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춘향전]⑨(끝)'춘향전 박사' 설성경 교수 "조경남은 조선의 세익스피어"

**
지난 1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설 교수는 "기존 '춘향전'이 사랑을 다룬 연애소설이라면 조경남 버전은 실체가 있는 역사성 깃든 퓨전소설"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다음은 설 교수와의 일문일답.
- '춘향전'을 연구하게 된 동기는.
"연세대 국문과에 입학했더니 서울대 출신 박사인 김동욱 교수가 재직하고 계셨다. '춘향전'의 최고 권위자의 학문을 제대로 배우기로 하고 자원해 조교가 됐다. 1977년에는 '춘향전 비교연구'를 교수님과 공저로 출간했다. 그때 교수님은 1세대 연구는 여기까지니 이제부터는 2세대인 네가 나서라고 하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춘향전 학통을 물려받게 됐다."
- 현재 '춘향전'을 연구하는 학자가 많은가.
"웬만한 국문학자들은 '춘향전'에 관해 한 두 편의 논문은 쓰게 된다. 그래서 자칭타칭 다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목숨 걸고 꾸준히 하는 학자는 없다."
- 남원시는 춘향 관련 학설이 여럿이며, 설 교수의 학설도 그 중 하나라고 한다.
"학설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몇 개의 근원설화가 모여 춘향전이 됐다는 제 스승 김동욱 교수님의 학설이다. 이 학설은 1960년대까지 이룬 최고의 성과로 그때까지는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근원설화로 제기된 것에는 암행어사 설화로 성이성 설화가 있었다. 나의 스승은 성이성 사건을 설화로 봤다.
7년 간의 연구실 조교를 지낸 수제자 위치에서 20여년 간에 걸쳐 역사적 사실을 발굴해냈다. 스승의 학설을 발전시킨 것이 남원 책방도령이 훗날 암행어사가 된 성이성 사건이다. 그의 스승이 원작가 조경남이라는 것이 두 번째 학설이다. 나머지는 지엽적인 주장이다."

**
"향토사학자 등 일부 그런 분위기로 끌고가는 분들이 있었다. 나는 누구 못지 않게 남원문화를 옹호하고 철저한 연구로 지원하는 사람이다. '춘향전'과 작가 조경남 연구로 귀중한 지역 문화콘텐츠를 발굴해줘도 남원에서는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 희한한 일이다. 대구 출신 학자가 이렇게 연구해 남원에 바치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멋진 러브스토리 아닌가. 나에게 춘향전 연구에 기본 아이디어를 주신 분은 호남분이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전남 장성의 대유학자 '변시연'옹이 바로 나의 호남 스승이다."
- 남원에서 가장 반대한 분은 누구인가.
"반대 세력의 선봉장은 당시 남원문화원 사무국장이었다. 그분이 앞장서 비판적인 얘기를 많이 했고, 지역 언론이 그를 지지했다. 그 분은 그 후에 남원시 공무원을 지내다가 몇 해 전 세상을 떠났다."
- 반대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몇몇 사람들이 향토애가 지나쳐 춘향이란 관광 상품을 경상도에서 빼앗아 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됐다. 남원 분들을 위하고 춘향 축제에 유익한 것인데 오해했다. 세익스피어 같은 '춘향전'의 원작가가 서울도, 부산도 아닌 남원 사람이라고 밝혀서 바쳤는데 이를 고마운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작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인 세익스피어다. 세익스피어가 있었기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는 것 아닌가."
- 우리나라 교과서에는 '춘향전' 작가가 아직 미상으로 돼 있다.
"학자들이 나의 논문이나 저서에 대해 비판한 것은 없었다.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로 '증거가 미흡하다'라고 하는 정도이지 '아니다'라고 하지는 않았다. 국문학자들의 성향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이다. 학자들이나 교사들이 새 주장을 주목해 그 이치를 살펴보고 '이게 발전된 새로운 학설이니까 앞으로 이를 가르치자' 라는 태도보다는 60년대의 학설대로 가르친다. 새로운 성과 수용에는 엉거주춤한 상태에 있다."
- 언제쯤 '춘향전'이 조경남 저서로 공인될 것 같나.

설성경 연세대 명예교수가 노트북을 펼쳐 놓고 자신의 학설을 설명하고 있다.
- 후대의 일반 '춘향전'과 조경남 '춘향전'의 차이점은.
"'춘향전'이 연애담 중심이냐 아니면 강력한 시대정신을 담아냈느냐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후대의 소설은 사랑을 주제로 다룬 연애소설로 수용됐다. 반면 조경남의 원초 '춘향전'은 항왜 의식 및 탐관오리을 비판하는 사회소설과 역사소설적 의미가 함께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이몽룡은 성이성, 작가는 조경남이란 연구 결과를 발표한 지 17년이 지났다. 그 후 새로운 성과는 없나.
"제 연구도 그동안 발전했다. 노진설화를 새롭게 연구 중이다. 춘향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지금까지는 노진 야담에서 파생되는 사실들을 주목하고 있다. 머지 않아 새 자료가 뒷받침되는 저술 '춘향전의 감성미'에서 춘향 모델의 실체를 밝힐 테니 기대해 달라."
- '춘향전'은 설 교수께 어떤 존재인가.
"한마디로 말한다면 저에게 '춘향전'은 '학술적 연인'이다. 그래서 제 호(號)도 '향사(香史)'다. '향(香)'에는 춘향과 향단이가 다 포함된다. 학부 졸업논문 이래 '춘향전' 논저를 40여년 지속적으로 내놓았다. 나이 30대 후반부터 나의 별칭을 언론에서 '춘향전 박사'라고 불렀다. 그러니 춘향은 앞으로도 이별할 수 없는 나의 동반자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