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재명 'n번째 통합 카드'…말보다는 행동

[서울=뉴시스]조재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다시 통합 행보에 나섰다. 여의도 정치를 시작한 뒤 'n(엔)번째'다.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 화살을 자신에 돌리는 메시지를 다시 낸 데 이어,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비이재명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난다. 차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자 조기 진화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다시 통합 버튼을 누른 배경에는 지지율이 자리하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도 민주당은 좀처럼 힘을 못 받고 있다. 당 지지율은 두 달째 고전하고 있고, 이 대표 지지율은 30퍼센트(%)대 박스권을 벗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원인을 짚어 가다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진단이 '이재명 포비아'다.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일종의 공포심이 보수를 넘어 중도층까지 퍼져있다는 것이다. "지지율 하락 원인을 분석하라"고 지시했다는 이 대표라고 이를 모르지 않는다. 한 지도부 인사는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대체로 안타깝다는 표정이다. "알고보면 괜찮은 사람." 사석에서 자주 나오는 평가인데, 역대 최장기간 대표직을 맡고 있으면서 왜 여태 '못 보여줬다'는 것인지. 한 측근은 "웃으면 타인의 고통에 무감하다며 공감력을 지적하고, 웃음기를 지우면 지운 대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같다고 한다. 답답하다"고 했다. 한탄 속에 이미 답이 있다.
이번에도 진정성이 관건이다. 이재명식 통합에 따라붙는 꼬리표이자 이 대표가 지난 2년 반 내내 풀지 못한 최대 난제다. 이 대표가 말한 통합은 늘 공염불에 그쳤다. 멀리 가서 찾을 필요 없이 '비명학살' 공천파동이 일었던 게 불과 얼마 전이다. 특히 임 전 실장 컷오프 사건은 지금도 오르내린다. "이 대표가 임 전 실장 전화를 한 통도 안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두 사람 만남이 곧 예정된 가운데 임 전 실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지금도 서운함이 풀리진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계엄 사태 후 우리 사회는 국민 통합이란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차기 대선을 내다보는 이 대표로선 당내 통합이란 고개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이미 가야할 길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재명표 통합은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받은지 오래다.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차례 강조한 대화와 조정, 타협을 이번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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