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잇단 임상 고배…난치병 '특발성 폐섬유' 신약 개발 난항

등록 2025.04.15 12:32:24수정 2025.04.15 13:32:2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효능입증 실패 및 권리반환 사례 잇달아

"명확한 발병 원인 몰라 약 개발 어려워"

"완치 약 없어…초기에 잡는 약 필요해"

[서울=뉴시스] 폐가 서서히 굳어지면서 기능을 상실하는 난치병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개발이 국내‧외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폐가 서서히 굳어지면서 기능을 상실하는 난치병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개발이 국내‧외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폐가 서서히 굳어지면서 기능을 상실하는 난치병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개발이 국내·외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특발성 폐섬유증 후보물질 'BBT-877'의 임상 2상 탑라인(주요 지표) 분석 결과, 1차 평가지표인 24주차 강제 폐활량(FVC) 변화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 129명을 대상으로 한국·미국 등 5개국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신약의 효능 평가를 위한 1차 1표인 24주차 강제 폐활량의 변화가 이 약 투여 환자군과 위약 투여군 모두에서 관찰됐으나, 두 군 간 통계적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BBT-877은 오토택신이라는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이다. 지난 2019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1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가 다시 반환된 후 브릿지바이오가 적응증 변경없이 개발을 이어왔다. 브릿지바이오는 최종 임상시험 결과보고서를 받아본 후 임상 개발·사업 전략을 재수립할 계획이다.

지난 3월 티움바이오도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로부터 폐섬유증 등 호흡기질환 치료제 개발 프로그램 'NCE401'에 대한 기술 이전 계약 해지 및 권리 반환을 통보받았다. NCE401은 폐섬유증 환자에서 섬유증식과정에 관여하는 TGF-β를 저해하는 약물로, 2018년 티움바이오가 키에지에 호흡기질환에 한정해 특허 사용을 허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티움바이오는 "파트너사는 NCE401 특허를 활용해 신규 유도체 물질을 발굴하고자 노력했으나 후보물질 발굴에 성공하지 못해 권리를 반환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의 국내외 개발 난항 사례가 많아진 만큼, 시장 상황을 다시 분석하는 동시에 다시 기술 이전의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같은 달 대웅제약은 중국 CS파마슈티컬스로부터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의 기술 수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향을 통보받았다. 지난 2023년 대웅제약은 이 회사에 중국 내 베르시포로신 개발·상업화 권리를 이전한 바 있다.

다만 대웅제약은 약의 유효성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는 "CS파마슈티컬스의 R&D 전략 변경에 따른 것으로 베르시포로신의 유효성·안전성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현재 자체적으로 미국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2상이 순항하고 있으며, 작년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에서도 두 차례 임상 지속을 권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베르시포로신은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저해 항섬유화제 물질이다.

해외에서도 연구 중단 사례가 나타났다. 지난 2월 미국 플라이언트 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벡소테그라스트(PLN-74809)의 특발성 폐섬유증 임상 2b·3상 환자 모집을 중단했다. 독립적인 데이터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DSMB)의 권고에 따른 결정이다. 지난 2021년 벨기에 갈라파고스는 길리어드와 공동 개발하던 오토택신 저해제 '지리탁세스탓'의 임상 3상을 중단한 바 있다.

이러한 개발의 어려움은 질환의 특성과 관련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폐섬유증은 '섬유화'라는 말 그대로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질환이다. 폐섬유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에 벌집 모양의 구멍이 생기고 폐가 점차 딱딱하게 굳는데, '특발성'이란 말처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기존 치료제는 폐가 굳어지는 섬유화 진행의 속도를 늦추는 수준으로, 미충족 의료수요 또한 높다.

한 대학병원의 호흡기내과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명확한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발병 원인을 모르니 치료약 개발이 어렵다"며 "현재도 완치하는 치료제가 없어, 섬유화를 최대한 늦추는 선에서 약물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폐가 한번 섬유화되면 회복할 방법이 없어 상당히 위험한 질환"이라며 "질병 초기에 악화를 막아내는 약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