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쇼크'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어깨 무거운 새 수장들
작년 잠정 영업손실 1조2000억…23년 만에 적자
현대건설 한남4 패배…도시정비 1위 위상 '흔들'
현엔 해외 미수금 등 리스크…'빅배스 전략' 채택
![[서울=뉴시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지난 4일 새해 첫 외부일정으로 수주전을 앞둔 한남4구역을 방문한 모습. 2025.01.23. (사진=현대건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06/NISI20250106_0001743574_web.jpg?rnd=20250106093743)
[서울=뉴시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지난 4일 새해 첫 외부일정으로 수주전을 앞둔 한남4구역을 방문한 모습. 2025.01.23. (사진=현대건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시공능력평가 2위인 현대건설은 상징성이 큰 주요 재정비 사업 수주전에서 패했고 4위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사업의 공사미수금 등 리스크가 표출되면서 올 한 해 사업 수익성 개선이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 23년 만에 적자로 전환돼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1월 현대건설 대표이사에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 및 내정했으며 이 부사장은 지난 3일 이사회를 거쳐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 부사장은 1970년생으로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현대건설에 입사, 전략기획사업부장과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주택통'이다. 역대 첫 1970년대생 대표이사로 화제를 모았다.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도 지난해 11월 교체됐다.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주우정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제철 경영관리실장, 기아 재경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기아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달성한 인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주 대표에게 실적 부진 타개와 함께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그러나 두 건설사 대표가 선임절차를 마치고 이달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자 마자 난제가 수두룩한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업계 1위인 삼성물산과 2파전을 벌인 결과 패배했다. 현대건설을 6년 연속 도시정비사업에서 1위를 기록하며 도시정비 부문에서 최강자임을 내세웠으나 상징성이 큰 한남4구역을 큰 표차로 내주며 소위 '체면'을 구겼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수주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과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이 각각 6개월, 5개월 중단된 이력이 한남4구역에서 불리하게 해석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서초구 신반포4차, 송파구 잠실우성1~3차 등 공사비가 1조원이 넘는 대형 재건축 시공사 수주전도 줄줄이 예정돼 있는 만큼 명예 회복이 가능할 것인지 이목이 쏠린다.
현대건설의 2024년도 연결기준 잠정 연결실적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현대건설의 별도 영업이익은 2023년 3405억원 흑자에서 감소, 1722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서울=뉴시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대표이사. 2025.01.23.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11/15/NISI20241115_0001704383_web.jpg?rnd=20241115111502)
[서울=뉴시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대표이사. 2025.01.23.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0월 2조원 규모의 세르비아 태양광 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했으며 미국 텍사스 힐스보로 태양광발전소 사업권을 인수하는 등 해외 사업에서 굵직한 실적을 올렸다.
현대건설의 2024년 4분기 경영실적에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연간 매출은 14조76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6971억원(13%) 올랐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조240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사업장 등 일부 해외 대형 플랜트 사업장에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사업 초기 건설사가 원가를 많이 투입하는 플랜트 사업의 구조적 특징도 일부 작용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채권'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조2307억원으로 2019년(3809억원)부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아직 대금을 받지 못한 '공사미수금'(매출채권) 규모는 2022년 1조588억원→2023년 1조8291억원→2024년 9월 말 기준 1조6235억원으로 1조원 이상 쌓여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결국 발릭파판 정유공장 사업과 자푸라 프로젝트 패키지2 두 곳의 원가 비용을 일시에 회계장부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신임 경영자가 전임 경영자의 누적 손실을 회계상 최대한 털어버리는 '빅배스' 전략이다. 이에 따라 향후 1~2년간 기업공개(IPO) 및 상장이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를 30조3873억원, 수주 목표는 31조 1412억원, 영업이익 목표는 1조1828억원으로 설정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매출 목표치를 14조201억원으로 정했다. 수주 목표는 13조1650억원, 영업이익 6331억원 등을 내세웠다.
현대건설은 "원전 프로젝트와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통해 매출을 이어가고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를 구축해 핵심 프로젝트 위주로 선별 수주해 원가율 및 공사비 관리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해외 일부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과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먼저 반영한 것"이라며 "올해는 발주처와의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리스크가 더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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