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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손석구는 김혜자처럼

등록 2025.06.09 0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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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김혜자 호흡

"선생님은 나의 등대…그런 연기 내 목표"

"김혜자 선생 연기엔 진솔함만 남았더라"

1983년생 손석구 1941년생 김혜자 부부

"김혜자 만나고 나서 내 연기 바뀌었다"

[인터뷰]손석구는 김혜자처럼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아마도 제 연기가 많이 바뀔 것 같아요."

배우 손석구(42)에게 배우 김혜자와 함께 연기한 얘기를 꺼내자 사뭇 진지해졌다. 손석구는 "감히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에 관해 얘기하는 게 조금 그렇다"며 그가 보여준 연기의 실체에 관해 그리고 그와 호흡하는 연기가 어떤 느낌이었는지에 관해 한동안 쉬지 않고 풀어냈다. 그러면서 손석구는 "선생님의 삶과 연기는 등대"라며 "하여튼 난 그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손석구와 김혜자가 함께한 작품은 지난 4월19일~5월25일 방송된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다. 이 작품에서 1983년생 손석구와 1941년생 김혜자는 부부였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뒤이어 아내도 죽으면서 이 부부는 다시 만나게 되는데, 남편은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내는 죽을 때 나이 80살 그대로다. 당황스러운 건 두 사람 다 마찬가지. 그러나 이들은 겉모습과 상관 없이 다시 사랑한다. 손석구가 연기한 게 남편 고낙준이고, 김혜자가 맡은 역할이 아내 이해숙이었다. 손석구는 김혜자의 연기에 대해 "진솔함만 남아 있어서 진짜 부부가 있는 것만 같았다"고 했다.

"선생님 연기엔 다른 게 아무 것도 없더라니까요. 진솔함만 있고 다른 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머리를 써서 연기를 하겠어요. 저도 그냥 그렇게 따라 가는 거죠. 물론 제가 선생님처럼 연기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해보려고 했다는 거죠. 얼마나 불안했겠어요. 감독님이 괜찮으니까 그대로 하라고 해서 그거 믿고 그냥 한 겁니다. 그런데 선생님을 따라 가려고 하면 또 그렇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방송 전에는 파격적인 설정이고 전에 없던 캐스팅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방송 후엔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갔다. 손석구와 김혜자가 부부라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 같은 건 나오지도 않았고, '파격'이라든가 '전례 없는' 같은 표현도 없었다. 시청자들은 두 배우가 진짜 부부 같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요즘 같이 볼 게 많은 시대에 기록한 최고 시청률 8.3%는 두 사람 연기가 보는 이들을 설득했다는 방증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인터뷰]손석구는 김혜자처럼


"이게 연기라면 정말이지 당신만의 아름다운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연기일 거예요. 어떤 필터도 없이 표현을 하는데 그게 그냥 거짓 없는 연기가 되니까요. 글쎄요. 어쩌면 이건 연기가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연기라는 말은 정말 안 맞는 것 같아요. 선생님과 함께 연기하는 순간에 제 마음으로 오는 무언가가 그 전에 연기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게 오더라고요. 그리고 그걸 모니터로 확인하면 또 다른 게 와요. 선생님과 함께하니까 제 연기가 마음에 들 정도였어요."

손석구는 자신도 언제나 진솔하게 연기하려고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영리해지려고 할 때가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계산적인 연기를 할 때가 있다는 얘기였다. 손석구는 김혜자의 연기는 물 한 잔을 마시는 행동에도 진솔함이 있었다고 했다. 그에게 '이 작품이 연기에 관한 생각을 바꿔 놓았냐'고 묻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어렵지 않은 질문이에요. 정말 많이 바뀔 거예요."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계속 끊으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연기할 때 그 주변 상황들이나 그때 제 마음이나 선생님과 호흡 같은 게 자꾸 생각이 나서 잘 안 넘어 가는 겁니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할까요. 전 낙준과 해숙을 볼 때마다 그런 연기를 하는 두 배우가 아니라 진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손석구는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이어 디즈니+ 시리즈 '나인 퍼즐' 역시 성공시켰다. '나인 퍼즐'은 추리물로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고, 손석구 역시 극에 딱 들어맞는 빼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나의 해방일지'(2022)를 기점으로 보면 그는 한 마디로 실패가 없는 배우다. 연속된 성공의 이유에 관해 자평해달라고 하자 손석구는 "재밌는 것이 무엇인지 보는 눈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재미라는 말이 가벼운 말처럼 들리지만 그것이야말로 정말 쉽고 간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순히 내가 재밌게 봤다고 재밌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나는 내 인생을 반추하며 작품을 보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나만 재밌게 볼 수가 있거든요. 그런 걸 경계하려는 거죠. 내가 읽은 작품에 관해 친구나 지인에게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 그들도 재밌게 들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아주 간단하게는 어떤 작품을 한 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 설명만 들어도 재미가 느껴지느냐가 중요합니다. '황혼을 넘긴 여자가 천국에 가서 젊어진 남편을 만났다. 거기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 '10년 간 어느 프로파일러를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의심하던 형사가 그 프로파일러와 공조해서 연쇄살인범을 잡는 이야기' 이렇게 말이에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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