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엠' 바리톤 정일헌 "한국무대 그리웠다"

【서울=뉴시스】 정일헌, 바리톤. 2017.12.04. (사진 = 국립오페라단 제공) [email protected]
7일 국립오페라단 공연...화가 '마르첼로' 맡아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한국 무대가 그리웠다. 무대 자체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작업 준비 과정이 너무 즐겁다. 한국말로 세밀하게 소통을 하면서 재미를 나눌 수 있으니까."
국립오페라단의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에서 화가 '마르첼로'를 맡은 바리톤 정일헌은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제는 고국인 내 집에서 즐길 때가 됐다"고 웃었다.
"유학을 가서는 세계적인 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이 꿈이었다. 이후 세계라는 큰 무대에서 발버둥 치면서 살아왔지. 이제 고국 관객과 함께 즐기고 싶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공부한 정일헌은 특히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독일의 명문 드레스덴 국립극장(젬퍼오퍼) 주역가수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2년 국립오페라단 '카르멘'을 시작으로 국내 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시오페라단의 모차르트 오페라 '코치 판 투테'에 출연하는 등 국내에서 본격적인 기반을 닦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라보엠'은 그가 독일에서도 여러 번 출연한 작품이다.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들의 인생풍경'을 바탕으로 작곡된 4막의 오페라.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꿈과 환상을 갈망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다. 푸치니의 화려하고 감성적인 선율과 풍부한 시적 정서가 특기할 만하다.
정일헌은 "남녀 사이의 사랑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이야기"라면서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이런 기본적인 이야기가 중요하지 않나 싶다. 인간의 본질과 원형질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치니의 음악에 대해서는 "음악 자체에 모든 가사 내용이 녹아 있다"고 들었다.
스위스 카르멘 주역 선발 콩쿠르에서 1위로 에스카미요 역에 발탁됐기도 했던 정일헌은 오페라계에서 비주얼 담당 성악가로 통한다. 묵직한 음성은 물론 남자다운 외모로 호감을 사고 있다.
그는 "비주얼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현실감이 생긴다"면서 "오페라가 비현실적이라는 시선도 많은데 겉모습이든, 연기든, 노래든 최대한 자연스러운 걸 중요하게 여긴다"고 강조했다.
정일헌은 사촌형인 바리톤 공병우 때문에 성악을 시작하게 됐다. 공병우가 노래하는 것이 멋있어 어깨 넘어 배우다 형과 같은 대학인 서울대 음대에 진학하게 된 것이다.

【서울=뉴시스】 정일헌, 바리톤. 2017.12.04. (사진 = 국립오페라단 제공) [email protected]
한량이지만 복잡한 내면을 지닌 돈 조반니 역의 매력과 당시 연출을 맡았던 이경재 현 서울시오페라단장의 연출이 그를 사로잡았다.
이후 서른살의 나이에 과감하게 독일로 날아간 정일헌은 뮌헨 국립음대 교수로부터 동양 남자로서는 듣기 힘든 "섹시 바리톤"이라는 수식까지 받으며 현지 생활에 단숨에 적응해나갔다. 학교의 추천을 받아 드레스덴 국립극장 무대에까지 서게 된 것이다. 노래와 연기는 물론 인격까지 갖춰야 가수를 받아주는 곳으로 알려졌다.
그의 매력은 국내 무대로도 이어졌다. 2012년 국립오페라단이 창단 50주년 기념 작품으로 올린 '카르멘'에서 '에스카미요'를 연기했는데 당시 연출을 맡았던 폴 에밀 푸흐니가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그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프랑스 메츠 메트로폴리스 오페라 극장 무대에 서기도 했다. 현재는 파리의 클래식 에이전시인 오페라-콘서트에 속해 있다.
한국 베이스의 선구자인 강병운 서울대 명예교수를 사사하면서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강조한 정일헌은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은사처럼 바그너 같은 묵직한 작품에 도전해나가고 싶다고 바랐다. "들어가는 나이에 맞게 무게감 있는 역을 점차 맡고 싶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늙어가면서 제 목소리를 더 찾아나가고 싶다."
한편 이번 '라보엠'의 지휘는 카를로 몬타나로, 연출은 마르코 간디니가 맡는다. 주역 미미 역은 소프라노 윤정난과 홍주영, 로돌포 역은 테너 허영훈과 김경호가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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