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적한 집성촌, 독극물 음식에 '발칵'

【함평=뉴시스】안현주 기자 = 전남 함평군 월야면 모 마을 경로당에서 노인 6명이 살충제 성분이 든 음식을 먹고 일부가 중태에 빠진 가운데 6일 오후 수사팀이 주민들과 함께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경로당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email protected]
조용한 시골마을이 독극물 음식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6일 오후 전남 함평군 월야면 모 마을 경로당 앞.
농한기를 맞아 평소 같으면 노인들로 북적였을 경로당은 개미새끼 한 마리 없이 조용하다.
경로당 입구에는 '출입금지'를 뜻하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전날 오후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던 주민 6명이 갑자기 복통으로 호소하며 쓰러져 긴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된 것.
주민들의 가검물에서는 '메소밀(Methomyl)'로 알려진 살충제 성분이 발견됐다.
전주 이씨 집성촌(集姓村)으로 30여 가구가 거주하는 이 마을은 사고 이후 유령마을처럼 변했다.
입원환자의 간병과 문병을 위해 집을 나선 주민들이 많아졌기 때문.
마을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은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는 수사관과 취재를 나온 기자들 뿐이었다.

【함평=뉴시스】안현주 기자 = 전남 함평군 월야면 모 마을 경로당에서 노인 6명이 살충제 성분이 든 음식을 먹고 일부가 중태에 빠진 가운데 6일 오후 마을 주민들이 사건경위를 수사하는 경찰관들을 바라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여기서 만난 정모(69·여)씨는 "뉴스를 본 딸이 울면서 전화가 왔더라. 군에서 복무 중인 아들도 안부 전화를 걸어왔다"며 "농한기 때문 매일 경로당에 만나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곤 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탄식했다.
이어 살충제 성분이 음식에서 나왔다는 소식에 "채소에도 농약을 치지 않는 주민들이다. 경로당에서 농약을 놔두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모(73)씨는 "이씨 집성촌이기 때문에 대부분 친척이고 이웃 간의 사이도 남다른 마을이다"며 "이번 일로 광주 병원에 입원 중인 친척을 찾아 문병하고 싶은데 마땅한 차편이 없어서 가보질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노인들만 사는 마을에서 집단 입원자에다 간병을 위해 집을 비운 경우가 많아 가축들 사료도 못주고 있다"며 "경찰이 경로당 씽크대 바닥까지 샅샅이 훑어 갔으니 조만간 원인이 밝혀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내가 입원 중인 또다른 이모(74)씨는 "고추를 다듬던 아내가 경로당에서 전화를 받고 서둘러 나갔는데 이런 꼴을 당했다"며 "자식들이 보살피고 있는 아내는 그나마 괜찮은데 위독한 주민들이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 마을에 거주하는 이모(55)씨 부부 등 6명은 전날 오후 5시45분께 경로당에서 닭볶음과 비빔밥으로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물고 복통을 호소해 광주 대형병원으로 분산 이송했다.
경찰은 이들 가검물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독극물이 음식에 어떤 경위로 들어갔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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