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회장·사장 동시 구속영장…경찰, 정치권 수사 본격화
국회의원 99명에 4억5000만원 불법 제공 혐의
합산규제법 저지 등 요청한 민원 대부분 성공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1400만원까지 후원금
의원실에서 협찬 요구하거나 KT 채용 청탁도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04.17. [email protected]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일명 '상품권 깡'을 통해 조성한 현금 4억41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에 입금한 KT 관계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하고 황창규 회장을 비롯한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구현모 사장과 맹수호 전 사장도 영장 신청 대상에 포함됐다.
정차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KT에 대한 조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경찰은 단체의 자금임을 알면서도 후원금을 받은 의원실 관계자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후원금 건네며 요구사항 전달…대부분 '성공'
경찰은 KT가 각종 사업에 필요한 민원을 전달하기 위해 관련 상임위원회의 소속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KT 측은 ▲2014~2015년 '합산규제법' 저지 ▲2015~2016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저지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제외 등을 요청하기 위해 자금을 후원했다고 진술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3곳에 집중적인 후원이 이뤄졌다.
KT의 후원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KT규제법'이라고도 불렸던 유료방송 합산규제법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일몰 조항이 포함돼 시간을 벌 수 있었고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역시 무산됐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황 회장을 국정감사 출석자 명단에서 제외시켜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진 적도 있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 '제헌, 국회개원 70주년' 기념 깃발이 설치돼 있다. [email protected]
KT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인사는 19대 46명(1억6900만원)과 20대 66명(2억7290만원)으로 중복인원을 제외하면 모두 99명이다. 20대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자 5명도 포함됐다.
이들 의원의 여야 비율은 5:5에 가까운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KT는 임직원 명의로 쪼개기 후원금을 보냈는데, 이름만으로는 KT의 자금이라는 점을 알 수 없기에 대관부서 직원들이 이들의 인적사항을 국회의원 보좌진 등에게 알렸다.
이를 통보받은 의원실에서는 "고맙다"고 전한 곳도 있었고 일부 의원실에서는 단체의 자금을 받을 수 없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후 받은 곳도 있었다.
경찰은 단체의 후원금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후원금을 받은 의원실 관계자 10여명에 대해 우선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원실 관계자가 '알았다', '고맙다'고 하거나 거부의사를 표시하는 등 주고받은 메시지를 확보한 것이 10건 내외"라며 "KT는 한 의원실에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400만원까지도 후원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불법 정치자금 이외에도 추가혐의에 대해 수사를 지속할 예정이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정치후원금 대신 지역구 내 시설이나 단체에 기부나 협찬을 요구하거나 지인을 KT에 취업하도록 요청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내사 단계라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제3자뇌물 등 혐의를 폭넓게 보고 있다"며 "이중으로 협찬 요구도 하고 채용청탁도 한 인물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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