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사, 작년 R&D 비용 28% 자산 처리..."실적 '뻥튀기"
시총 1조 이상 21곳 사업보고서 분석

【서울=뉴시스】(자료: 제약바이오사 2017년 사업보고서)
3일 제약·바이오업사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관계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신라젠, 한미약품,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유한양행, 코오롱티슈진, 녹십자, 휴젤, 제넥신, 대웅제약, 코미팜, 한올바이오파마, 영진약품, 부광약품, 종근당, 차바이오텍, 파미셀, 삼천당제약, 메디포스트 등 지난달 25일 종가 기준으로 시총이 1조원 이상이고 R&D 항목이 있는 주요 제약·바이오사 21곳은 지난해 R&D에 총 1조3055억원을 투자했다. 또 이중 27.7%(3619억원)를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했다.
기업들은 R&D 비용을 회계 장부에 기록할 때 '무형자산'과 '비용'으로 나눠 처리한다. 현행 규정상 정부는 R&D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기업 자율에 맡겼다. 국내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따르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과다 계상하면 회사의 자산과 영업이익을 늘리는 등 실적 부풀리기에 이용될 수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상 글로벌 제약·바이오사의 경우 10%대로 R&D 비용을 자산화하는 것을 고려하면 외국계 IB들이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것처럼 국내 제약·바이오사의 R&D 비용 자산화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며 "제약·바이오주가 최근 몇 달간 상승세를 타 회계처리 논란이 주가에 크게 문제로 작용하지 않았지만 하락세에 접어들면 실적 부풀리기를 한 제약사를 중심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들이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다른 분야에 비해 제약·바이오사는 제품 R&D에 시간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크다"며 "또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실적을 보여줘야 하다보니 R&D 비용을 무리하게 자산화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라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오래되고 자본력이 받쳐주는 제약사보다는 신생 바이오사들이 R&D 비용 자산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각사별로 보면 R&D 비용 자산화 비율이 30%가 넘는 상장사는 21곳 가운데 9곳에 이른다. 코미팜(96.7%)과 코오롱티슈진(93.2%)은 그 비율이 100%에 육박했다. 코미팜은 작년에 R&D 26억원 가운데 25억원을 자산으로 처리했다. 코오롱티슈진은 265억원의 R&D 비용 가운데 247억원을 자산으로 계상했다.
아울러 바이로메드(87.0%), 셀트리온(74.4%), 삼천당제약(74.1%), 차바이오텍(71.1%), 메디포스트(51.4%), 메디톡스(39.1%), 삼성바이오로직스(35.5%) 등도 R&D 투자액의 30% 이상을 자산으로 회계장부에 기입했다.
반면 녹십자(17.0%), 파미셀(11.7%), 한미약품(5.5%), 휴젤(5.0%), 한올바이오파마(4.7%), 대웅제약(0.4%) 등은 10%대 이하 수준에서 R&D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했다. 신라젠, 유한양행, 제넥신, 영진약품, 부광약품, 종근당 등 6곳은 R&D 투자액을 모두 비용으로 털었다.
물론 R&D 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자산화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 있는 신약을 개발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제약·바이오업은 특성상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 실패하면 무형자산으로 잠정 처리한 R&D 비용이 순식간에 손실로 바뀌게 된다"며 "최근 제약·바이오사들의 회계 처리 문제가 잇따라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데 R&D 비용 자산화율 등 비교하면 '옥석가리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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