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균신' 신하균, 참 미안하다 정진영·최정원에게…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드라마 '브레인'의 이강훈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통신사와 인터뷰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브레인'은 성공에 대한 강한 욕망을 지닌 뇌 질환 전문 신경외과 의사 이강훈이 진정한 멘토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email protected]
신하균(37)을 지난해 7월 전쟁 휴먼 블록버스터 '고지전'(감독 장훈)의 방첩대 장교 '강은표 중위'로 만난데 이어, 17일 막을 내린 KBS 2TV 드라마 '브레인'의 천재 신경외과의사 '이강훈'으로 6개월만에 재회했다. 3개월여의 드라마 촬영 여파로 피곤한 기색이 느껴졌지만, 표정은 밝았고 목소리는 쾌활했다.
이강훈은 그 동안 봐왔던 거의 모든 드라마 속 주인공과는 상반된 캐릭터다. 물론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 주인공이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고, 피 나는 노력까지 한다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태생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아첨, 음모, 배신, 뒷거래까지 불사하는 모습은 그간 드라마 주인공들이 보여준 정의롭고 올바르기만 한, 상투적인 이미지들과 180도 달랐다. 바로 이런 점들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더욱 이강훈에 빠져들게 했는지도 모른다.
신하균 스스로도 같은 마음이다.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니어서 매력적이었다. 처음 대본을 읽으면서 이강훈이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멋있고 카리스마 있고 완벽한 인물이었다면 솔직히 다가가기 힘들었을 거다. 또 드라마 중간에 멘토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캐릭터였다면 오히려 재미없었을 것이다.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캐릭터가 흥미를 끌었다. 강한 듯하면서도 연민이 느껴지고 안타까웠기에 나 스스로 빠져들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만큼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특히 한국 남성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다."
신하균은 2003년 MBC TV 드라마 '좋은 사람' 이후 거의 영화에만 몰두해왔고, 그것도 대부분 색깔있는 캐릭터라 대중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그는 일약 대중적인 인기를 거머쥐게 됐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신들린듯한 연기를 펼쳐 '하균 신(神)'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신하균은 "처음 '하균신'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내 이름을 영어식으로 부르는 것인줄 알았다. 뜻을 알고 나니 민망하더라"고 쑥스러워하면서도 "밖을 돌아다녀본 적이 없어서 인기를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촬영을 하다 보니 처음 시작할 때와 끝날 때가 확연히 달라지긴 했다. 사람들도 많이 모이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다가와 아는 척을 하기도 했다"며 흐뭇해 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드라마 '브레인'의 이강훈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통신사와 인터뷰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브레인'은 성공에 대한 강한 욕망을 지닌 뇌 질환 전문 신경외과 의사 이강훈이 진정한 멘토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email protected]
영화계에서도 연기력으로 인정 받아온 신하균이지만 이강훈을 연기하면서 아쉬운 것은 없었을까. "왜 없었겠나. 당연히 있었다"며 "워낙 분량이 많다 보니 지나고 나니 생각나는 부분이 있더라. 미세한 부분이지만 시선 처리라든지, 대사톤이라든지 신마다 아쉬운 것들은 있다"고 털어놓았다.
스스로 울컥 치밀어 오르는 장면도 있다. 어머니 '김순임'(송옥숙)이 뇌종양으로 죽은 뒤 '수다쟁이 할머니'(김영옥)와 이야기를 나누다 이강훈이 한 독백이다. "물방울 무늬였어요. 엄마가 그날 입던 옷이요'로 시작되는 대사다. "대본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표현을 해주는구나 싶었다. 그 부분은 애드리브 없이 그대로 갔다. 가장 슬플 때 가장 즐거웠을 때의 감정을 보여줘야 해서 아무렇지 않게 돈가스 얘기하고 옷 얘기하다 보니 감정이 올라오더라.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돈가스에 대해 갖고 있는 추억이 하나쯤 있을 거다. 그런 감정이 복합돼 촬영했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하나, 신하균과 이강훈은 어디까지 닮았을까. "표현을 잘 못하고 무뚝뚝한 면은 비슷하다. 여자한테 잘못 대해 주거나 엄마나 여동생한테 센 척하고 다정다감하지 못한 것은 비슷하기도 하다"면서도 "이강훈처럼 카리스마 있거나 자신감 넘치는 사람도 못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강훈처럼 옷을 잘 입지도 못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브레인'을 하면서 신하균은 특히 두 사람에게 미안했다. 한 사람은 애증의 대상인 스승 '김상철 교수'를 연기한 정진영(48)이다. "정진영 선배와는 2001년 영화 '킬러들의 수다' 이후 오랜만에 만났다. 이 드라마를 하면서 항상 죄송했다. 계속 소리를 지르고 눈을 부라리고 했으니까. 반대로 늘 고마웠다. 내가 어떻게 연기하든 정 선배가 받아줘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존재만으로 내게 큰 힘이 됐다. 나중에 따로 조촐하게 소주 한 잔 마시며 '그동안 죄송했다'고 말하고 싶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드라마 '브레인'의 이강훈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통신사와 인터뷰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브레인'은 성공에 대한 강한 욕망을 지닌 뇌 질환 전문 신경외과 의사 이강훈이 진정한 멘토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email protected]
'브레인'은 '대한민국 젊은 의학자상'을 수상하게 된 이강훈이 수많은 신경외과 의사들 앞에서 특별강연을 하는 장면에서 막을 내렸다. 20부 내내 탐닉하고 집착했던 성공과 명성은 물론, 윤지혜의 마음까지 얻게 됐다. 그러나 그가 개과천선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강훈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모교 천하대 병원의 라이벌인 혜성대 병원으로 훨씬 좋은 조건으로 옮길 채비를 하고 있었다. 열린 결말이다.
신하균도 "이강훈은 계속 그런 이중적인 모습으로 살아갈 것 같다. 크게 변하진 않을 거다"고 여긴다. 그런데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로 "이강훈의 목표가 돈을 벌어서 호사를 누리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신하균을 위한, 신하균에 의한, 신하균의 브레인'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드러났다.
"이강훈을 통해 배우로서 대중 앞으로 성큼 다가갈 수 있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덕분에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기회가 생길 것 같아 즐겁다. 안 해봤던 영역을 할 수 있게 될 것 같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못해본 사극도 하고 싶고, 달달하고 부드러운 로맨틱 코미디도 좋겠다. 빨리 마음에 드는 좋은 작품 만나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 내게 있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촬영 현장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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