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명절에 더 우울"…소모임마저 사라져
탈북민 오프 모임, 코로나19 직격탄
사라진 두부밥 만들기·'사사끼' 치기
일상 돌아왔지만 복구는 감감무소식
"덩그러니 앉아 TV" "일이나 해야지"
"소규모 공동체 만들어 고립 막아야"
![[서울=뉴시스] 코로나19 때 대면 소모임들이 사라진 뒤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의 외로움이 깊어지고 있다. 탈북민의 고립감을 풀고 사회적 연결고리를 이어줄 소규모 공동체 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https://img1.newsis.com/2022/12/02/NISI20221202_0001144626_web.jpg?rnd=20221202153606)
[서울=뉴시스] 코로나19 때 대면 소모임들이 사라진 뒤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의 외로움이 깊어지고 있다. 탈북민의 고립감을 풀고 사회적 연결고리를 이어줄 소규모 공동체 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3년 전 북한에서 온 친구가 최근에 향수병 때문에 힘들다면서 저희를 찾아왔어요. 내성적이라 그런 말을 하지도, 모임을 찾아오지도 않는 친구인데…"
9년째 남북 청년 중심의 NGO단체 '남북한걸음'을 이끌고 있는 정서윤(34) 대표가 추석을 앞두고 겪은 일이다. 그는 2002년 탈북했다.
추석과 함께 다가온 6일간의 황금연휴지만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의 소외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면이 주를 이뤘던 명절 소모임들이 코로나19 유행 때 타격을 입고 대부분 사라지면서다. 탈북민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사회적 연결 고리를 이어줄 소규모 공동체 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탈북민에게는 아직도 코로나가 지속되고 있다"며 "코로나 때 국경 봉쇄가 된 이후로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랑 연락이 계속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외로워하는 탈북민들도 그만큼 늘었다"고 밝혔다.
또 "비정부기구(NGO)나 공공기관에서 하는 큰 행사 외에 소규모 모임은 거의 다 사라진 것 같다"며 "고립된 탈북민들은 큰 행사에 나오지 않는다. 소규모 모임과 공동체가 활성화돼야 그들이 밖으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커뮤니티를 먼저 찾아오는 사람들은 도울 수 있지만, 그 외 고립된 이들은 발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남북 청년 문화교류 소모임 '오각별'도 지난 2020년 설 명절을 마지막으로 더는 명절에 탈북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지 않는다.
떡국·두부밥(북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북한식 카드놀이 '사사끼'를 치는 활동은 대면이 아니면 할 수 없다 보니 코로나 때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없어 사라지게 됐다.
당시 모임을 이끌었던 한가선(35)씨는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여행을 가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활동이 다 무산됐다"며 "한 번은 정부에서 받은 지원금을 장소 대관비와 식사비로 쓰려다가 '물품구입비로만 쓰라'며 제지됐다. 그때 '더는 모임을 지속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소모임이 사라진 탈북민들은 이번 명절에도 '셀프'로 외로움을 해결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홀로 남한으로 건너온 이모(27)씨는 "명절 때는 혼자 덩그러니 앉아서 예능이나 드라마를 봤다. 명절에 특히 더 우울했다"며 "이번 추석은 특히 길어서 짧은 여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2010년 탈북한 유모(35)씨도 "코로나 이전에는 같은 고향 출신 사람들끼리 모여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고향 정취도 느끼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로 거의 없어졌다"며 "이번 명절 때도 약속이나 일을 더 잡으려고 했다"고 했다.
지난해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북한이탈주민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2461명 중 29.8%가 남한 생활에 불만족하는 가장 큰 이유로 '가족과의 이별'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교 교수는 "서로가 서로를 챙겨볼 수 있는 소규모 공동체는 고립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자발적인 소규모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서윤 남북한걸음 대표도 "이 문제를 단순히 탈북민의 고립 문제로 보고 그들만을 위한 정책을 한다면 고립 탈북민들은 오히려 숨어버린다"며 "옛날의 마을 문화 같은 소규모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게 지원하면 주민과 소외 계층 모두가 사회 안전망에 흡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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