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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했다" "동영상 있다"…유명인 협박 '구조적 범죄' 진화

등록 2025.05.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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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쯔양 등 유명세 악용한 금전 요구 협박 반복

전문가 "익명 미디어 환경 속 구조적 범죄로 진화"

[수원=뉴시스] 정병혁 기자 = 25일 경기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8차전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경기, 대한민국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2025.03.25. jhope@newsis.com

[수원=뉴시스] 정병혁 기자 = 25일 경기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8차전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경기, 대한민국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2025.03.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33)이 과거 연인이던 여성과 그 남자친구로부터 차례로 금품을 요구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유명인의 사생활을 노린 공갈 범죄가 다시 주목되고 있다.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공갈 범죄는 구조적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공갈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와 공갈미수 혐의가 적용된 40대 남성 B씨를 지난 14일 체포하고, 15일 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6일 오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A씨는 손흥민과 과거 교제했던 사이로 지난해 6월 "임신했다"며 초음파 사진을 전달하고 3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의 남자친구 B씨도 같은 내용을 빌미로 올해 3월 손흥민 측에 7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 소속사 측은 "선처 없이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협박 범죄는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튜버 쯔양을 상대로 과거 이력을 폭로하겠다며 2억1600만원 상당을 갈취한 혐의로 30대 여성과 20대 여성이 공동공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4월에는 유명 트로트 가수의 사생활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5억원을 요구한 일당이 검찰에 송치됐다. 배구선수 김요한은 지난해 지인에게 "동영상을 퍼뜨리겠다"는 협박을 받고 5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알려졌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 방송인 김하성도 사생활 영상을 빌미로 협박을 받은 사실이 최근 재판에서 드러났다.

 유명인 등 공인을 겨냥한 협박이 반복되면, 단순한 갈등을 넘어 심각한 범죄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특히 미디어 기술 발달로 사생활 정보가 순식간에 확산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 같은 협박 범죄는 더 빠르게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런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로 '범죄자 심리의 구조화'를 꼽는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이런 범죄는 단순히 돈을 노리는 걸 넘어, 피해자의 약점을 반복적으로 건드려 우위에 서려는 성격이 있다"며 "사생활을 이용한 협박은 금전적 이득과 심리적 지배 욕구가 결합된 구조적 범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 번 금전을 받은 경험이 반복 협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유명인의 사회적 약점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은 결국 피해자를 압박하며 주도권을 쥐려는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성과 파급력이 결합된 미디어 환경은 협박 수단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미디어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명인의 사생활이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이로 인해 협박 범죄의 위력도 커졌다"라고 분석했다. 또 심 교수는 "텔레그램처럼 익명성이 보장되는 플랫폼과 유튜브·SNS처럼 노출력이 큰 매체가 결합되면서 가해자는 손쉽게 위협 수단을 확보하고 피해자는 노출 공포에 쉽게 위축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환경은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하게 만드는 기반이 되고 있다"며 "허위 협박이나 사생활 노출 협박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고 결과까지 보도되는 구조가 정착돼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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