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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0자평]좀비·마술·환상의 빛·…7월 4주차

등록 2016.07.20 08:41:02수정 2016.12.28 17: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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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영화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7월 4주차 주요 영화 200자평.

 ◇한국 재난영화의 일보 전진…'부산행'(★★★☆)



 연상호는 두 가지 우려를 날려버렸다. 애니메이션만 해온 연출가가 실사 영화에서도 그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사회적 메시지가 진득하게 달라붙은 소위 작품성 높은 작품들을 해온 창작자가 오락영화 연출도 가능할지, 연 감독은 둘 모두를 해냈다. 연상호 감독이 가진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 안다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도 새로운 것으로 둔갑시키는 언변술도 그 재능에 속한다.

 ◇이게 마술이라고? CG가 아니고?…'나우 유 씨 미2'(감독 존 추)(★★☆)

 '나우 유 씨 미2'는 여름 블록버스터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한다. 마술인지 CG인지는 알 수 없는 마술과 전작보다 더 큰 규모로 어쨌든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약하다보니 케이퍼 무비 특유의 통쾌함이 이 영화에는 적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 하는 것에 비해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약점이다.



 ◇그래도 살아지겠지만, 그렇지만…'환상의 빛'(★★★★☆)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괜찮아진다고 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은 틀렸다. 잠복해 있을 뿐, 조금이라도 면역력이 약해지는 상황이 오면 슬픔과 고독과 외로움과 상처와 고통과 분노와 후회와 무기력들이 바이러스처럼 순식간에 마음 속에 퍼져버린다. 우연히 들은 자전거 벨소리가, 자전거를 구경하는 아들의 모습이 그렇다. 매일은 아니겠지만 매번 가슴 아플 것이다. 그리고 유미코는 타미오에게 이쿠오를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또 말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추억…'에브리바디 원츠 썸'(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우리가 알고 있는 링클레이터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르게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연출자가 누군지 모르고 보면 링클레이터 감독이 만들었다고는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대학교 야구팀 신입생으로 들어간 '제이크'(블레이크 제너)는 개강을 3일 앞두고 야구팀원들과 매일 밤 파티를 벌인다. 링클레이터는 이들의 미친듯한 파티를 통해 젊은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고, 그때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건 미국의 추억이지 우리의 추억이 아니어서 공감이 잘 안 된다.





 ◇완벽한 가족영화…'도리를 찾아서'(감독 앤드루 스탠턴)(★★★★☆)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도리를 찾아서'는 완벽한 가족영화다. 이 영화에는 가족 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용기가 있다. 게다가 넉넉한 유머도 있다. 이 모든 게 과하지 않게 가슴을 친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사랑스러운 캐릭터도 영화를 더 즐겁게 한다. 모든 일이 다 끝나고, 말린이 도리에게 말한다. "넌 해냈어(You did it)." 맞다. 픽사가 해냈다.  

 ◇정말 착한데 매력없는…'로렐'(감독 피터 솔레트)(★★☆)

 퀴어물이지만 '캐롤'과 같은 레즈비언 로맨스 영화는 아니다. 소수자인 인간이 다수와 평등하게 대접받을 권리를 찾아가는 이야기. 희한하게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줄리언 무어와 앨런 페이지가 아무리 열연해도 소용 없다. 사회에 대한 올바른 시선을 담았다고 해도 영화는 영화처럼 만들어야 한다. 2시간짜리 캠페인용 영상을 봐야 하는 건 고문이다.

 ◇무리수 무리수 무리수…'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

 김혜수가 연기한 '고주연'은 인간적으로 가까이 하기 싫은 사람이다. 철이 없는 걸 넘어서는 인간형이랄까. 김혜수가 이 인물을 아무리 사랑스럽게 연기하려고 해도 극복이 안 된다. 게다가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무리한 전개를 반복하고, 기어코 관객의 눈물을 뽑아내려고 한다. 마동석의 코미디 연기가 그나마 이 영화를 살렸다.

 ◇기억하자 윤가은…'우리들'(감독 윤가은)(★★★★)

 이 영화가 돋보이는 지점은 특정 세대의 이야기를 모든 세대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능력이다. 이 확장력을 단순히 연출력과 연관지을 수는 없다. 보려고 하는 것을 얼마나 세심하고 사려깊게 '관찰'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고, 결국 보아낸 것에서 어떤 감정들을 '추출'해낼 것인지의 문제다. 이런 면에서 윤가은 감독은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연출가다.

 ◇잊히지 않는 이선호크의 연기…'본 투 비 블루'(감독 로버트 뒤브로)(★★★☆)

 '본 투 비 블루'에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그런데도 이 영화에 동의하고, 이 영화를 긍정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단 하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에 한정해서 보자면) 쳇 베이커는 인간적으로 봤을 때 쓰레기다. 하지만 음악인 쳇 베이커는 아름답다. 음악에 대한 태도가 아름답고, 그 태도가 만들어낸 음악이 아름답고, 나아가 쉽게 판단하지 않는 이 영화의 화법도 아름답다. 그리고 결국, 이선 호크가 아름답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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