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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탐라문화광장 노숙인이 점령 …제주시, 속수무책

등록 2018.07.20 10: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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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주취자 관련 112신고 하루 평균 1.3건으로 잦아

제주시 “해결 방법 찾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 없다”

도의회 관련 조례 발의했지만 과태료 부과는 제한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지난 8일 오후 제주시 일도1동 탐라문화광장에서 노숙자들이 싸우는 모습을 외국인 관광객이 지켜보고 있다. 2018.07.20.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지난 8일 오후 제주시 일도1동 탐라문화광장에서 노숙자들이 싸우는 모습을 외국인 관광객이 지켜보고 있다. 2018.07.20.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지난 19일 제주시 일도1동 탐라문화광장 앞에 노숙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연신 연기를 내뿜는 이, 조형물에 누워 잠을 청하는 이, 막걸리를 들고 와 술판을 벌이는 이 등 각양각색이다.

광장을 점령한 이들은 술에 취해 함께 노래를 부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의 멱살을 잡았다. 일부는 지나가는 행인에게 별다른 이유 없이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바닥에는 깨진 맥주병 조각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제주도가 낙후한 제주시 원도심을 활성화하겠다며 총 사업비 565억원을 투입해 지난 2017년 3월 완공한 제주 탐라문화광장의 모습이다.

도는 이곳을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개발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계획과 달리 각종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야간에는 성매매가 이뤄지는 우범지대가 됐다.

왕복 4차선 차도 맞은편 동문재래야시장이 제주를 경험하기 위한 관광객과 도민들로 발을 디딜 틈이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관광객은 물론 도민과 인근 상인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길거리 음식을 맛보기 위해 야시장을 찾았다는 관광객 박인철(32)씨는 “야시장 맞은편에 있는 탐라문화광장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노숙인들이 소란스럽게 술을 마시고 있어 꺼려진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지난 19일 오후 한 노숙인이 텅빈 제주 탐라문화광장을 지나고 있다. 2018.07.20.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지난 19일 오후 한 노숙인이 텅빈 제주 탐라문화광장을 지나고 있다. 2018.07.20. [email protected] 


가족들과 제주에 놀러 온 전정호(37)씨도 "동문재래야시장에서 산 음식들을 탐라문화광장에 앉아서 먹으려고 했지만 노숙인들이 의자와 조형물을 다 차지하고 있어 어려울 것 같다"면서 "담배 냄새 등이 심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광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처럼 햇볕이 뜨거운 여름에는 술에 취한 노숙인들이 그늘을 찾아 식당 인근으로 몰리기도 한다”면서 “영업에 방해가 되지만 싸우고 싶지 않아 포기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7월부터 올해 7월 12일까지 탐라문화광장 일대에서 노숙·주취자와 관련된 112신고는 총 450여건으로 하루 평균 1.3회꼴일 정도로 잦았다.

광장 일대를 담당하는 동부경찰서 중앙지구대 박종남 대장은 “여름이 되면 신고 건수가 2배 이상 급증한다”면서 “노숙·주취자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광장 인근에 초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 상황이 1년 넘게 지속하고 있는데도 탐라문화광장을 관리하는 제주시는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일 제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7월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실토하는 한편 “광장을 활성화해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 노숙인들이 난동을 덜 부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는 등 안일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지난 19일 오후 노숙인들이 제주시 일도1동 탐라문화광장 조형물에 않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2018.07.20.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지난 19일 오후 노숙인들이 제주시 일도1동 탐라문화광장 조형물에 않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2018.07.20. [email protected]


단속을 나온 경찰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노숙인들이 싸운다는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광장에서 술 마시는 것이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계도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면서 “담당 기관인 제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던 노숙인을 지구대로 데리고 갔다가 입구를 발로 차는 바람에 유리문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경찰도 노숙·주취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결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9월 지역 주민을 비롯한 상인 20여명이 탐라문화광장협의회를 발족해 광장 일대를 ‘금주·금연 거리’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 제정을 요구했고 같은 해 12월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원이 ‘제주특별자치도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 조성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해당 조례안은 제주도지사에게 음주청정지역을 지정·관리할 권한을 부여하고 음주청정지역에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하지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위 조례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음주청정지역에서 음주하여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한 자에게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징수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빠지면서 이마저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오인택 도 건강증진담당은 “상위법인 국민건강증진법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부득이하게 조례안에서 해당 조항이 빠졌다”면서 “사실 탐라문화광장이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되지도 않아 현재로서는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문제 등도 남는다”면서 “법적인 처벌이나 과태료 부과를 위한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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