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개정된 성폭력법, 무엇이 달라졌나?

성폭력 범죄는 형법을 기본법으로 하고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특법')을 특별법으로 나눠 규율하고 있다.
기본법과 특별법에 중복되는 범죄 유형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즉 어떤 범죄가 특별법의 적용대상에서 포함되면 먼저 특별법이 적용되고 특별법에 없는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형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성폭력 관련법이 올해 6월19일을 기점으로 친고죄(반의사 불벌죄)가 폐지되고 남성도 강간죄의 대상에 포함되는 등 성폭력 관련 법령이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바 개정된 성폭력 관련법의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고소 및 공소제기와 관련된 규정에서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친고죄 조항과 '피해자의 의사에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 할 수 없다'는 반의사 불벌죄 조항이 폐지돼 고소가 없어도 수사해 공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됐다.
합의를 할 경우 이제 양형에 반영될 뿐이며 공소시효는 미성년자, 13세 미만자, 장애인 등에 대한 공소시효가 연장 또는 폐지됐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올해 6월19일 이전에 발생한 피해사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친고죄와 반의사 불벌죄 규정이 적용되므로 고소기간의 제한문제, 공소시효(개정 법률에서 공소시효 배제규정)가 지났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처벌 가능여부를 알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형의 감경 규정은 '성특법'에서 음주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상태에서 행한 성범죄의 경우 형법상 감경규정 적용이 배제돼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경을 인정받아 징역12년 형을 선고 받은 조두순 같은 사건은 이제 없을 것이다.
피해자 보호 범위의 확대는 형법 제297조 강간의 죄에서 '부녀'를 '사람'으로 개정돼 남성을 폭행·협박해 강간한 경우에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게 됐다.
또 장애인의 준강간죄 구성요건으로 '항거불능' 외에 '항거곤란'이 추가돼 성립요건이 완화됐으며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죄의 주체인 친족의 범위를 '4촌 이내의 혈족 및 인척'에서 '동거하는 친족'을 포함시켜 친족은 8촌 이내의 혈족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아울러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매매 강요행위의 행위수단에 '위력'을 명시하므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일련의 행위를 이용한 강요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돼 피해자의 보호 범위가 확대됐다고 할 수가 있다.
신설범죄로서 '유사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일컫는 것인데 성폭력을 성기 중심으로만 사고하고 처벌하는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에 따라 신설된 것이다.
'성특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촬영 후 의사에 반한 배포 등의 행위를 추가했는데 이 규정 신설로 인해 피해자가 촬영행위 자체에는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등의 행위를 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죄'는 공중화장실, 목욕탕, 찜질방 등의 공공장소에 침입해 타인의 신체를 훔쳐보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신설됐다.
'피해자 지원 및 보호제도'에서 모든 성폭력 피해자는 '피해자 변호사(피해자 국선변호사)'를 지원 받을 수 있고 의사소통 및 의사표현이 어려운 13세 미만이나 장애인 피해자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 참여, 의사소통 및 의사표현을 지원하는 '진술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나 참고인이 법정에 출석하는 경우 재판 전·후에 피고인(가해자)이나 그 가족과 마주치지 않도록 '증인지원실'을 이용해 법정으로 이동 할 수 있다.
또 피해자들이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이름, 주민번호, 주소등과 같은 인적사항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반영해 개정된 '성특법'은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고 고소장 및 진술서를 제출 가능토록 하고 인적사항은 '신원관리카드'를 작성해 검사가 관리하는 등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신변보호조치를 강화했다.
성폭력 사건의 해결은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피해사실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에 있는바, 피해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대구동부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신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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