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제2야당 공민당, 17년 만에 해산…지도부 구성 불가

특별 총회 31명 중 30명 해산 동의

지난해 집행위 구성 출마자 없어

"진실 속에서 살고 내일을 믿으라"

[홍콩=AP/뉴시스] 2020년 7월30일 홍콩 입법회 선거 뒤 앨런 렁 공민당 주석(가운데)이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2023.05.28.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홍콩의 제2야당 공민당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지 못해 끝내 해산하기로 했다.

27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집행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 공민당은 이날 특별 총회를 열어 참석자 31명 중 30명의 동의로 창당 17년 만에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

공민당은 홍콩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열린 2019년 구의회 선거에서 32석을 차지해 민주파 2당에 올라섰다.

영국 지배 아래 있던 홍콩은 1997년 중국으로 주권이 이양되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국가, 두 가지 제도)'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홍콩에 중국 공산당의 입김이 커졌다.

그러자 홍콩 정치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민주파와 홍콩을 중국의 색채로 변화시키려는 친중파로 분열됐다.

앨런 렁 공민당 주석은 의장은 "최종 절차를 마친 뒤 공민당은 세상에서 사라질 것"라고 발표했다.

렁 주석은 지난해 집행위원회에 구성에 아무도 출마하지 않아 당의 해산은 예견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금 모금을 체계화할 승계 지도부가 남아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홍콩=AP/뉴시스] 홍콩 중국반환 22주년 기념일인 2019년 7월1일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이날을 맞아 민주화 행진 시위에 참여, 빅토리아 공원에서 헤네시 로드를 지나 퀸즈웨이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3.05.28.

그는 "우리의 재정 상황의 제약을 고려할 때 자발적으로 폐당을 선택하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절차를 마친 뒤 남은 자산은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설명했다.

렁 주석은 민주주의 발전이 저조한 시기에 조직을 지원해 준 주민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공민당이 우리가 시작한 일을 이루지 못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며 "오늘 공민당은 홍콩에 작별을 고한다. 홍콩인이 희망적인 마음, 너무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진실 속에서 살고 내일을 믿으라"고 주석 보고서에 적었다.

민주화 단체로 활동해 온 입법회 의원 6명이 2006년 결성한 공민당은 보편적 참정권의 법치주의를 옹호했다. 7번의 선거에서 입법회 의원 70석 이상을 배출했다.

앞서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으로 민주파 탄압에 나서자, 공민당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2021년 핵심 의원 4명이 국가전복 혐의로 구속 기소돼 위기를 맞았다. 보석 절차 동안, 이들 4명은 당과 정치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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