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쇠퇴하는 미국, 되돌려야 한다" WP

등록 2022.08.30 10:33:3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20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미국 평판 지속적으로 떨어져

특히 최근 6년새 심각…트럼프 법적 책임지도록 해야

[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를 떠나고 있다. 2022.08.10.

[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를 떠나고 있다. 2022.08.1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시민사회활동가로 일하는 한 사람이 맥주잔을 기울이며 내게 말했다. "정말 놀랍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미국이 작아지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실은 칼럼의 첫 문장이다. 칼럼의 제목은 "세계가 미국이 쇠퇴하는 걸 우려하고 있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이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수십명의 전세계 젊은 지도자들 모임인 글로벌 가버넌스 부세리우스 여름 학교의 올해 주제는 "새로운 현실: 글로벌 가버넌스가 처한 어려움"이다. 세계인의 눈에 미국의 불빛이 흐려진다는 뜻이다.

미국은 여전히 주목을 끌고 있고 강대국이다. 그러나 독일, 몽골, 가나, 우크라이나 등에서 온 회의 참석자들 다수가 미국의 민주주의가 허위 정보에 취약한데도 이런 현실을 부정하며 제도가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다고 본다.

기후변화에 맞춰 경제를 재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한 회의석상에서 한 유럽국 외교장관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게 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참석자들은 나에게 사과하는 듯한 표정으로 동정을 표시했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브리지에서 교육을 받은 국제주의자로 유엔에서 일하는 한 젊은 참석자가 "미국에서 살까도 생각했지만 내 아이들이 실전 사격훈련 대상이 되는 곳에서 사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실전 사격훈련"이라는 구절을 말하며 손가락으로 인용임을 표시해 조롱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국의 대표적 수출품은 코카 콜라, 리바이스, 재즈는 물론 자유와 인권, 법에 의한 통치의 이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난무하는 총기 폭력과 학교 총격사건이 미국을 대표한다.

물론 아직도 미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방인에 개방적인 미국의 정치제도와 능력이 놀랍다고 거듭 칭찬했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운동이 시작됐고 이는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케냐 출신 참석자가 공화당 의원 사무실에서 여름동안 인턴으로 지낸 경험 등 미국에서 공부한 1년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공무원이 운전사나 경호원도 없이 집집을 방문하면서 일하고 직접 유권자의 전화를 받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자기 나라와 달리 미국은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한 것 같다면서 말이다.

그가 일한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탄핵에 찬성한 공화당 하원의원 10명 중 한 명인 프레드 업튼 의원이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주도한 공천과정을 앞두고 사임했다.

미국의 평판이 최소한 지난 20년 동안 떨어져 왔다. 이라크 전쟁 동안 해외의 미국인들이 캐나다인으로 행세했다는 건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지난 6년 새 특히 평판이 빠르게 나빠졌다. 미국의 지정학적 경쟁자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건 차치하더라도 새로운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2020년 대통령 선거가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둘러싼 논란에 따른 신뢰도 문제가 원인이다. 전세계는 이런 움직임이 말도 안되는 일로 보고 있다.

2016년 선거 뒤 유럽 지도자들이 미국을 더이상 방위 및 안보 파트너로 신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최근에는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후보 밴스 등이 "솔직히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신경 안 쓴다"고 말한 것이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미국이 국제적 관여와 도덕적 리더십에 진지하지 않으며 손을 놓으려한다는 것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미국이 자국 중심적이라는 건 악명이 높다. 유럽연합(EU) 국가 시민들 65%가 제2외국어를 하는 것에 비해 20%만이 외국어를 할 줄 아는 미국인들은 대부분 유럽이나 세계 다른 지역의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식하지 않는다.

신경을 써야만 한다. 미국이 쇠퇴하는 걸 우리의 경쟁자들, 거침없는 듯한 중국과 예측불가능하게 공격적인 러시아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2008년 파리드 자카리아(WP의 칼럼니스트)가 "정치·군사적 면에서 미국은 단일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면에서는, 산업, 금융, 교육, 사회, 문화 등에서 주도권이 미국에서 다른 곳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썼다. 2022년인 현재 그같은 "미국 이후 세계" 전망이 이론이 아닌 현실이 됐다.

이런 흐름을 되돌리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지위를 유지하려면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전임 대통령이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시작점이 될 것이다. 차세대 지도자들이 우리가 그렇게 하는 지를 지켜보고 있다.

세상이 우리의 쇠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우리도 그래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