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베트남서 부진한 까닭은?

현지 커피 선호도 높아 스타벅스 점유율 단 2%

현지인들 입맛 고려 안 한 제품 출시로 외면받아

내부 인테리어와 이미지는 호평, 굿즈도 환영받아

[호찌민시=AP/뉴시스] 베트남으로 진출한 미국의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부진을 겪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보도했다. 사진은 스타벅스의 로고 세이렌. 2023.08.07.

[서울=뉴시스]이강우 인턴 기자 = 세계 1위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베트남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커피 소비량이 많은 베트남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어가는 가운데 현지 커피 시장 점유율 2%대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종합적인 현지화 전략에 실패한 것으로 비춰진다.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2022년 베트남의 12억달러(약 1조5661억원) 규모의 커피 시장에서 단 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의 애널리스트 나다니엘 림은 "현지 커피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스타벅스의 입지는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현지 소비자들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커피는 맛이 심심하고 비싸며 메뉴가 다양하지 않아 제품 자체는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내부 인테리어와 이미지, 굿즈(애호가용 상품) 등은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여유' 즐기는 곳

투 안 레(Tu Anh Le, 26)는 베트남의 경제중심지 호찌민시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화려하게 차려입고 친구들과 함께 스타벅스 매장에서 만나 사진을 찍고 여유를 즐긴다. 이는 다른 20대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레는 "스타벅스에서 찍은 사진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기 좋다"며 "카페 내부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스타벅스에서 찍은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이 예쁘다는 댓글을 많이 달아준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벅스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작 커피는 좋아하지 않는다. 레는 "커피를 많이 마시면 이가 누렇게 변한다"며 "스무디나 밀크티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그에게 있어서 스타벅스는 사실상 사진과 여유를 즐기러 가는 곳이다.

높은 현지 커피 선호와 비싼 가격

다낭에 거주 중인 트랑 도(Trang Do)는 "스타벅스가 근처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땐 맛이 별로였고 심심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베트남 현지 커피가 더 진하고 향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그 뿐만 아니라 베트남은 커피에 있어 낯선 곳이 아니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커피 수출국이다. 이 같은 사실은 베트남에서의 커피 한 잔은 사치스럽지도, 비싸지도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길거리에 노점상부터 고급 커피숍까지 최소 10개가 넘어가는 커피 판매장이 있는 베트남 번화가에서 스타벅스의 가격은 매우 비싼 편이다.

스타벅스에서 미디엄 사이즈 음료는 약 9만베트남동(약 4950원)이다 이는 월 평균 소득이 345달러(약 44만9000원)인 베트남에서 비교적 높은 가격이다.

현지화 전략 실패

과거 프랑스 식민지 개척자들은 19세기 베트남에 커피를 도입했다. 가장 처음 도입한 종은 '아라비카' 종으로 베트남의 기후와 토양에 잘 적응하지 못해 몇 년 후 프랑스인들은 '로부스타' 품종을 들여왔다. 로부스타는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종으로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하며 향이 강하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다. 스타벅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묘하면서도 복합적인 풍미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소비되는 커피의 97%가 로부스타 품종이다. 이는 스타벅스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들도 스타벅스의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스타벅스엔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가 없다는 게 결정적이다. 트랑 도는 "스타벅스의 메뉴는 다양하지 않다"고 전했다.

베트남 현지 커피숍에선 스타벅스에서 볼 수 없는 모험적인 메뉴들도 많다. 연유, 계란, 요거트 혹은 과일 등 여러 가지를 첨가하거나 섞는 커피를 만드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현지 인기 체인점인 콩커피(Cong Coffee)는 코코넛 크림, 연유, 얼음을 섞어 만든 커피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난항이 예고되는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베트남에서 커피로 승부 보는 것보단 다른 부가적 요소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실제 스타벅스에서 출시하는 굿즈들은 수집가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트리 당(Tri Dang)은 40개에 달하는 스타벅스 텀블러와 컵 컬렉션을 구매했다. 굿즈들의 가격 총합은 수천 달러를 호가한다.

그러나 10년 전과 다를 것 없는 하나는 바로 베트남인들에겐 스타벅스를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다.

트람 응우옌(Tram Nguyen)은 "스타벅스 커피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고 맛도 그저 그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베트남 현지 커피숍에서 절반의 가격으로 더 품질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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