欲其深也욕기심야]. 여섯째, 두 허벅지를 꽈배기 꼬듯 꼬아 대는 것은 안이 달아올라 간지럽기 때문이다[交其兩股者교기양고자 內痒滛滛也내양제제야]. 일곱째, 몸을 옆으로 흔드는 것은 깊은 곳의 좌우가 자극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側搖者측요자 欲深切左右也욕심절좌우야]. 여덟째, 몸을 일으켜 상대방에게 매달리는 것은 즐거움이 절정에 달했기 때문이다[擧身迫人者거신박인자 滛樂甚也제락심야]. 아홉째, 몸을 올곧게 쭉 펴는 것은 온몸에 쾌감이 다다랐기 때문이다[身巾縱者신건종자 支體快也지체쾌야]. 마지막으로 열 번째, 음액이 흘러나와 매끄러워지는 것은 이미 만족했기 때문이다[陰液滑者음액활자 精已洩也정이설야].
성관계 도중 여성의 태도를 관찰하는 습성이 많은 남자들에게는 ‘오징’, ‘오욕’, ‘십동’에 대한 설명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일일이 암기해서 그대로 적용시키려 하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성은 워낙 개인차가 심한데다가 특히 여성의 성감은 더욱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즉 그야말로 목석같은 불감증의 여자도 있고, 멀티미디어의 시대적 조류에 따른 ‘멀티오르가즘’의 여자도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의 상황에서 최선을 추구하는 게 최고다.
바둑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정석(定石)이란 배우고 나서는 잊어버려야 된다고…. 책에 나온 정석만을 고집하다가는 불계패 당하기 십상이듯, 《소녀경》에서 언급된 다섯 가지와 열 가지 내용만 떠올리다가는 여자로부터 ‘지금 어디서 딴 생각 하느냐’는 핀잔을 들을 수 있다. 핀잔이나 듣자고 배우는 건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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