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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정치기본권' 목소리 커지는데…'국민 납득'이 관건

등록 2025.12.14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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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업무보고서 '교원의 정치기본권' 언급

李 "입법, 국민들께서 충분히 납득해야 가능"

총리 "프레임부터 정치적이지 않게 접근해야"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교사노조연맹을 비롯한 5개 교원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7.1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교사노조연맹을 비롯한 5개 교원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7.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예빈 박정영 수습 기자 =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교사의 정치 참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뤄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업무보고에서도 '교실의 정치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정치기본권 확대'라는 용어가 주는 부담이 언급된 만큼, 충분한 숙의를 거쳐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행 국가공무원법 65조와 공직선거법 85조는 공무원의 정치운동과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정당 가입이 불가능하고 정치적 의사 표현 활동에 제한을 받으며, 선거 때 특정 후보 지지 등 최소한의 정치 참여도 금지된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를 국정 과제로 채택하고, 최근 교육부 장관과 서울시교육감 등이 이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변화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진행된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교원이 존중 받는 사회를 위해 교원의 시민으로서의 기본권 회복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적 표현 및 정당 가입 등의 자유가 교원에게도 보장돼야 한다"며 "교원 정치 기본권을 둘러싼 오랜 논쟁을 마무리하고, 민주시민교육의 질적 도약을 위한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가 됐다"고 했다.

명확한 기준 마련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지난달 3일 "기본권의 문제다. 기본권 문제를 다수결로 정할 수 없고 권리"라면서도 "기본권을 인정할 때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상세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입을 통해서도 전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선생님들이 정치적인 중립을 이뤄야 하는데 아이들한테 한쪽 편을 들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것"이라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동의하는데 입법은 국민들께서 충분히 납득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교원의 정치기본권은 취지를 달리하면 '방과후 의사 표현 보장'인데 똑같은 얘기를 '교원 정치 기본권 확대'라고 하니 부담이 커지는 것 같다"며 "지혜롭게 프레임과 제목부터 정치적이지 않게 접근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하는 것 같다"고 제안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교사노조연맹을 비롯한 5개 교원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7.1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교사노조연맹을 비롯한 5개 교원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7.16. [email protected]


교원의 정치 참여를 허용한 영국, 독일, 캐나다 등은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면서도 교내 중립성 확보를 위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정책네트워크 정보센터가 발간한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 현황'에 따르면 영국은 교사에게 근무시간 외 자신의 시간과 비용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할 법적 권리를 부여하고 학교 밖에서 합법적인 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따라 영국의 교원 노조는 정치 기금을 조성해 교육정책 관련 로비 활동이나 선거 캠페인 등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수행한다.

동시에 영국은 '1996년 교육법'에 근거해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엄격히 제시하고 있다. 교사들은 수업 중 당파적인 정치적 견해를 홍보해서는 안 되지만, 기본권과 차별 반대와 같은 사회의 보편적 가치들은 정치적 중립성 의무 대상이 아니다. 정치적 쟁점을 다룰 때는 상반된 견해를 공정하게 제시해야 하고, 기후변화와 같은 과학적 사실은 정당별 대응을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독일에서는 교사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되 교육적 책임이 공존하는 형태로 허용된다. 정치교육에 적용되는 기본 원칙인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따라 교사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신 객관성과 학생 자율성을 보장해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해당 합의는 강요 금지, 논쟁성 원칙, 학생 자율 원칙 등이 담겨있다.

캐나다에서 교사는 일반 시민과 동일하게 헌법상 표현의 자유, 평화적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보장 받는다. 다만 교사 규제기관은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확히 요구하고 있다. 교사의 정치적 표현이 증오나 차별을 조장하거나 학교의 포용 의무와 충돌될 때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어느 수준으로 정치기본권을 보장할 것인지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본질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수업 과정과 교육활동 중에 선생님의 개인적인 정치적 신념 등이 교육과정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일단은 국회에서 법이 마련되고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사회에서도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합의되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나라처럼 교육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고 교육을 통해 자녀의 성공 등을 바라는 열망이 상당히 강한 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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