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정,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좀 놔두자

황수정은 이 드라마에서 남파 여간첩 ‘지숙’을 연기한다.
북의 지숙은 아들 ‘상환’(위현태)을 낳고 힘들고 지친 삶 속에서도 오순도순 살던 남편 ‘태수’(장현성)가 갑자기 사라진 뒤 보위부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한다. 알고 보니 태수는 남의 국정원 요원으로 북파돼 15년간 활동하다 돌아갔다.
북은 상환을 인질로 삼아 지숙을 남으로 내려 보낸다. 태수를 설득해 북으로 데려오라는 것이다. 남에 온 지숙은 고정간첩의 도움을 받아 태수를 만나게 해줄 수 있는 남의 강력계 형사 ‘성호’(최수종)에게 접근한다. 고교생 아들 ‘준혁’(서현석)과 사는 홀아비 성호는 미모의 지숙에게 한눈에 반해 그녀를 가사 도우미로 들이게 된다.
지숙의 곡절 있는 삶을 들여다 보다 보니 문득 황수정이 걸어온 지난 세월이 떠올랐다.
황수정은 1999년 MBC TV 드라마 ‘허준’의 ‘예진 아씨’로 스타덤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당시 뭇 남성들에게 그녀는 여신으로 군림했고, 20대 후반 결혼 적령기로 신부감 0순위였다. 황수정이 어느 재벌가로 시집을 갈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호사다마였을까, 황수정은 2001년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몰락하고 만다. 그리고 인고의 세월을 겪고 2007년 SBS TV 드라마 ‘소금인형’으로 돌아왔지만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지 못한 채 다시 떠났다. 그리고 지난해 영화 ‘아파트’를 통해 재기를 꾀했지만 흥행 실패로 다시 수면 아래 내려갔다 이번에 우리 앞에 돌아왔다. 사실상 5년만이다.

황수정은 “그냥 인사로 받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한때 남성들을 열광시킨 화사한 미소를 지은 뒤 “동안의 비결은 없어요. 세월엔 장사가 없는 걸요. 저도 주름살이 생기고, 피부 탄력도 점점 사라져 가거든요”라면서 “어쩌면 욕심 부리지 않고 세월을 받아들이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일 겁니다”라고 털어놓았다.
황수정은 이 드라마에서 물고문도 받고 북의 간첩답게 온갖 액션 연기도 불사하게 된다. 예진 아씨 시절을 떠올린다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힘들거나 위험하진 않을까. 오히려 “앞으로 (액션이) 더 많아질 거에요. 사실 액션 연기를 전에는 안 해본 거라 흥미로워요”라고 즐거워 한다.
황수정은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작에 큰 애착과 기대를 갖고 있다. “일단 대본이 재미있고, 지금까지 보여준 정적인 이미지에서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동적인 부분이 많아 호기심과 열정이 생겼죠. (홍석구) 감독님의 열정에도 반했구요”라고 작품 선택 배경을 전했다.
베테랑 최수종(49)은 이런 황수정을 두고 “현장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완벽하게 준비해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고 칭찬했다. 황수정은 “아니에요. 완벽하다니요”라고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사실 급하게 촬영에 들어가게 돼 준비를 잘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덕에 잘 해나가고 있어요”라고 최수종과 장현성(41)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5년의 공백기를 궁금해 하다 못해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황수정은 “그 동안 연기를 쉰 건 아니에요. 간간히 영화를 해왔는데 독립영화다 보니 제대로 개봉을 못해 다들 잘 모르실 거에요”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황수정은 ‘아파트’ 외에도 ‘사이’(200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풍’(2010)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녀가 찬란한 여름 낮을 사는 동안 우군을 자임하던 미디어는 시린 겨울 밤이 되자 돌변했다. 쇠잔해진 늙은 사자에게 달려드는 하이에나 떼처럼 알 권리를 앞세워 황수정을 철저히 짓밟았다. 당시 황수정은 “직업이 연기자일 뿐 나도 사람이다. 매체의 소모품이 아니다”는 말로 항변했다.
그때 그 발언에 대해 황수정은 “지금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과거 큰 스캔들에 휘말렸습니다. 물론 진실도 있었지만 진실이 아닌 부분이 왜곡 또는 확대 보도돼 상처도 많이 입었죠. 누구나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다 똑같을 겁니다. 자신의 삶, 인생이 너무 왜곡, 확대 해석되면 힘든 것이겠죠”라는 마음이다.
더불어 “사람은 누구에게나 장점과 단점이 있죠.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시대지만 사람의 장점을 더 먼저 봐주셨으면 합니다. 기자 분들은 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분들이니까요”라고 청했다.
“이제야 연기하는 자체에 행복감과 즐거움을 느낀다”는 황수정은 오래 망설여온 복귀를 감행한 만큼 앞으로의 계획도 당차게 밝혔다.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평상시에는 밝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밝고 씩씩하면서 털털한 모습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내게는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밝게 살아가고 싶다’는 말로 해석됐다. 오랜 마음 고생을 겪으며 긍정의 힘을 깨달은 황수정이 더 큰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아들을 위하여’가 스토리도 해피엔딩, 시청률도 해피엔딩이 되길 문득 희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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