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경제에 '트럼프 효과' 그림자…수출기업 타격 우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제약회사 대표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 약값이 천문학적으로 비싸다면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02.01.
독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독일이 저평가된 유로화로 특혜를 보고 있다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등장 이후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독일의 투자자들이 관망세(wait-and-see)로 돌아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경제에 드리운 ‘트럼프 효과’를 가장 먼저 감지한 곳은 독일 뮌헨 IFO 경제연구소이다. 이 연구소에서 발표하는 IFO 기업환경지수(BCI)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독일 경제의 전망을 이전 보다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FO 경제연구소는 지난달 25일 7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월달 BCI가 109.8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6년 9월 이후 최저치다.
IFO 경제연구소 소장인 클레멘스 푸에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입장이 취임 후에는 바뀌리라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젠 조금 불안해지고 있다. 걱정스럽다. 그의 정책은 통하지 않을 것이고, 무언가 희생양을 찾으려 할 것이다. 독일 기업들이 커다란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00여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는 VCI(독일화학산업협회)의 대변인인 만프레드 리츠(Manfred Ritz)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우리는 열린 시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의 비즈니스는 수출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유럽연합(EU) 경제를 돌리는 모터 역할을 하는 나라다. 2015년 기준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3조 유로(약 3742조 원)였다. 이중 40%에 육박하는 1조1900억 유로(약 1484조원)는 수출을 통해 쌓아올린 것이다.
독일은 미국의 3대 무역 적자 대상국 중 하나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사이 미국의 무역 적자는 6771억 달러에 달했다. 대 중국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47.2%(3193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일본과 독일은 각 9.2%와 8.8%를 차지했다. 미국은 독일과의 무역에서 지난해 1~11월 59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급기야 트럼프 행정부가 대 독일 무역적자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독일이 “극도로 저평가된 유로화(grossly undervalued euro)”를 통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독일이 저평가된 유로화로 인한 수출 경쟁력의 득을 보고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은 유로화에 영향을 줄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메르켈 총리는 같은 날 스톡홀름에서 가진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항상 유럽중앙은행(ECB)의 독립성을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산 BMW를 미국 시장에서 팔기 위해서는 35%의 관세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빌 잉글리시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6.1.17.
독일경제를 지탱하는 중소기업인 ‘미텔슈탄트’들은 미국과 EU간 자유무역협상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을 지지해 왔다. 리츠 회장은 “우리는 TTIP를 지지한다. EU와 미국의 화학산업 규정은 많이 다르다. 표준화를 하면 훨씬 일이 수월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TTIP 결렬을 유럽 탓으로 돌리고 있다. 나바로 위원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미국과 EU 간 자유무역협상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을 타결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TTIP를 죽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이미 벌어진 일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TTIP는 한 지붕 아래 있는 많은 나라들과의 다자간 협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화 돼 있는 제품 생산 시스템을 미국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밝힌 점도 독일 기업들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나바로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 중 하나는 해외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는 미국 기업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미국은 외국에서 들여온 부품을 들여와 조립만 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미국 경제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부품들을 생산해야 한다. 튼튼한 국내 공급 체계를 갖추게 되면 일자리도 생기고 임금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미 하원에서 공화당 지도부가 추진 중인 국경세를 지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불공평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서 불평등한 세제 운용되고 있다.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불공정한 처사다. 미국의 수출 기업들은 보이지 않는 관세를 물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인들은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 우리 소득세제에 대한 이러한 불공정한 부분을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원에서 제안한 국경세 도입은 여러 대안 가운데 가능한 선택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나바로는 "세계화주의자들의 낡고 지겨운 주장에 불과하다. 그들은 미국의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려 우리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억압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복지혜택보다 급여를 주는 것을 우리는 선호한다. 미국 중산층들이 높은 임금을 통해 부강해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국경세를 도입하면 미국 달러 강세로 인해 결국 수출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 대해서도 나바로는 "내가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상품 무역적자가 미국의 경제 성장률과 소득 성장률에 미치는 실제적인 충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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