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가족의 본질, 언제 어디서든 바뀐 적 없다…연극 '유리동물원'

미국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1911~1983)의 연극 '유리 동물원' 속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생각과 목표가 너무 달라 엄마 '아만다', 딸 '로라', 아들 '톰'은 가족으로 묶여있지만 서로 상처만 줄 뿐이다.
아만다는 자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화려했던 젊은 시절의 환영에 빠져들지 못하면 살아가기 힘들다. 로라는 수줍음이 지나치게 많은 데다 한쪽 다리까지 전다. 항상 집안에서 유리동물과 축음기에만 매달리며 '자기세계'에만 빠져 있다. 신발공장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톰은 현실을 부정하며 시인이 되기를 원한다. 집과 직장에서 탈출을 꿈꾸며 영화에 매달린다.
이 가족이 희망을 보는 순간도 있다. 아만다가 톰에게 로라의 적당한 남편감을 집에 초대하라고 종용하고 톰이 '짐'을 데리고 오는 순간이다. 로라와 짐의 관계가 진전되자 아만다는 크게 웃는다.
짐에게는 그러나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다. 아만다와 로라는 더욱 절망하고, 톰은 방랑벽이 있어 집을 비운 아버지처럼 결국 집을 떠난다.
이 가족이 더 비관적으로 느껴지는 건 시대배경 때문이다. 1930년대 미국은 경제공황과 실직, 가정 파탄으로 인해 좌절과 충격에 빠졌다. 후반에는 제2차 세계대전도 벌어진다. 톰은 폭격으로 애꿎은 수천명이 죽은 스페인의 '게르니카'를 들먹이며 '인간성'을 꺼내들려 하지만 이 가족의 앞날도 아득하다.
짐은 그런데 이 가족과 다르다. 톰과 같은 창고의 사무직에 근무하는 그는 야간 대학에서 방송과 스피치를 전공하고 있다. 미래는 방송 사업이 대세가 되리라 예견, 준비한다. 이미 이 가족의 사위가 되기에는 멀찌감치 벗어나 있다.
짐과 로라는 춤을 추다가 로라가 가장 아끼는 유리동물 중 하나인 유니콘의 뿔을 부러뜨린다. 이제야 다른 말처럼 평범하게 돼 외롭지 않게 됐다고 말하는 로라는 그 유니콘이었던 말을 짐에게 기념으로 건넨다. 유일한 희망마저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유리동물은 그렇게 연약하다.

결국 우리의 반영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낮에 생활하고 밤에 꿈꾼다. 1930년대 미국 가족 틈바구니나, 2014년 한국 가족 사이에서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은 서로를 향하지만, 그 최종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엇갈린다. 아만다는 톰에게 외쳤다. "이기적"이라고. 바늘은 그렇게 직접적으로 찌른다. 무대미술가 윤정섭의 무대는 왼쪽으로 기울어져있다. 그렇게 관객의 마음도 기운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삐딱하듯이.
따뜻하면서도 시린 삶의 양면을 그린 한태숙 극단 물리 대표는 여전하다. 김성녀의 아만다와 정운선의 로라는 현실적이라 아프다. 이승주의 톰은 현실에 부대낄 수밖에 없어 애틋하다. 첼로 한 대의 라이브 연주가 절절함을 더한다.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2만~5만원. 1644-2003.
고전은 시대를 관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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