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폭스바겐 신형 티구안‥연비 굿, 눈길 딱

【서울=뉴시스】폭스바겐 신형 티구안.(사진 =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폭스바겐이 지난 9월 출시한 신형 티구안은 가격이나 연비, 구동력에서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SUV(스포츠 유틸리티 비히클)다.
특히 가공할 만한 연비가 압권이다. 무려 18.1㎞/ℓ나 된다. 국내에 팔리는 화석연료 전용 자동차 중 비교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BMW의 320d가 17.6㎞/ℓ로 겨우 뒤따라올 정도다.
여기다 눈길이 두렵지 않은 네 바퀴 굴림 방식에 구동력을 앞뒤 가변 적용하기 때문에 겨울에 제 성능을 발휘한다.
티구안은 폭스바겐 SUV 차량 중 맏형인 투아렉의 동생이다. 차 이름은 타이거(Tiger)와 이구아나(Iguana)의 합성어다. 힘과 민첩성을 갖춘 모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다.
플랫폼은 인기 차량인 골프와 같다. 앞부분은 수평 라인이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폭스바겐 디자인 DNA를 그대로 반영했다.
투아렉의 디자인 콘셉트를 이었기 때문에 앞쪽이 외견상 커 보인다. 하지만 실제 크기는 전장 4430㎜×전폭 1810㎜×전고 1690㎜로 그렇게 큰 편은 아니다. 휠베이스가 2605㎜이니 골프(2575㎜)와 파사트(2710㎜)의 중간에 해당한다.
외관 디자인을 보면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에 두 개의 더블크롬 라인이 적용됐다. 바이제논 헤드라이트와 헤드라이트에 통합된 14개의 LED로 구성된 새로운 주간 주행등이 강인한 눈매를 강조한다.
범퍼 아래에는 도시적 감각의 프론트 엔드가 중앙에 넓게 자리를 잡았다. 양쪽 구석에는 안개등을 감싸는 공간이 분리됐다. 블랙 프론트 스포일러는 하단부를 강인한 인상으로 마무리한다. 전면부의 접근각은 18°로, 도심형 SUV의 세련된 느낌이 더욱 강조됐다.
폭스바겐의 최근 모델들을 상징하는 큰 특징 중 하나는 독특한 후미등이다. 신형 티구안의 후미등도 두 개의 L자 모양인 투아렉과 같다. 후미등 아래에는 티구안의 새로운 수평라인이 강조됐다. C필러 부분이 깔끔하게 디자인 됐다.
측면 역시 간결하면서도 역동적이다. 강인한 느낌이지만 깔끔하게 정돈됐다. 18인치 뉴욕(New York) 알로이 휠은 신형 티구안의 역동적인 면을 강조한다. 크롬 처리된 사이드 스트립과 실버 컬러로 양극 처리된 루프레일은 실루엣을 돋보이게 한다.
실내는 눈에 띄는 변화보다는 일부만 변경했다. 그게 오히려 조잡스럽지 않고 고급스러움을 끌어올린 느낌이다. 센터페시아 패널이 크롬 도금에서 티탄 느낌의 컬러로 바뀌었다. 당연히 저렴한 티가 나는 크롬보다는 티탄이 더 고급스럽다.
대시보드의 질감이나 꼼꼼한 마감은 독일차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챌 정도로 깔끔하다. AV모니터와 아래쪽 공조시스템의 다이얼이 뚜렷하게 구분돼 있다. 모니터 좌우에는 네 개의 에어 벤트가 있다.
AV모니터는 터치스크린 방식이다. 오디오 볼륨조절도 스크린으로 해야 한다. 글로브박스 안의 쿨박스 기능은 그대로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조금 바뀌었다. 틸트 & 텔레스코픽 기능이 들어갔다. 계기판 디스플레이창 색도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바뀌었다.
국내 수입차 중 제일먼저 적용한 파크 어시스트(Park Assist) 기능은 2세대 시스템이 탑재됐다. 초기에는 주차가 어려운 여성 운전자와 초보자의 주차 보조 시스템으로 출발했지만 국내 브랜드들까지 따라할 정도로 이제는 안전을 위한 시스템으로 보편화하는 느낌이다. 평행 주차만 가능했던 1세대에 이어 2.0에서는 직각(T자) 주차도 가능하다.
실내는 파노라마 선루프 덕분에 시원한 느낌이 강렬하다. 일반 선루프보다 300% 큰 래미네이트 글라스(이중접합유리)가 적용됐다. 앞뒤자리에서 고개만 들면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폭스바겐 신형 티구안 실내.(사진 =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photo@newsis.com
뒷자리는 60대 40으로 분할되며 등받이 각도는 23도 범위 내에서 조절할 수 있다. 앞뒤 간격 역시 전후 16㎝까지 조절할 수 있다. 트렁크는 플로어를 들어 올리면 보조 타이어가 있고 주변에 수납공간이 있다.
엔진은 1968㏄ 직렬 4기통 DOHC 커먼레일 TDI(직분사 터보 디젤). 최대출력이 140마력(4200rpm), 최대토크는 32.6㎏·m(1750~2500rpm). 6세대 골프와 같은 엔진이다.
변속기는 7단 DSG 변속기가 장착됐다. 자동과 수동의 장점을 결합한 듀얼 클러치 방식이다. 현존하는 변속기 중 가장 뛰어난 변속기로 평가 받고 있다. 0.02초 만에 기어 변속이 가능하며, 시프트다운 시 변속충격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스포츠 주행시 수동보다 빠른 가속력이 가능하다. 가공할만한 연비 역시 이 변속기 덕택이다.
여기에 스타트-스톱 시스템, 에너지 회생 시스템 등이 한데 어울려 18.1㎞/ℓ의 연비를 만들어냈다. 이는 기존(15㎞/ℓ)보다 약 21% 개선된 것이다. 특정 상황에서 스스로 기어를 중립으로 변경해 연비를 높이는 코스팅 모드(Coasting Mode)도 적용됐다.
일반적으로 폭스바겐 차량들은 표시된 연비보다 더 좋게 나오는 편이다. 이런 다양한 연료 절약 기술들이 쓰였기 때문에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것이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발생하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비축해 자동차의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에너지 회생 시스템(Energy Recuperation System)까지 적용했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구동 시스템은 4모션의 네 바퀴 굴림 방식이다. 일반 도로에서는 90대 10으로 구동력이 배분되지만 미끄러지거나 하면 0대 100까지 순간적으로 토크 배분이 바뀐다. 기본 장착된 차체자세제어장치(ESP)와 결합되어 최적의 동력 배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앞바퀴 또는 뒷바퀴 구동 방식에 비해 탁월한 접지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눈길 또는 빗길뿐만 아니라, 고속주행이나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이다.
특히 눈길에서 유용한 게 오토 홀드(Auto Hold) 기능이다. 원래는 언덕에서 밀리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돼 브레이크를 놓쳐 나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자동변속기 레버 옆의 '오토 홀드' 스위치만 누르면 된다.
가속력은 매우 부드럽다. 제로백(0→100㎞ 도달시간)이 10.25초이고 최고속도가 188㎞/h에 달해 만족스런 움직임을 보인다. 100㎞/h를 넘겼지만 엔진회전은 2000rpm 어간에서 머문다. 레드존이 5000rpm부터이니 여유가 있다.
좀 더 가속을 해 봐도 엔진 소음이나 바람이 부딪혀 나는 풍절음이 적다. 이는 엔진룸과 바깥 소리의 실내 유입을 막기 위해 소음 분리 설계를 했기 때문이다.
골프의 플랫폼을 사용한 SUV여서 차체가 코너에서 흔들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거의 영향이 없다. 시트 포지션이 예상보다 높아 그런 생각을 한 것인데 의외였다. 승차감은 안락하다. 스티어링 휠(핸들) 역시 조향력이 좋고 탄탄한 느낌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피로감지 기능이다. 파사트에 먼저 적용됐다. 시동을 걸고 15분가량의 운전 행태를 기억했다가 이를 벗어나면 경고한다. 시승하면서 경험하지 못했지만 졸음운전을 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유용할 것이다.
이밖에 하이빔 어시스트와 다이나믹 라이트 어시스트, 레인 어시스트 등 안전장치가 적용됐다. 그럼에도 프리미엄 모델의 차값은 4450만원(부가세 포함)으로 같은 수입차들에 비해 1000만원 이상 저렴한 편이다. 이게 부담스럽다면 내년 1분기에 내비게이션과 파노라마선루프 등이 제외된 2.0 TDI 컴포트 모델이 3790만원에 나올 예정이니 좀 더기다려도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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