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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월급 급등의 부메랑 효과…요금 더 내거나 버스 더 기다리거나

등록 2025.06.0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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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오른 시내버스 요금 300원 또 인상 우려

운송비 절감 필요…1000대 감차 시 2890명 감원

감차 시 노선 축소에 배차 간격 커져 시민 불편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유보한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서울 시내버스가 정상 운행하고 있는 모습. 2025.05.2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유보한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서울 시내버스가 정상 운행하고 있는 모습. 2025.05.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준공영제로 운영 중인 서울 시내버스 업계의 임금 협상이 교착 상태인 가운데 서울시가 두 가지 선택지로 내몰리고 있다. 노동조합이 최고 25% 인상 요구를 이어간다면 시는 버스 요금을 인상하거나 버스 대수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와 버스운송사업조합(사측), 버스노동조합(노조)은 지난달 28일 임금 협상 결렬 후 5일 현재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대치 중이다.

이런 가운데 창원 시내버스 협상 결과가 나오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창원 시내버스 노사는 임금을 3% 인상하는 한편, 통상임금 적용 범위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창원 시내버스 협상 결과는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원하는 방향이다. 서울 노조 역시 정기적인 지급 여부에 관한 판단 없이 상여금과 휴가비 등을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창원의 경우처럼 서울 시내버스 노조 요구 사항이 그대로 수용된다면 각종 수당이 연쇄 증가하며 버스 기사 월급이 평균 513만원에서 80만원(약 15%)씩 오른다. 여기에 노조가 요구하는 기본급 8.2% 인상까지 반영하면 46만원이 더 올라 평균 월급은 639만원이 된다. 최종 인상률은 24~25%에 이른다.

버스 기사 임금이 1% 오르면 서울시 준공영제에 따라 시 재정으로 투입해야 하는 돈은 인상률 1%당 약 110억원이다. 25.5%가 오르면 약 2800억원을 서울시가 버스 회사들에 더 나눠줘야 한다. 임금이 10% 안팎까지만 올라도 1100억~1200억원이 혈세로 추가 투입된다.

준공영제 운영을 위한 예산이 매년 5000억원 가량이므로 28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갈 경우 버스 준공영제 운영을 위해 1년에 서울시가 투입하는 돈은 800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추가 재정 부담을 덜려면 서울시는 시내버스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3000억원을 모두 승객에 전가할 경우 현재 1500원인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1800원까지 300원 인상돼야 한다.

이 경우 2023년 8월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 올린 데 이어 2년도 안 돼 또 300원이 인상되는 것이다. 시내버스 요금이 2년 만에 1200원에서 1800원이 된다.

시내버스 요금 인상은 다른 대중교통 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환승 체계 탈퇴를 불사하면서 서울시를 압박 중인 마을버스 업계는 요금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 도미노 현상은 결국 시민 교통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요금 인상으로 인한 시민 반발을 피하려면 서울시가 택할 수 있는 대안은 버스 운송비용 감축이다.

시내버스 운송비용 감축을 위한 대표적인 방법은 감차다. 현재 서울시는 시내버스 보유 대수를 기준으로 버스 회사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보유 대수를 줄이는 감차를 통해 보조금 액수 자체를 줄인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교통회관 앞에서 열린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5.2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교통회관 앞에서 열린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5.26. [email protected]

현 서울 시내버스 1대를 감차할 경우 표준 운송 원가(86만5000원) 등을 고려할 때 대당 3억원 안팎의 운송비용이 줄어든다. 1000대를 줄이면 버스 기사 임금 상승으로 인한 재정 부담 3000억원을 상쇄할 수 있다.

감차는 2004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준공영제 도입 전 8400여대였던 서울 시내버스는 현재 7382대로 약 1000여대 줄었다.

주목할 대목은 대규모 감차가 이뤄질 때마다 버스 기사 감원이 수반됐다는 점이다.

준공영제 도입 후 2004년과 2005년에 600여대가 감차됐는데 그 여파로 2008년까지 수년에 걸쳐 버스 기사 1700여명이 감원됐다.

이번 통상임금 사태로 인한 서울시 재정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버스 1000대를 감차한다면 3000명 가까운 기사가 구조 조정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 현재 시내버스 1대당 운송 인원이 2.89명이라 1000대가 감차되면 산술적으로 289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대폭의 임금 인상 요구가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지는 부메랑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인력 구조 조정은 시내버스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노조는 이번 단체 협상 과정에서 '기술 발전에 따른 인력 구조 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삽입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자율주행버스 등 신기술 도입으로 인한 버스 기사 감원은 노조도 경계하는 지점이다.

대규모 감차는 서울 각 지역 교통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감차로 인해 노선이 축소되고 배차 간격이 늘어나면 시내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승객은 불편을 겪게 된다.

이처럼 감차가 대폭의 임금 인상에 따른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가운데 노조는 오히려 운송비용이 늘어나는 증차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입장문에서 "이미 감차로 결론지어 놓은 서울시의 준공영제 개편에 대한 원인을 노동조합에게 떠넘기지 말라"며 "사업조합과 서울시의 파업 유도에도 시민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자제하고 있는 노동조합은 감차를 강력하게 반대한다. 서울시 시내버스는 반드시 증차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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