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적용 예외' 반도체특별법, 헌법상 원칙도 훼손"
양대노총 참여 공동행동, 13일 국회서 토론회 개최
"헌재도 장시간 노동이 각종 폐해 초래한다고 인정"
"근로시간 특례, 시행령 위임으로 정부가 일방 결정해"
현직자도 증언…"법 통과되면 추가 근로 강요받게 될 것"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방진복을 입고 과로로 쓰러진 반도체노동자들을 형상화한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5.02.10. xconfind@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10/NISI20250210_0020690425_web.jpg?rnd=20250210105808)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방진복을 입고 과로로 쓰러진 반도체노동자들을 형상화한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5.02.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반도체업계에 대한 주52시간 적용 예외를 담은 '반도체특별법'이 장시간노동을 조장하고 헌법상 원칙도 훼손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양대노총이 참여하는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과 참여연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김종민 무소속 의원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문제점을 짚기 위해 마련됐다.
근로기준법 상 근로시간은 주40시간이 기본으로,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이렇게 총 주52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우 사업주는 처벌대상이다.
반도체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52시간 규제를 예외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주52시간 근로시간 특례 조항을 넣은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한 상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주당 52시간 혹은 55시간 이상인 경우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는 많다"며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통계청 사망자료를 연계해 분석했을 때, 35~44시간 근무자와 비교해 45~52시간 근무한 사람의 자살사망 위험이 3.89배 높았고 52시간 초과 근무자는 3.74배나 높았다"고 했다.
이어 "몰아서 일하는 게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사람들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삶과 생산, 생명과 이윤, 평등과 무한경쟁, 노동자 건강과 기업의 성과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선택과 결단의 문제"라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하나 변호사도 반도체특별법이 헌법상 포괄위임금지원칙과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주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도를 합헌 판단하면서 장시간 노동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침해하고 업무상 재해 위험을 증가시키며 여가시간 부족으로 인한 인격발현 제약, 생산성 저하 등 복합적 폐해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며 "이러한 폐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산업경쟁력이라는 공익이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호라는 기본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주52시간 특례를 정하고 있는 반도체특별법안 제34조 2항의 '근로 기준 적용과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근로시간이라는 본질적 근로조건을 시행령에 위임하면서도, 위임의 필요성과 그 대강의 내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반도체특별법은 법률이 아닌 정부에 의해 노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인 근로시간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신혁진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정책부장은 "한국사회는 여전히 노동시간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호하고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며 "고소득 R&D 분야 노동자는 노동시간 규제의 예외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들도 사람이다.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와 불필요한 노동자를 구분하겠다는 논리는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반도체 R&D 분야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직접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삼성반도체 R&D 분야 직군에서 14년째 일하고 있는 변희범씨는 "이미 지금도 법의 범위 내에서 연장근로를 감내하는 동료들이 존재하는데 만약 노동시간 유연화가 정식으로 허용된다면 그 제도는 부서 분위기와 부서장의 평가를 무기로 한 무언의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노동자들이 자신이 의사와는 무관하게 추가적인 근로를 강요받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반도체에서 13년째 일하고 있는 한기박씨 역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5~6년 전 입사 이후 함께 웃으며 일하던 한 선배님이 어느날 야근을 하던 중 화장실로 가다 갑자기 쓰러졌다"며 "상식적으로 곧바로 달려가 의식을 확인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는데, 업무에 쫓기며 몽롱한 상태였던 저는 바라보기만 했을 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과로가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력마저 마비시킨다는 것을 그때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부에서는 52시간을 넘어가면 공짜야근을 하니 일한 만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력을 충원해 무리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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