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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SNS에서 욕 배우는 아이들…교실붕괴 원인?

등록 2023.08.06 06: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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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SNS가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 커져

욕설·문제행동에 쉽게 노출…모방심리 ↑

영상 접근에 대한 제재가 쉽지 않은 편

"교권 붕괴 넘어 공교육이 붕괴될 수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찬호 리포터 = 최근 심각한 교권 침해와 학교 폭력 등으로 인한 '교실 붕괴'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학생이 교사룰 향해 폭언을 내뱉는 것을 넘어 폭행까지 가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또래 아이들끼리는 신체적 폭력을 넘어 '사이버 불링(온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따돌림과 갈취)'도 이뤄진다.

일각에서는 동영상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10대들의 폭력적 성향과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영상 플랫폼과 SNS에서 욕설이나 문제 행동들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위험한 행동을 과시하는 '챌린지' 콘텐츠도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유튜브와 각종 SNS 등에 따르면 심각한 욕설이 오가는 영상과 게시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대 청소년들이 즐겨하는 게임 영상을 게재하고 있는 한 유튜버의 영상에는 욕설이 난무한다. 또 폭력·음주·흡연 장면을 보여주는 영상도 제재를 받지 않고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들이 이런 영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보니 무의식적으로 유튜버의 언행을 모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한 학부모 A씨는 "아이가 유튜브에서 나온 'X나'라는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게 따라했다"고 말했다. 유튜버가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욕설을 들은 아이들은 뜻도 모른채 사용해 훈육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A씨는 선뜻 아이의 유튜브 시청을 막을 수 없었다. 이 유튜버가 아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영상 시청을 막으면 또래들 사이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는 SNS 계정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끼리 욕설을 이용해 댓글을 달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에 나오는 비속어와 자극적인 표현들이 일상에 여과 없이 스며든다. 교육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욕을 배우고 폭력적 성향을 띄는 연령이 낮아진 것에는 미디어의 영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렇게 형성된 아이들의 언어습관은 주변 친구들이나 교사를 향한 언어폭력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교사 겸 유튜버 활동을 하고 있는 '해피이선생'은 지난해 8월 자신의 채널에 올린 '요즘 초등학생들의 욕 사용 실태,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까요?' 영상에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면 욕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진다"며 "욕을 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모방심리'다. 부모, 가족, 매스컴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욕을 배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이의 욕설 사례를 소개하며 "한 여자 아이가 교실 문을 열고 등교하는데, 일찍 온 남자아이가 문 뒤에 숨어있다가 아이를 놀라게 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씨X, X나 놀랐잖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고충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9일 자신을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의 남자친구라고 소개한 A씨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여자친구가 담당 학급 남학생으로부터 성적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들었다는 글을 게시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여자친구 B씨의 담당 학급 학생 C군이 자신과 여자친구가 데이트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부터 ,"선생님은 남자만 잘 꼬시죠"라고 교실에서 말하거나, "선생님 뜨밤 보내세요"라는 성희롱성 메시지까지 보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나 SNS 등이 '교실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조연주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교내 질서가 무너진 것에 SNS의 영향이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며 "또 자극적인 소재로 챌린지 경쟁까지 불붙으면서 학교 안에서도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간 폭력이 SNS에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 대표는 "이런 영상을 본 청소년들은 비판보다는 모방을 하면서 그보다 더 자극적인 행위를 하려고 한다. 아직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경쟁과 공격, 폭력성만 키워진 결과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 교권 붕괴를 넘어 공교육이 붕괴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우려만큼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고 전했다.

최근 불거진 교권 추락 문제에 아이들의 유튜브 및 SNS 중독이 상당한 역할을 했으며, 나아가 공교육 붕괴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으나, 아직 활발한 움직임이 없어 아쉽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분명한 영향력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익명에 숨어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하는 온라인 공간이 만들어지다 보니, 근거 없이 아무 말이나 하게 됐다"며 "이렇게 아이들이 서로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등의 민주적 가치가 훼손되는 이항대립구도가 만들어진 것에는 우리 사회 어른들의 모습이 투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유튜브 등 동영상에서 콘텐츠로 접한 것들을 흉내내고 하는 등의 행동의 대상이 선생님이나 주변 친구들이 되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해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며 "이를 바로잡아 줄 체계가 필요하다. 무조건적으로 아이들과 온라인을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어른들부터 모범을 보여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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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리포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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