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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일타강사된 정경호 "수학풀이 통으로 외워"

등록 2023.03.06 09:00:00수정 2023.03.07 05: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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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일타스캔들' 17% 종방

전도연과 로맨스 연기 "영광"

칠판 구매해 두달간 연습

"속옷 다 젖을 정도로 긴장"

'슬의생'은 가장 애정하는 작품

데뷔 20년차 "매순간 최선 다해"

정경호

정경호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정경호(40)는 tvN 종방극 '일타스캔들'의 '최치열' 그 자체였다. 치열은 1조원을 버는 일타강사지만, 불면증과 섭식장애에 시달릴 정도로 까칠하고 예민했다. 정경호 역시 10년 가까이 이런 역을 맡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굳어졌다. 전작인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2022)에서 에이즈환자도 연기했지만, 이번에는 섭식장애 설정 탓에 걱정이 컸다. "늘 해왔던 경계선에서 너무 발악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면서도 "치열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만족해했다.

"8~9년 가까이 까칠하고 밥도 안 먹는 역을 연속적으로 맡았는데, 실제로는 이렇지 않다. 일단 치열과 달리 난 1조원이 없다.(웃음) 어느 순간 진지하게 '왜 내가 바싹 마른 몸을 가지고 있을까?'라고 고민했다. 10년간 만난 (그룹 '소녀시대' ) 최수영씨도 '늘 마른 몸을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고 하더라. 30대 초반에 맡았던 까칠한 역과 다르게, 치열은 마흔이 된 후 조금 다르게 표현한 게 느껴졌다. 내가 부여잡고 '변해야지'라고 생각하기 보다, 나름대로 해왔던 과정 속에서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스트레스가 좀 풀린 것 같다."

이 드라마는 입시 지옥에 뒤늦게 입문한 '국가대표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전도연)과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에서 별이 된 일타강사 '최치열'(정경호)의 로맨틱 코미디다. 1회 4.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는 17%로 막을 내렸다. 요즘 로맨틱 코미디물 인기가 주춤했는데 "오히려 장르물에 지친 분들이 많이 사랑해준 것 같다. 이 드라마도 스릴러가 있었지만, 장치적인 요소였다"며 "어디서 봤을 법한 뻔한 내용인데 작가님과 PD님, 선후배들이 캐릭터를 살아있게 표현해 좀 더 울림이 있었다"고 짚었다.

전도연(50)과 호흡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고 털어놨다. "7개월 간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며 "선배 말투, 호흡, 웃음소리 등을 보며 '30년간 쌓아온 것이 중요하구나'라고 느꼈다. 투샷을 찍고 너무 좋아서 PD님과 모니터로 다시 보곤 했다. 선배는 연기할 때 거짓말을 안 하고, 늘 행선이가 돼 말하고 표현한다. 극본 숙지는 기본이고, 늘 현장에 빨리 온다. 다 외워 와서 현장에선 극본을 안 보더라. 많이 배웠다"고 귀띔했다. "이번 작품은 정말 노력을 안 했다. 7개월간 작가·PD님이 만들어준 놀이터에서 놀았다.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일타강사된 정경호 "수학풀이 통으로 외워"


무엇보다 정경호는 치열의 이면성에 매력을 느꼈다. 촬영 전 14부까지 극본을 받았다며 "최고의 수학 강사로 좋은 환경에서 살지만, 섭식장애를 앓고 텅 빈 집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느냐. 치열의 '하찮미'를 보여주면 좀 더 인간적으로 보일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치열은 행선이 만든 도시락 만큼은 맛있게 먹었다. 이 부분에 가장 초점을 뒀다며 "'내가 이 도시락을 먹으면서 왜 이러지?' 싶었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할지 막막했다. "일타 강사라는 걸 아예 몰랐기 때문"이다. "'일타'라는 단어도 몰랐고, 수학은 더더욱 몰랐다"며 "대치동 '맘카페' 등 사교육도 몰라서 0부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일타강사 수업 영상부터 찾아봤고, 학생들을 집중 시키는 방법 등을 연구했다. 칠판을 사서 집에서도 수업 연습을 했다. "수학공식은 아예 몰라서 '다 외우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근데 칠판에 쓰는 건 다른 세계더라. 내가 칠판을 보면서 쓰는 건 하겠는데, 학생들을 보면서 말로 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저렴한 칠판을 구입했고, 자문해주는 안가람 선생님이 문제와 풀이를 써 놓고 가면 내가 덧칠했다. 두 달 정도 연습했다"고 귀띔했다.

"(수학풀이 신은) 너무 어렵고 긴장이 많이 됐다. 수학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3일 정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안 되더라. 통으로 외웠다. 목동 논술학원을 빌려서 촬영할 때 학생들이 100명 넘게 왔다. 그 앞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속옷이 다 젖을 정도로 긴장했다. 분명히 답을 외워서 풀이했는데, 보조 출연한 학생이 '그거 아닌데요?'라고 하더라. 문제 과정 속 오류가 있었다. 그 날이 첫 촬영이었는데, 이후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했다."

연예인과 일타강사 삶이 비슷해 공감한 부분도 많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자신의 삶이 없고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 살더라. 자문 선생님께 '어떨 때 가장 행복하냐'고 물으니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라고 하더라"면서 "우리도 많이 사랑 받는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느냐. 시청자들을 납득 시키려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비슷하다. 주변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점도 닮았다"고 설명했다.
[인터뷰]일타강사된 정경호 "수학풀이 통으로 외워"


정경호는 어느덧 데뷔한 지 20년이 됐다. 2003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 묵묵히 스펙트럼을 넓혔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인 정을영(71) PD 영향을 받아 '늘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와 '슬기로운 감빵·의사생활'(2017~2021) 시리즈를 함께 하면서 "좋은 사람들이 만든 좋은 드라마의 선한 영향력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신 PD님과 이 작가님 작품에는 악역이 없고, 선한 내용을 감동적으로 구현하지 않느냐"면서 "두 분과 4년을 같이 작업하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했다.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슬의생 '김준완'"이라며 "오랫동안 김준완으로 살았다. 정경호가 김준완인지, 김준완이 정경호인지 모를 정도다. 내 인생의 가장 의미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다음 달부터 영화 '보스'(감독 라희찬)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잘 버티고 싶다'고 바랐다.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물어보는데, 난 엊그제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이 좋다. 그 순간이 쌓여 20년이 됐고, 전도연 선배와 연기도 하게 됐다.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계속 안 쉬고 작품을 했다. 내가 계속 성장하는 걸 작품을 통해 풀었고, 다른 역할을 연기하면서 변화에 만족한 것 같다. 기회가 되면 조금 쉬면서 나를 채우고, 좀 더 단단해져야 수월하게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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