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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하드디스크 못준다"…검찰 수사 비협조 속내는

등록 2018.06.26 18: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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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조사단 조사 '410개 파일' 원본 등만 제공

'법원 내 기밀 문건 검찰 손에 들어갈까' 우려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 위반 가능성도

대법원 "하드디스크 못준다"…검찰 수사 비협조 속내는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의 자료 제출 요청에 1주일만에 응답했다. 하지만 검찰이 요구했던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내부 기밀과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결국 건네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자료를 임의제출했다.

 법원행정처가 검찰에 제공한 자료는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조사했던 범위로 지극히 한정됐다. 특별조사단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으로 분류한 410개 파일 원본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4명의 5개 저장매체(HDD·SSD)에서 이를 추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포렌식 자료다.

 관심이 집중됐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일체 포함하지 않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물론 특별조사단이 확보했던 임 전 차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전 기획1심의관 2명의 8개 저장매체도 제출되지 않았다. 공용이메일과 공용폰 기록, 법인카드 내역, 관용차 운행일지 등도 제외됐다.

 법원행정처가 이처럼 자료를 극히 제한한 것은 법원 내부의 민감한 정보나 기밀 문건이 검찰 손에 넘어갈 것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수십만개의 파일이 쌓여있는 가운데 고위 법관들의 개인신상 관련 자료나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법원 내부 비밀 문건 등이 검찰에 넘어갈 경우 별건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자료만을 제공해 향후 검찰의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더라도 법원행정처가 스스로 자료를 제공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혐의와 관련된 자료에 한해 검찰에 제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돼야 임의제출을 하는 것인데 그와 무관한 자료가 훨씬 많은 하드디스크 전체를 달라고 하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내부 자료를 다 가져가는 것은 검찰의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공무상 비밀 누설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법 위반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에 준 자료는 "공무상 비밀 등에 해당하지 않고 사법행정권 남용과 구체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라고 법원행정처는 설명했다.

 하드디스크를 제출하지 않은 것도 '재판 거래' 의혹 등과 관련성이 없거나 공무상 비밀이 담겨 있는 파일 등이 대량으로 포함돼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당사자 동의 없이 하드디스크 등을 제공했을 때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검찰은 공용 컴퓨터 내 공적 정보 조사에는 작성자나 보관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를 제시했다.

 법원행정처는 "파일에 대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임의제출은 곤란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하드디스크의 임의제출에 관해 그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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