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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귀엽네, 이 밸런스 '하이파이브'

등록 2025.05.30 09:38:35수정 2025.06.09 10: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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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이파이브' 리뷰

[클로즈업 필름]귀엽네, 이 밸런스 '하이파이브'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하이파이브'(5월30일 공개)는 균형이 매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숱한 슈퍼 히어로 영화를 봐온 관객에게 평범한 사람들이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뒤 그 힘을 옳은 일 하는 데 쓴다는 이야기는 지겨울 정도로 익숙하다. 하지만 '과속스캔들'(822만명) '써니'(745만명) '타짜-신의 손'(400만명)의 성공을 경험한 강형철 감독은 음식 이름이 같다고 다 똑같은 음식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질리지 않고 또 먹을 수 있는 간을 맞춰낸다. '하이파이브' 제작비는 약 200억원. 슈퍼 히어로 영화라면 으레 2000억원을 쓰는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면 약점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다만 이 영화는 그 명백한 한계를 한국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대사와 설정의 풍미로 일부 만회한다.

정체불명의 초능력자가 장기 기증을 하게 되고 그 장기를 물려 받아 초능력이 생긴 평범한 이웃 5명이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된 뒤 한 팀이 돼 이들의 능력을 빼앗으려는 악에 맞선다는 이야기를 담은 '하이파이브'는 사실 슈퍼 히어로 액션 영화라기보다는 코미디 영화에 가깝다. 어쩌면 종반부 슈퍼 파워 5인방이 힘을 합쳐 악당에 맞서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초점은 남다른 힘을 갖게 된 착하고 어리숙한 사람들이 자기 능력의 정체를 좌충우돌하며 깨달아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머에 맞춰져 있다. 이를테면 본격적인 한국형 슈퍼 히어로 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게 '하이파이브'는 왜 이렇게 진지하고 심각하냐고 눙을 친다.
[클로즈업 필름]귀엽네, 이 밸런스 '하이파이브'


액션과 코미디의 밸런스를 유지해주는 데 한몫 하는 건 역시나 배우들이다. 유아인·라미란·안재홍·김희원·이재인 다섯 배우는 모두 한 작품을 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연기자들인데도 누구 하나 선을 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한다. 유아인은 멋을, 라미란은 친근함을, 안재홍은 웃음을, 김희원은 따뜻함을, 이재인은 상큼함을 나눠 맡아 극 중 이들의 능력이 하나로 모일 때 큰 힘을 발휘하는 것과 같은 시너지를 낸다. 신구·오정세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를 하고, 박진영 역시 왜 자신이 최근 주목 받는 배우 중 한 명인지 증명한다. 너무 유치하지 않은 수준에 딱 걸쳐 있는 코미디, 공격형과 수비형을 적절히 안배한 초능력, 줄 때와 받을 때가 딱 떨어지는 대사 역시 재미를 끌어올린다.

다만 '하이파이브'엔 관객 눈을 확 뜨이게 할 새로운 게 보이지 않는다. 소시민 히어로 캐릭터는 '염력'(2018)이나 '무빙'(2019) 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한국 영화·드라마·웹툰이 다뤄온 소재이다. 능력을 받고, 능력을 깨우친 뒤, 다른 능력자들과 만나고, 서로 반목하다가, 악을 만나 힘을 합쳐 싸운다는 얘기는 상투적인 걸 넘어 기계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야기를 쌓아가며 극 최종 단계로 긴장감을 쌓아 올라가는 게 아니라 단발성 에피소드와 에피소드를 이어 붙이는 데 그친다는 것, 캐릭터 변화와 성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건 큰 단점이다. 제작비 규모를 따져볼 때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나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영화에 열광하는 일부 관객에겐 '하이파이브'의 특수효과는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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