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성남 을지대 중독연구소장…약물중독 민간사회복귀센터 '다르크' 개설

【서울=뉴시스】한재갑 교육·학술 대기자 =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평범한 다세대주택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라는 간판이 붙었다.
'다르크'는 약물중독자가 직접 운영하는 민간사회복귀센터로 1985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개설됐고, 일본에는 현재 7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목동에 문을 연 ‘다르크’는 일본의 다르크 회원들이 3000만 원을 모금한 기금으로 개설됐다.
조성남 을지대 중독연구소장(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이 국내 다르크 개설을 기획하고, 일본 측과 연결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다르크 고문과 후원회장을 맡아 민간 중독재활 치료에 앞장서고 있는 조 소장을 만나 설립 의미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조 교수와의 일문일답.
- 국내 처음으로 '다르크'가 개설됐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나라는 약물중독자들에게 치료보다 교도소 수감 등 폐쇄적인 재활에만 치중하고 있어 약물중독자의 재발률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중독재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약물중독자 스스로 운영하는 재활센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소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 ‘다르크’의 특징은 무엇인가.
“약물중독자들이 모여 스스로 재활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중독자들로만 재활하는 폐쇄적인 재활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적극 연계하는 열린 재활방식을 추구한다. 사회성을 익히고, 사회에서 체험하는 것, 그것이 좌절 체험이라도 사회에 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다르크에서는 중독자가 공동생활을 하며 미팅을 기본으로 한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는 중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깨달으면서 과거의 생활방식을 수정해 가는 것이다. 국내 다르크가 활성화될 동안 일본 다르크 회원 일부가 한국 다르크 회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30여 년의 일본 다르크 운영에서 축적된 중독 극복 노하우 등을 전달할 계획이다.”
- ‘다르크’의 치료효과는 어떤가.
“일반적으로 중독을 치료할 때 환자는 수동적 입장이 된다. 그러나 다르크 치료는 회복자가 중심이 돼서 회복된 사람이 치료를 담당하기 때문에 자신의 속사정을 잘 알고 상담도 잘 된다. 치료받는 과정에 환자가 자포자기에 빠지는 경향이 많은데 회복자가 나서서 같이 토론하고 상담하다 보면 중독자는 희망이 생긴다. 그만큼 치료에 접근하기 쉽다. 회복자가 모델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스스로, 능동적으로 치료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밥도 하고 빨래도 하며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 중독자는 의존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생활을 함으로써 자립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효과가 좋다.”
- ‘다르크’ 운영에 비용이 많이 들 텐데.
“다르크를 통한 치료는 수감생활에 드는 비용의 1/7밖에 안 된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치료보다는 수감 위주의 정책을 시행해왔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크 치료의 효과성이 입증되어 법원에서는 다르크에 보내기도 하고, 구속 기간에 다르크에 의뢰해서 치료를 조건부로 보석을 해주는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효과성이 입증되어 다르크 운영을 위한 사회적인 지원도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지자체나 종교단체,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었으면 좋겠다. 중독을 범죄나 나쁜 습관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치료를 통해 회복 가능한 질환이라는 사회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 '중독'이란 것이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중독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약물중독뿐만 아니라 인터넷・게임・음주・도박・비만・쇼핑 등 다양한 중독이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데도 계속해서 자기 통제를 하지 못하고 반복적인 행위를 한다면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 출근할 때 휴대전화기를 집에 놓고 왔다고 불안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 전화기를 가져오는 것도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질병은 초기의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여 말기상태에 이르게 된다. 중독 또한 초기중독부터 말기중독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기중독만 중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치료효과는 떨어진다. 그러므로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중독이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1990년대 중반까지 본드나 부탄가스를 흡입해 검거되는 청소년이 7000~8000명이었지만, 지금은 좀 줄었다. 그러나 요즘은 연령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학생이나 청소년 시절에 호기심으로 시작하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 강한 약물을 찾게 된다. 약물에 중독되었던 경험은 뇌의 기억장치 속에 저장되어 평생 동안 기억에서 없어지지 않는다. 한번 중독자는 영원한 중독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헤로인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헤로인을 끊고 15년이 지난 사람도 재발 확률이 25%에 이를 정도이다. 기억과 관련되기 때문에 재발이 많아 중독을 완치하기가 어렵다. 재발이 반복될수록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예방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선진국은 약물예방 교육을 어떻게 하나.
“우리는 학생들이 하는 음주, 흡연을 한 때의 호기심으로 관대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술, 담배는 마약중독과 같은 약물중독에 이르게 하는 입문약물(gateway drug)이다. 술, 담배를 하는 아이들이 약물중독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입문약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예방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은 형식적인 수준이다. 교육시간도 얼마 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SAY NO’ 교육을 한다.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일종의 세뇌교육을 받는다. 그래야 약물의 유혹이 있을 때 아무런 조건 없이 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약물중독 예방교육은 어릴 때부터 해야 효과도 좋다.”
- 미국의 약물중독 실태는 어떤가.
“미국의 경우 2010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12살 이상 된 미국시민의 46.1%가 평생에 한 번 이상 불법적인 약물을 남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시민의 절반 가까이 불법 약물을 남용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12살 이상 된 사람 중 최근 한 달 이내에 불법적인 약물을 남용한 사람은 2180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남용자 모두가 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중독에 빠져들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이다. ‘마약과 전쟁’이 일상화되어 있을 정도로 미국은 약물중독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마약 관련 예산(National Drug Control Strategy)이 1년에 250억달러(30조원) 정도이다. 여기서 치료나 예방이 차지하는 예산은 36%로 11조원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예산도 거의 없다. 20억 원도 안 되는 실정이다.”
- 우리나라도 약물중독자가 증가하고 있나.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이미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되는 인원이 만 명을 넘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고 확산방지를 위해 통제가 필요한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오래 전에 인구 10만 명 당 중독자가 20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마약류 사범이 매년 1만 명 수준이기 때문에 마약 실태가 거기에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부가 갖고 있는 자료가 마약류 검거 사범 통계밖에 없으니 13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터넷으로 약물을 주문・결제하거나 외국과 교류가 활발해서 우리 주변에 불법적인 약물이 훨씬 더 많이 확산돼 있다고 봐야 한다. 일본은 지난해에 실태조사를 했다. 우리도 예산이 많이 들더라도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가 절실하다.”
- 약물중독자에 대한 정부의 치료대책은 어떤가.
“국무총리실 산하에 ‘마약류대책협의회’가 있지만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민의 인식도 약물중독을 범법자나 나쁜 행동으로만 볼 뿐 치료해야 할 병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게 문제이다. 중독은 병이기 때문에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건강검진을 받다가 조그만 암세포가 발견되면 적극 치료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약물중독에 대해 사회는 범법자로 인식하고, 중독자는 자기가 중독인데도 자신은 중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치료하기도 어렵고,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마약류 사범은 재범률이 거의 45~50% 수준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감보다는 치료에 더 많은 관심이 있어야 한다.”
- 약물중독자가 치료받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2000년 이전에는 마약법,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대마관리법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당시에는 중독자가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면 담당의사는 보건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관련 법률에 보고 의무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중독자가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는 순간 검거될 것이 뻔했기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려는 중독자가 없었다. 그러나 2000년 7월에 관련 법률들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로 통합되면서 보고 의무 규정이 삭제됐다. 이제는 약물중독을 치료받기 위해 어떤 병원을 방문하더라도 신분노출이 되지는 않는다. 일반치료와 동일하게 보험혜택을 받으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제도가 바뀐 지 꽤 오래됐는데도 홍보가 부족하다. 담당의사도 모르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약물중독자가 제도가 바뀐 것을 몰라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 돈이 없을 때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치료보호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본인이 치료를 원하면 18개 치료보호지정기관에 치료를 요청하면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 약물중독자가 치료를 잘 받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
“중독자의 99.9%가 중독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치료받을 때까지 기다리면 늦는다. 치료가 늦어져 상태가 심각해지면, 뒤 늦게 치료를 결심해도 치료받기가 어려운 것이 약물중독이다. 그래서 주변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강제치료가 가장 빠른 방법일 수도 있다. 인권침해 소지도 있지만, 행복을 지켜주는 것, 치료해 주는 게 인권을 보호해 주는 것 아닌가. 범법자이긴 하지만 중독으로 판정되는 경우에 본인이 원하면 교도소에 수감하는 대신에 치료를 받도록 하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사법절차를 밟도록 법원이 ‘치료 조건부 집행유예’ 제도를 만들면 좋을 것이다. 외국은 이런 시스템이 잘돼 있다. 외국에는 ‘약물법원’이라는 곳이 있다. 중독이 심한 정도를 판정해 치료가 필요하면 수감 대신 치료기관과 연계하여 치료명령을 내리고, 치료절차를 밟도록 한다. 물론 감독을 통해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교도소에 바로 수감이 된다. 우리나라도 약물법원 같은 시스템 도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다르크’의 향후 운영 계획은.
“일본 다르크 회원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출발했지만, 국내에서도 다르크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와 함께 지원도 필요하다. 다르크가 민간 중독재활기관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자자체, 종교단체, 정부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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