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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보수동쿨러, 커다란 환호를 보내…고유성을 담보한 해산

등록 2025.02.14 14: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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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20일 '죽여줘'로 데뷔…2025년 1월11일 마지막 공연

'부산 웨이브' 대표한 팀

구슬한·김민지·이상원·최운규 네 멤버 서면 인터뷰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해산이 고유성을 담보한다. 자신들만의 분명한 인장을 남긴 마침표는 특별한 행보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밴드 '보수동쿨러'(2018.04.20~2025.01.11)의 마무리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과 함께 '커다란 환호를 보내'는 이유다.

칵테일 이름 '보스턴 쿨러'를 잘못 알아 듣고 탄생한 이름 보수동쿨러가 정체성이 된 부산 기반의 이 밴드는 2010년대 후반과 2020년대 초반 국내 대중음악 신에 중요한 흐름인 '부산 웨이브'를 대표한다.

2016년 결성됐고 2017년부터 활동해 2018년 4월 데뷔곡 '죽여줘'를 낸 뒤 중량감 있는 밴드가 됐다.

보수동은 한 때 책방골목으로 유명했던 지역으로, 부산성을 강조하는 이들의 정체성이 됐다. 1960~70년대 풍의 빈티지한 얼터너티브 록과 포크록, 쟁글 팝(찰랑찰랑한 기타 연주가 특징인 팝) 등을 들려준 이들의 음악은 스펙트럼이 비좁은 국내 대중음악 신(scene)에 공기를 순환시켜 주는 쿨러(cooler) 같은 역을 했다.

보수동쿨러를 선봉으로 '세이수미', '해서웨이', '검은잎들', '소음발광' 같은 부산 출신 밴드들은 홍대를 중심으로 전국의 밴드 신을 아우르는 '중앙집권체제 밴드 신'에 균열을 내줬다. 지역이 더 이상 홍대 신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때가 도래하게 만든 것이다.

홍대를 기반 삼지 않아도 전국구 밴드는 물론 세계에서 주목 받는 밴드가 된다는 걸 보수동쿨러를 비롯한 부산 밴드들이 증명했다.

그런데 보수동 쿨러가 작년 말 더 이상 팀 쿨러를 돌리지 않기로 했다. 지난 1월 3일 서울 홍대 앞 벨로주·4일 홍대 앞 무신사 개러지, 같은 달 10~11일 부산 오방가르드에서 각각 마지막 콘서트를 열고 해산했다. 콘서트 제목은 '커다란 환호를 보내'. '목화'로 시작해 '죽여줘' '모래' '0308' 등 밴드의 명곡을 모두 아우른 이 마지막 콘서트에서 멤버들·팬들의 삶과 마음은 환기가 됐다.

다음은 구슬한(기타), 김민지(보컬), 이상원(베이스), 최운규(드럼) 네 멤버와 서면으로 나눈 그간 활동 소감이다. 

-일단 그간 좋은 음악 들려주셔서 감사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2016년 밴드가 결성됐으니 10년이 채 안 된 때 해산하게 됐습니다. 우선 왜 지금인지 궁금합니다.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슬한)

"밴드의 해산에는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것 같아요. 언제든 다시 생기고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상원)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좋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 잘 마무리 하기에 가장 적절한 때라고 생각했습니다."(민지)  

"말씀드릴 수 없음에 죄송하단 말씀 드립니다."(운규)

-해체, 해산, 정리, 마무리… 여러 단어들 중 어떤 말로 팀 활동에 마침표를 찍고 싶으신지요.
 
"해산이라는 말이 좋아요. 해체는 너무 절망적이고 함께 같은 뜻으로 모였다 정리와 마무리를 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에 왔으니 해산이라는 단어가 잘 맞다고 느낍니다."(슬한)

"어떤 말이든 상관없지만 마무리라는 말이 가장 아름답게 다가오네요."(상원) 

"해산, 마무리가 적절한 것 같아요. 마침표라는 단어도 괜찮네요."(민지) 

"해산이 좋네요. 각자의 꿈을 위해 모였다 다시 흩어지는 느낌인데 그것을 해산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표현 하는 거 같아요."(운규)

-서울 공연, 부산 공연 각각의 마지막 공연은 느낌이 달랐을 거 같습니다. 어땠나요?

"두 공연 모두 많은 관객들과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1월4일 무신사 개러지에서는 긴 러닝타임동안 앉아서 볼 수 있게 좌석공연으로 진행했습니다. 의자에 앉아 (정규 2집) 쇼케이스 때 '왜 '의자에 앉아' 인데 스탠딩이냐'는 관객들의 반응에 보답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슬한)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에서는 실감이 크게 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마지막인만큼 실수하지 말고 감정이 격해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부산에서는 같은 마음이었지만 감정적인 부분에서 다스리기 어려웠어요."(상원) 

"서울 공연 첫째 날은 해산 공지 후 관객분들을 직접 처음 마주하는 공연이다 보니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기분이 굉장히 이상했어요. 서울 둘째 날 공연은 잠을 거의 못 자서 컨디션이 너무 걱정 됐고 유일한 좌석 공연이었다보니 상당히 차분한 분위기가 약간 적응이 안 됐어요. 그래도 첫 번째 공연보다 집중은 더 할 수 있었어요. 양일 모두 관객분들이 공연 끝나고 많이 기다려주셔서 사인을 받으시고 따뜻한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부산 공연은 오방가르드에서 공연을 했는데 관객분들이 더 가까이 계시다 보니 우는 모습이 바로 앞에서 많이 보여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럼에도 잘 감상해주시고 호응해주셔서 저도 같이 좋았다가 슬펐다가를 반복했어요."(민지)
 
"서울 공연은 보다 공연 답게. 연주에 집중을 다해야겠단 생각으로 임했고, 부산에서는 아무래도 아는 얼굴들도 많고 좀 더 끝에 가까웠다보니 감정을 추스르는데 좀 더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오방가르드도. 부산도. 저희의 실제 고향이자 집 같은 곳이니깐요."(운규)

-이번 마지막 공연 세트리스트에 대해선 모든 분들이 호평을 합니다. 세트리스트 구성에 가장 신경을 쓰신 점은요?
 
"마지막 공연의 의미는 보수동쿨러를 사랑해준 모든 이에 대한 감사인사에요. 보수동쿨러의 모든 생애를 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슬한)

"역사박물관처럼 밴드로서의 일대기를 그려나가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앨범 발매일은 기준으로 약간의 수정을 통해 세트리스트를 구성했어요."(상원)
 
"발매된 모든 곡을 다 넣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많은 곡을 연주하고 노래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변화의 흐름을 잘 느끼실 수 있게 구성했어요."(민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기타 구슬한.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기타 구슬한.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일부러라도 하지 않았던 곡들을 마지막인 만큼 팬분들에게 선물로써 연주하고 싶었어요. 보수동쿨러의 처음과 끝을 담았다고 표현하고 싶어요."(운규)

-공연이 끝난 뒤 팬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팬분들의 모든 말씀, 모든 행동이 기억에 남았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요.
 
"'밴드는 비록 해산하지만 관객들의 마음 한켠에 음악이 자리잡고 있으니 보수동쿨러는 영원하다.'"(슬한)

"'아쉽고 슬프지만 생각보다 멋지고 아름다운 마무리' 라는 말이 가슴에 남네요."(상원)
 
"'거대한 우주에서 한 시기에 이렇게 만난 것이 정말 큰 인연이고, 기적이고,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씀해주신 분이 생각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민지)

"'너무 감사했다. 항상 건강하시라'라는 말씀을 듣고, 단순히 저희 음악만 아끼는 것이 아닌 저희 존재 자체를 굉장히 소중히 여겨주시는거 같아서 오히려 더 송구스럽게 느껴졌던 멘트였습니다."(운규)

-역시 부산 출신으로 협업을 해온 '해서웨이'가 무대 위에 같이 올랐을 때는 뭉클했습니다. 두 팀 멤버들은 더 했을 거 같은데요. 어땠나요? 해서웨이와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나요?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슬픈 이야기보다는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습니다. 콧물 흘리며 울 시간은 혼자 보내는 밤에도 많으니까요."(슬한)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베이스 이상원.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베이스 이상원.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해서웨이는 서로에 가장 친한친구이자 동료예요. 무엇이 됐든 어디에 있든 응원하고 감사한 마음이에요."(상원)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팀이라 마지막까지 도와주고 함께 무대에 서주어서 정말 고마웠어요. 함께 해서 정말 좋았고 행복했다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민지)
 
"공연을 해야해서 미처 실제로 흘리지 못한 눈물을 대신 흘려줘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공연 전후로도 특히 저희를 얼마나 아끼는 지 여러 방면으로 표현해주시는데 새삼 함께 했던 순간 모두가 너무나도 즐거웠음을 깨닫게 되었죠. 평생 남을 좋은 기억들을 선사해준 매우 다정하고 친근하고 소중한 친구들임을 재확인했던 거 같아요."(운규)
 
-이른바 '부산 웨이브'의 주축 밴드였는데요. 지난 활동을 돌이켜보실 때 부산을 근거지로 삼는다는 건 음악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어떤 정체성을 부여했나요?
 
"경제와 문화 그리고 모든 것들이 서울로 올라갈 때 저희가 부산에 남아있는 건 짜릿했습니다.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할 때 묵묵히 부산에 남아있는 것 자체가 아이덴티티가 됐어요. 거창한 뜻이 있던 건 아니고요. 마음 편한 생활환경에서 좋은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부산이 아니라 제주에 있더라도 마음과 상황은 비슷했을 것 같아요."(슬한)

"부산이 음악활동에 있어 큰 의미를 줬던 '바다가 있다'라는 것인 것 같아요. 그리고 부산에 있는 좋은 뮤지션들 덕분에도요."(상원)
 
"요즘 흐름이나 대세를 따라가려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라는 의지인 것 같아요. 음악 활동을 위해 거주지를 옮기는 순간 마음도 무거워지고 생계도 부담될 수 있고 너무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려고 신경이 곤두서게 될 것 같아요. 느슨하고 즐겁게, 그렇지만 부지런히 음악하는 게 부산 음악가들의 특징인 것 같고 그런 태도가 각 음악가들의 고유성이 돼 좋은 음악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민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보컬 김민지.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보컬 김민지.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오히려 메인 신(scene)인 홍대와 떨어져 있다 보니 어떠한 트렌드 혹은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게 되는데 그 지점이 멋있는 밴드들이 많이 나오게 되는 이유인 거 같아요. 물론 서울에서도 그냥 자기들이 하고 싶은 거 하는 지소쿠리클럽이나 공중그늘(포항 출신으로 홍대에서 활동) 같은 멋진 밴드들이 존재 하지만, 부산은 확실히 그런 부분에서 좀 더 자유로운 거 같아요."(운규)

-홍대 신에서도 활동을 하셨는데요. 보수동쿨러에게 홍대 신은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지금 홍대 신은 어떠하다고 봅니까?

"홍대 신에서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한국에서 많이 활동한 거죠. 거주지가 부산일 뿐. 저희를 찾는 관객들이 있기에 서울도 가고, 제주도 가고, 해외도 나가는 것 뿐입니다."(슬한)

"홍대 소재에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을뿐, 홍대 신이 어떠한지 잘 모르겠습니다."(상원)

"어디에도 신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디 음악가들이 공연할 수 있는 장소가 홍대에 집중적으로 많이 있을 뿐, 딱히 신이 형성돼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전국 곳곳에 좋은 뮤지션들이 많이 있고 좋은 공연장들도 많기에 지역에 관계 없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유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신이 형성되기에는 작은 나라라고 생각해요."(민지)

"도약의 큰 발판이 됐다고 생각해요. 사실 부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지만 홍대를 안 거칠 순 없었으니까요. 본격적으로 밴드가 이름을 알리고 작고 큰 공연에 섭외 되는 부분에 있어 어쩌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홍대에 위치한 공연장들에서 공연을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역시 너무나 소중한 신이고 이 신이 무럭무럭 자라서 더 좋은 음악,
더 좋은 팀들이 많이많이 사랑 받았으면 좋겠어요."(운규)

-현재 부산 인디, 클럽 신 분위기는 어떤가요? 해당 신을 대표하는 보수동 쿨러가 해체한다는 소식을 들은 해당 신의 주된 반응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부산은 '노인과 바다 그리고 아파트' 입니다. 아티스트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활발하고 재미난 활동을 하는 클럽은 하나 밖에 없구요, 관객들도 서울에 비해 굉장히 적습니다. 절대적으로 인구수가 적다보니 생기는 일 같아요. 보수동쿨러의 해산 소식은 부산 인디 친구들에게 가족을 잃는 것과 비슷합니다. 모두 서울로 갈 때 남아있는 부산 사람들끼리 마음을 많이 나누며 잘 지냈거든요."(슬한)

"부산은 그래도 많은 뮤지션들과 밴드들이 생기고 있어요. 적지만 멋진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같이 활동하던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상원)

"밴드가 영원하기 어렵고 언젠가 끝이 오기도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많이 아쉽다고 해요. 클럽 기념 공연 때 당연히 참여하고, 부산 동료 뮤지션·밴드분들과 종종 함께 공연하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모두에게 다 각자의 사연과 이유로 애정하는 마음들이 느껴져서 많이 고맙고 뭉클했어요."(민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드럼 최운규.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드럼 최운규.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부산 인디신 동료들에게 수많은 위로와 연락을 받은 요즘입니다. 그만큼 두루두루 친하고 자신들의 일처럼 여겨주고 마음을 많이 써주더라고요.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만, 부산 밴드들은 지금이 시작이고 앞으로 더 더욱 사랑 받을 거 같아요."(운규)

-올해가 국내 인디 30주년(2005년 4월 클럽 드럭에서 열린 '너바나' 커트 코베인 1주기 추모 공연이 시작)을 맞는 해입니다. 인디 신은 매번 어려웠지만 요즘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많네요. 선후배들이 모일 수 있는 신이라는게 없어졌고 청자의 취향이 파편화되면서 상업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팀들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거죠. 보수동쿨러 멤버들이 보는 인디 신의 현재, 미래는 어떻습니까?
 
"국내 인구수가 작아서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미권이나 일본을 봐도 서브컬처라고는 하지만 그 '서브'를 향유하는 인구수 자체가 많아요. 인구 감소가 계속되는 이상 인디 뿐만 아니라 모든 게 암담한 미래 밖에 없습니다."(슬한)

"좋은 음악과 실력을 갖추는 게 우선 무엇보다 기본이고 그 음악이 상업적으로 알려지고 대중화가 되는 것은 노력도 있겠지만 운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기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한국 음악시장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워요. 그래서 자꾸 계속 편한 것만 찾고, 편한 길만 선호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신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미디어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경연 프로그램보다는 좀 더 다양한 음악들을 찾으려고 애써주시고 많이 소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들이 몰라서 못 듣는 경우도 많기에, 익숙한 음악에만 익숙해지지 않게, 모두가 노력해서 듣고, 찾아가고, 추천하고, 소개하면 편향된 취향이 조금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 같고 한국 음악의 미래도 더 밝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희망사항입니다."(민지)
 
"말씀 하신 그대로 저도 보고 있습니다. 상업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팀 중에도 정말 좋은 음악 하는 팀이 많은데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 하는 팀들이 많거든요. 이러한 팀들이 각광받고 다양한 음악들이 나와야 듣는 재미도 보는 재미도 더 더욱 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관객분들도 좀 더 폭넓게 들어주시면 좋을거 같고 업계 관계자 분들도 좀 더 다양하게 섭외를 해주시어 대중들에게 그들의 음악을 선보일 기회를 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운규)

-많이 들으신 얘기겠지만 '밴드 붐'에 대해선 꺼내지 않을 수가 없네요. 개인적으로 인디 신에 낙수 효과는 크지 않아서 밴드 붐이 왔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그럼에도 밴드 포맷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건 맞는 거 같아요. 최근의 밴드 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울러 밴드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밴드 붐은 허상입니다. 대형 밴드들이 몇몇 생겨난다고 밴드 신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그 밴드' 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올라가는거죠. 다양한 음악을 소비하는 관객이 늘어난 것에 대해 기분이 좋기는 해요. 하지만 메타 인지를 정확하게 해야한다 생각합니다. '서브컬처'에 몸담고 있으면서 대중적인 성공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본인들이 즐겁고 재미나다고 생각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인디이고, 밴드라고 생각해요."(슬한)
 
"다 그렇지는 않지만 밴드 붐의 주역이라고 하는 팀들이 대개 미디어의 소개로 인한 뮤지션이거나 중견 기업 이상의 소속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은 많은 밴드들은 큰 주목을 받고 있진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밴드 붐이라고 하기에는 특정 밴드들만 관심을 받는 것뿐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 음악 시장에서 거스를 수 없는 어떤 흐름이 존재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강력한 홍보와 마케팅이 수반돼야 하고 미디어에 의해서 팬덤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 함께 모이며 연주하는 밴드 동아리에 관심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 점에서 밴드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생기게 된 것 같아서 그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앞으로 좋은 밴드들이 더 생길 것이라 기대합니다. 밴드의 정체성은 누구도 시키지 않은 과제를 자발적으로, 즐겁게, 지속해서 만들고, 발표하는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민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밴드 붐은 결국 '인디 밴드' 전체에게 오진 않은 것 같아요. 특정 밴드들에게만 집중돼 있고 그들이 집중 받는 이유 또한 충분하지만 결국 밴드 붐이란 밴드 음악 전체에 그러한 혜택이 돌아가야만 밴드 붐이 왔다고 체감하고 자신있게 얘기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 그러한 체감을 하기에는 관심이 특정 밴드 혹은 음악에 집중 돼 있는 것 같아요."(운규)

-그간 활동 중 최고의 순간을 꼽는다면요.
 
"2020년 새 보컬 김민지 영입 후 첫 번째로 했던 오방가르드 게릴라 공연.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엄청나게 부풀어있었습니다."(슬한)

"저는 해외페스티벌 무대에 선 순간인 것 같아요. 해외를 거의 나가보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면 다시는 못할 경험인 것 같아요."(상원)

"정규 1집 앨범 '모래'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 EBS 스페이스 공감 선정 2000년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뽑혀서 매우 영광이었습니다."(민지)

"꼭 서고 싶었던 펜타포트 무대를 섰을 때 이며, 특히 가족 같은 해서웨이랑 무대를 같이 해서 더욱 더 뜻 깊었습니다."(운규)

-앞으로 혹시 종종 이벤트성으로 멤버들이 뭉칠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슬한)

"서로의 시기와 마음이 잘 맞 다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상원)

"당장 계획은 없어요. 각자의 시간들을 잘 보내면서 음악 외적으로는 종종 만날 수 있을 거 같아요."(민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보수동쿨러.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뭉치는 것은 자주 있을 수도 있고 쉽겠지만 음악얘기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적어도 당분간은."(운규)

-각자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저는 천안으로 이사를 가요. 새로운 팀을 꾸리는 중입니다."(슬한)

"저는 일단 계획에 둔 건 없어요. 생업을 하며 생각해보려고 합니다."(상원) 

"서울로 이사를 갑니다. 일단 생계를 잘 꾸리고 건강하게 지내려고 해요. 에너지를 수렴할 시간이 필요해서 충전을 잘 하려 합니다. 음악 활동을 계속할지는 잘 모르겠어요."(민지)
 
"다른 밴드에 합류하기로 결정 돼 쉴 틈 없이 바로 음악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에요."(운규)

-마지막으로, 멤버들에게 그간 하지 못했던 마음을 표현한다면요.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서로에게 편지를 적으며 모든 마음을 다 전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 속에 남은 말은 '덕분에 너무 행복했고 항상 고마워'"(슬한)

"슬한이 형, 운규 형, 민지 누나 감사합니다. 함께 였기 때문에 더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상원)

"같이 밴드해서 즐거웠고, 모두 고생 많았고, 고맙고 사랑해!"(민지) 

"너희들 아니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야.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합니다. 친애하는 친구들."(운규)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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