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초등생 유괴 의심 신고에 공포 확산…"아이 혼자 못 보내겠다"
역삼·개포동 초교 인근서 같은날 연달아 유괴 정황 신고
하교길 학교 앞 학부모 몰려…"불안감에 자녀 마중"
경찰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 없어"…개포동은 사건 종결처리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지난 16일 유괴 의심 사건이 발생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초등학교 앞에 학부모가 자녀 마중을 나온 모습. 2025.04.18](https://img1.newsis.com/2025/04/18/NISI20250418_0001821859_web.jpg?rnd=20250418185159)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지난 16일 유괴 의심 사건이 발생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초등학교 앞에 학부모가 자녀 마중을 나온 모습. 2025.04.18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강류나 인턴기자 = 서울 강남 초등학교 인근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유괴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유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않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했다.
기자가 찾은 지난 18일 오후 3시께 서울 역삼동의 A초등학교 정문 앞. 며칠 전 이 일대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유인 의심 신고가 접수된 영향인지, 하교 시간대 자녀를 마중 나온 학부모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20분께 A초등학교 주변에서 남성 2명이 남자 초등학생에게 "음료수 사줄까"라고 말을 걸어 유괴 미수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학부모들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홍모씨(40)는 "저희 아이가 학원 다니는 건물 1층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라며 "항상 제가 아이를 픽업하고 있지만 2~3학년은 혼자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 아이에게 만약 누군가가 도와달라며 다가오면 어떻게 할지 물었더니 ‘어떻게 하지’라고 답하더라”고 우려했다.
초등학교 1학년 손자를 둔 김모(70)씨는 "우리는 늘 데려다주고 데리러 와서 괜찮은데, 학년이 올라가면 혼자 다니는 애들도 많다"며 "아이에게 아주 친한 이웃이라도 보호자 허락 없이는 따라가지 말라고 반복해서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 역시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은 "반 친구가 결석했을 때 혹시 그 학생이 아니냐고 친구들끼리 걱정했다"며 "잘 대비하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서웠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낯선 사람 절대 따라가면 안 된다고 교육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유괴 의심 신고가 접수된 개포동 B초등학교 앞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난 16일 오후 12시30분께에는 개포동 한 초등학교에서 노인이 하굣길 학생을 끌고가려 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바 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주민 두 명 사이에서는 "여기 근처에서 납치 시도 있었다잖아" "진짜? 너무 무섭다"라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이날 오후 방과 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정문을 빠져나왔고, 일부 학부모들은 킥보드를 들고 나온 자녀를 직접 마중 나왔다.
B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자 두 명을 뒀다는 노인 여성은 "큰 아이 학원 데려다주는 사이에 둘째를 못 볼 때가 있다. 그런 사이에 연락이 안 되면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집이 가까워서 혼자 다니고 있었는데, 이제 불안해져서 학교 앞에 다시 데리러 나왔다"라며 "이 일대에서 그런 일들이 자꾸 생기는 게 걱정스럽다"고 했다.
하교 중이던 6학년 남학생은 "어떤 형이 낯선 아저씨에게 당할 뻔했다는데 엄청 울었다고 들었다. 나도 무서웠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여전히 사건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무섭다" "요즘 세상에 유괴를 시도하나" "낯선 사람 조심하라고 단단히 교육시켜야겠다" 등 반응을 나타냈다.
두 초등학교는 각 학급에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학부모 대상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등하교 안전 지도 협조를 요청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경찰 등에 긴급 안전 점검을 요청했으며, 교육지원청에서는 관내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사건 관련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사건들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게 될 전망이다. 경찰 조사 결과, 역삼동 A초등학교 학생에 접근한 남성들은 학생이 위험한 상황에 있음을 보고 말을 건 것으로 확인됐으며,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판단해 귀가 조치했다.
개포동 B초등학교 인근에서 신고가 접수됐던 남성의 경우, 신원 특정 결과 70대 치매노인(남성)이었으며 3급 치매를 앓고 있었다. 경찰은 폭행 등 범죄행위는 확인되지 않아 사건을 종결처리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측은 "등하교길 순찰활동을 강화해 학생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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