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맘' 김희선 "엄마로서 사회에 할 말 했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가 나왔다며 기뻐하는 김희선(38)에게 몸매 관리 비결을 묻자 "술을 마신다"는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 대답을 듣자 지난 3월 MBC TV 드라마 '앵그리맘' 제작발표회에서 같은 질문을 받고 "마음이 썩으면 얼굴도 썩는다"고 말하던 호탕한 모습이 떠올랐다.
동시에 "20년 째 그런 질문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던 모습도 생각났다. 그리고 타고난 사람에게 괜한 질문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데뷔 후 20여 년 째 대한민국 대표미인 자리를 내놓지 않는 김희선에게 말이다.
어쨌든 그 타고난 얼굴과 몸매 덕분에 그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앵그리맘'에서 교복을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가 맡은 역할은 '조강자',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딸을 지키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위장하고 학교에 잠입하는 엄마였다.

"김희선이 애를 직접 키우겠느냐, 김희선은 마사지나 받고 운동하고 쇼핑이나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어떤 상황이건 엄마 마음은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강자가 딸 '아란'이를 생각하는 마음이나 제가 연아를 생각하는 마음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엄마 마음을 표현하는 건 정말 자신 있었어요."(김희선)
오히려 캐스팅 제의를 받고 한 달여 망설인 이유는 교복 때문이었다. 제 아무리 김희선이라지만 그도 어느덧 마흔을 목전에 둔 아줌마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복을 소화할 수 있을까, 시청자가 교복을 입은 제 모습을 불쾌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김희선의 고민은 기우였다.

그러나 교복을 입은 김희선의 미모나 '조강자'의 사랑은 '앵그리맘'에서 곁다리에 불과했다. 드라마의 핵심은 고등학생이 된 '조강자'가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조강자'가 딸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김희선과 함께 자리한 최병길 PD는 "드라마의 진정성이 훼손될까봐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의도치 않은 '케미'에 '고복동'과 '조강자'의 사랑을 응원하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전부 잘라냈다.

그렇게 드라마는 학교폭력에서 출발해 왕따, 폭력, 원조교제, 자살, 재단비리까지 사회의 굵직한 문제로 이야기를 끌고 갔다. 부실공사로 붕괴된 학교에 갇힌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세월호 참사도 정면으로 건드렸다.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악역 '홍상복'(박근형)이 지병 때문에 3개월 만에 특별 사면되는 것도 답답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너무 무겁다는 얘기를 들어서 수위조절에 실패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중간에 위기감이 들기도 했지만 큰 방향은 잘 잡고 이끌어 온 것 같아요. 개운하지 않은 결말도 계획돼 있었어요. 악을 물리친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는 거였죠. 왜냐하면 그게 우리 실상이니까요."(최병길PD)

김희선은 "'앵그리맘'은 얻은 게 제일 많은 드라마"라고 말했다. 관심도 없던 신문의 사회면과 뉴스를 보기 시작했고 "나 놀기 바쁘고, 나 살기 바빴던" 김희선이 주위를 둘러보게 됐다. '연아 엄마'로서 연아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계획도 세웠다. 그저 예쁜 탤런트였던 김희선을 배우로 인정하는 대중의 시선도 따라왔다.
"지금 20년 째 매 작품마다 재발견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김희선은 "그 전엔 그렇게 형편없었냐"고 되물으며 웃었다.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저는 그냥 했던 연기는 또 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좋은 말만 하면서 눈물만 흘리는 역할, 저는 이제 그런 건 안 하고 싶어요. 젊을 때 많이 해봤잖아요."(김희선)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