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열 공부법]앎의 즐거움을 가르쳐줘야 한다

전교권에 드는 학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전교에서 놀기는 하는데 1등을 못해봐서, 엄마는 열심히 자녀를 학원에 보냈습니다. 아이도 워낙 성실한 편이라 열심히 공부했지요. 그런데 도무지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겁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결론을 말하자면 삽질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학생이 부족한 것은 내신 성적이었습니다. 모의고사보다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였습니다. 특히 영어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학원에서 텝스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영어 실력이야 좋아졌을지 모르지만 당장 내신 성적 올리는 데는 소용없는 일이었던 거지요.
이런 경우가 생각 외로 많습니다. 이과를 가고 싶어 하는 학생에게 국어 공부를 시킵니다. 수능도 아니고 내신 국어를요. 내신이 왜 이래? 하면서 수능 공부나 텝스, 토플 공부를 열심히 시킵니다. 이건 엄마가 공부에 대해 개념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엄마들일수록 정보에 혹하고, 몰려다니기를 좋아합니다. 잘 모르는 엄마들끼리 모여서 자녀들에게 맞지 않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는 겁니다. 그런 계획이 자녀들에게 잘 맞을 리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자녀에게 필요한 게 뭔지 모르니까요.
가장 먼저, 자녀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이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공부의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방향이 분명히 정해져야 시행착오를 최소화면서 최단시간, 최단경로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좌우로 흔들릴 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잠깐 쉬었다 갈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올바른 방향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크게 손해 보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엄마가 잘못된 방향으로 자녀를 인도한다면? 힘들게 산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갔더니 “어? 여기가 아닌가 봐?” 하는 셈이 되는 거지요. 조크라면 웃어넘길 일이지만, 자녀에게는 짧으면 1년, 길면 인생이 걸린 문제입니다.
자녀를 만드는 것은 부모입니다. 자녀를 태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현재 자녀의 모습 또한 부모가 만든 것입니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아이,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 역시 부모가 만듭니다.
TV를 비롯한 미디어와 스마트폰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이는 상호작용 없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길들여집니다. 아빠가 놀아준 아이와 미디어만 접한 아이 사이에는 지능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왜 놀았는데 지능이 높아질까요? 인간은 상호작용 속에서 머리를 써야 지능이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상호작용은 멍하니 쳐다만 봐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학원 강의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선생님이 하는 말을 듣는 것은 일방통행입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서 필기하고, 모르는 것은 물어봐야 합니다.
공부하기 좋아하는 아이는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압니다. 이 즐거움을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부모가 할 일입니다.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깨달음을 향해 나아갈 줄 아는 자녀로 키워 주세요. 문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풀면 아이는 무척이나 뿌듯해합니다. 그리고 한 권을 ‘다 떼었다’고 하고, 갖다 버리든가 어디 구석에 쌓아 놓든가 합니다. 하지만 진짜 공부는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자, 자녀가 다 푼 문제집을 펼쳐보세요. 맞은 문제가 있고 틀린 문제도 있을 겁니다. 몇 개 틀렸는지 세어 보라는 게 아니니까 많이 틀렸다고 화내지 말고, 틀린 문제를 자녀에게 다시 풀어보라고 하세요. 이렇게 해 보면 99%의 자녀들이 틀린 문제 또 틀리고, 맞은 문제 또 맞습니다. 문제집을 몇 권을 풀어도 그렇습니다. 이건 공부한 게 아닙니다. 이제 겨우 자기가 뭘 모르는지 알았을 뿐입니다.
진짜 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았으니 그다음에는 모르는 걸 공부하면 됩니다. 틀린 문제를 틀리지 않을 때까지 풀어보는 것이지요. 틀린 문제만 골라서 풀어보고, 그중에서도 또 틀린 문제는 다시 풀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답지를 봅니다. 해설을 보고 그대로 하면서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같은 문제가 나오면 또 틀립니다. 하지만 틀렸다는 건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찾았다는 것이고,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다시는 틀리지 않게 공부할 기회니까요.
송재열(시험지존 공부법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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