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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촉법소년 연령 논의, '처벌과 보호' 사이 균형점 찾아야

등록 2026.04.03 13: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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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촉법소년 연령 논의, '처벌과 보호' 사이 균형점 찾아야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는 언제나 분노에서 출발한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어린 나이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 여론의 화살은 자연스레 '연령 하향'으로 향한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응보적 정의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취재 과정에서 마주한 소년 범죄의 실상은 분명 엄중했다. 증가하는 범죄 건수, 대담해지는 수법 그리고 처분 수위에 대한 논란까지. 법의 허점을 인지하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사회적 체감은 분명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으로 수렴한다. 

실제로 촉법소년 범죄의 양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5년 사이 소년원 송치인 보호처분 8~10호에 해당하는 중한 조치를 받은 사례들도 늘고 있다. 이는 촉법소년 범죄 억지력의 한계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처벌이 약하니 더 대담해진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단순히 연령을 낮추는 것일까. 이 결론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건너뛴 주장일 수 있다. 형사처벌 가능 연령을 낮춘다고 해서 범죄 발생 자체가 유의미하게 줄어든다는 명확한 근거는 제한적이다. 자칫 조기 전과자 양산이라는 부작용만 키울 가능성도 있다. 처벌의 강도보다 중요한 것은 개입의 시점과 방식이라는 분석도 많다.

간과하기 쉬운 지점은 촉법소년 제도의 취지다. 이 제도는 단순히 '처벌을 면제해주는 장치'가 아니라 미성숙한 청소년에게 형벌 대신 교정과 보호를 통해 사회 복귀를 돕겠다는 전제 위에 설계됐다. 물론 현실에서 그 취지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면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나 취지가 훼손된 채 처벌 중심으로만 기울 경우 제도 자체의 방향성도 흔들릴 수 있다.

촉법소년 제도를 그대로 두자는 말은 아니다. 솜방망이 처벌, 피해자 보호의 공백, 재범 방지 기능의 부재 등 현행 소년사법 체계에는 분명 보완해야 할 지점이 있다. 보호처분의 실효성을 높이고, 재범 위험이 높은 소년에 대한 집중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연령 하향 여부와 별개로 시급한 과제다. 

연령 하향 논의 자체를 닫아서는 안 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갈수록 흉폭해지는 촉법소년의 범죄에 대한 분노가 정책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분노는 문제를 드러내는 신호일 뿐 해법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촉법소년 문제는 사회 안전, 아동·청소년 정책, 형사사법 체계가 모두 얽힌 복합적인 사안이다. 그만큼 결정의 무게도 크다.

단기적인 여론에 기대 방향을 정하기보다 충분한 데이터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직관적인 해법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 오히려 그 단순함이 문제의 본질을 가릴 위험도 있다. 촉법소년 논의는 연령 하향이라는 쉬운 답이 아니라 처벌과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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