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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년 제주 화산섬 용암동굴, 비밀의 문 열린다…미로형·S자형·다층형 동굴 신비의 퍼레이드

등록 2025.06.22 11:00:55수정 2025.06.23 18: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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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22일 '2025 세계유산축전' 서 벵뒤굴·김녕굴 등 개방

제주 용암동굴 비공개 구간 특별탐험, 워킹투어 등 다양한 행사

20~21일 세계유산축전 프로그램 핵심지역 탐방…탄성 이어져

혓바닥모양 용암유선·동굴 생성물 눈길 …한여름 속 자연 에어컨


[서울=뉴시스] 벵뒤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벵뒤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이수지 기자 = 1만 년 전 제주에 흐르는 용암이 만든 신비의 동굴 벵뒤굴과 김녕굴이 베일을 벗었다.

화산섬 제주는 360여 개 다양한 기생화산과 용암동굴, 희귀생물 서식지가 있어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07년 한국 최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구,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등 3개 자연유산으로 이뤄져 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경사를 따라 북동쪽으로 해안선까지 도달하면서 생긴 용암동굴들이다. 벵뒤굴, 만장굴과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은 동굴 생성물 보호를 위해 공개 제한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세계유산 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기간 중에는 이 용암동굴이 일반에게 공개된다. 2020년 처음 시작된 이 축전은 국가유산청, 제주특별자치도 주최 아래 국가유산진흥원,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내달 4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올해 행사에는 동굴 탐험, 한라산에서의 특별산행, 야간산행, 일출 감상, 거문오름부터 월정리 해변까지 걷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지난 20일부터 1박2일간 '2025 세계유산축전 주요 지역을 탐방하는 기자단 투어를 진행했다. 탐방지는 벵뒤굴, 김녕굴, 웃산전굴, 용암교, 향사당 등이다. 이 동굴들은 동굴탐험 프로그램 '만 년의 비밀을 찾아서' 중 김녕굴과 뱅귀굴 탐험코스 '특별 탐험대 Ⅰ'과 김녕굴과 그 외 여러 동굴 탐험 코스 '특별 탐험대 Ⅱ'의 주요 동굴이다.
[서울=뉴시스] 벵뒤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벵뒤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 최대 미로동굴 벵뒤굴

주황색 점프슈트, 안전모, 무릎보호대로 무장한 탐험대원들은 먼저 벵뒤굴 탐험에 나섰다. 이날 김상수 세계유산축전 '불의 숲길' 운영단장이 탐험대를 이끌었다.

1만 년 전 용암이 흘러간 길에서 만나게 되는 벵뒤굴은 거문오름에서 800m 떨어져 있다. 용암동굴계 중 내부 구조가 가장 복잡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미로형 동굴이다.

벵귀굴로 가는 길 입구 웃바매기오름 표지석 앞에 탐험대가 모이자 김 단장은 벵뒤골에 대한 소개로 시작했다. 김 단장은 "'벵뒤'는 제주어로 너른 들판"이라며 "용암이 평지에 흐르다가 장애물을 만나 두 갈래 또는 세 갈래로 쪼개지기도 하고, 앞으로 가던 용암이 되돌아오기도 하면서 아주 복잡한 동굴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암유선이 만장굴이나 김녕굴과 달리 독특하고 많은 작은 굴을 만들어내 대열과 한 발짝만 벗어나면 그 자리에 찾아오기가 어렵다"며 "현재 미생물들이 흰빛 또는 금빛을 띠면서 많이 자라고 있어 벽면에 손을 대거나 건드리면 10년이 지나도 메꿔지지 않는다"라며 대열 낙오, 벽면 접촉 등 탐험 시 주의 사항을 덧붙였다.

탐험대가 숲길을 따라 10분쯤 걷자 출입금지 푯말이 붙은 벵귀굴 입구가 나타났다. 잠겼던 철문이 열리고 김 단장을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선 탐험대 몸의 발열로 인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13℃인 동굴 내부 온도와 바깥 온도 차이 때문이다. 이날 장마가 한 차례 지나간 제주의 한낮 기온은 30℃에 육박했다. 에어컨 같은 동굴 바람에 더위를 식힌 탐험대는 안전모 랜턴과 손전등 만을 의지해 동굴 안을 살펴봤다.
[서울=뉴시스] 벵뒤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벵뒤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길이 4481m에 달하는 동굴 내부에는 2층 또는 3층 구조가 형성됐다. 용암석주, 용암교, 용암표석과 같은 동굴지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지표 가까이 분포된 동굴의 천장이 얇아 내부 곳곳이 무너지면서 하늘이 보이는 천장창 23개가 형성됐다.

김 단장은 "탄산염 성분이 동굴에 들어오면 석회동굴에서 볼 수 있는 동굴 생성물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라며 "빗물이 들어오면서 연속적으로 흐르다 보니 동굴 벽면에 유기물이 붙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탐험대는 무릎으로 기듯이 낮은 자세로 작은 동굴들 틈을 빠져나가며 다양한 용암종유, 사람의 콧구멍 모양의 작은 동굴들, 혓바닥 모양 용암유선을 관찰했다.

이어 넓은 동굴이 나타났다.  "제주에서 유일하게 암흑 체험하는 곳"이라는 김 단장의 설명에 탐험대는 잠시 안전모 랜턴과 손전등을 꺼두고 잠시 적막의 시간도 가졌다.
[서울=뉴시스] 용암교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용암교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4㎞ 대형동굴 웃산전굴과 용암교

'불의 숨길'이란 이름 붙여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거문 오름계 용암길에서 탐험대의 감탄을 자아낸 건 웃산전굴 앞 용암교였다. 여러 층으로 발달한 동굴 통로 일부가 무너지면서 동굴 천장이 교량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 용암교다.

흐린 날씨 탓에 탐험대는 햇빛 사이로 펼쳐진 나무들과 식물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웅장한 다리들이 그려낸 장관에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곳곳에는 나무들의 뿌리가 돌 틈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김 단장은 "제주에는 나무는 돌에 의지해 자라고 돌은 나무를 의지해서 무너지지 않고 견뎌낸다는 말이 있다"며 "이 나무뿌리가 돌에 딱 붙어 있어 어찌 보면 제주인들의 삶의 흔적을 이제 보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척박한 지역에서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렇게 견뎌낸 게 제주인들이 삶"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웃산전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웃산전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웃산전굴은 길이가 2385m에 이르는 신비의 동굴이다. 단층 구조인 북오름굴이나 대림 동굴과 달리 지하 1, 2, 3층의 다층 구조를 나타낸다. 동굴 일부는 높이와 넓이가 만장굴에 버금갈 만큼 웅장하다.

동굴 내부에는 용암교를 비롯해 용암종유, 용암선반 등이 잘 발달해 있다. 좁고 낮은 곳을 제외한 동굴 대부분 구간이 천장이나 벽이 무너지고 바닥이 함몰되면서 원형을 간직한 구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김 단장은 "용암이 흘러가면서 용암 동굴이 만들어지고 나머지 용암이 흘렀던 자리에 용암유선이 남아 있다"며 "용암유선을 햇빛이 날 때 보면 굉장히 오래된 듯 보인다. 제주도 현무암은 철 성분이 많아 노출되면 부식이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또 "함몰지역에는 여러 번에 용암이 흘렀던 흔적들이 나타난다"며 "2.4㎞ 거리를 다 빠져나가려면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걸릴 정도로 웅장한 동굴"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녕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녕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석회동굴과 용암동굴 두 모습의 김녕굴

안전모를 착용한 탐험대는 다음날 만장굴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김녕굴로 향했다.

생성 초기 만장굴과 연결됐지만 동굴 내부를 흐르던 용암이 통로를 막아버리면서 형성된 김녕굴은 총 길이 705m에 달하는 S자형 용암동굴이다. 동굴 통로가 구불구불해지는 뱀굴을 의미하는 '사굴 또는 '김녕사굴’이라 불렀다.

동굴 높이는 12m, 너비 4m로 통로가 넓지만, 중간층이 무너져 대부분 단층을 이루고 일부만 2층 구조다. 상류 끝부분에 높이 약 2m의 용암 폭포가 발달하고 있다. 잦은 낙석과 동굴 생성물 보호를 위해 공개되지 않는 이 동굴도 축전할 때만 개방된다.
[서울=뉴시스] 김녕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녕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동굴 입국 바닥에는 해안에서부터 바람에 날려온 모래가 덮여 있다.

김 단장은 탐험대에 모래를 확대에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다른 지역 모래와 다르다. 바다 생물의 껍질들이 쪼개져서 만들어진 모래라서 제주 모래로는 집을 못 짓는다"고 했다.

이어 "조개나 전복 같은 바다 생물 껍질들이 모여서 된 모래가 녹아서 만들어진 탄산성분이 동굴에 유입되면서 동굴생성물이 자라고 있어 이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희귀장면"이라며 "용암동굴이면 용암 동굴생성물이, 석회동굴이면 석회석 동굴생성물이 생성돼야 하는데 용암동굴 속에서 석회동굴 생성물이 생성되고 있있다"말했다.

또 "김녕수욕장에 있는 모래가 북서풍을 타고 날아와 쌓였다가 오랜 세월 비나 눈에 의해 녹아내리며 동굴에 유입돼 동굴 생성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며 "이 동굴에서는 다양한 동굴생성물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했다.

"용암동굴로는 큰 볼거리는 없지만 연속적으로 흘러가는 용암유선을 볼 수 있다"며 "동굴 안으로 가면 이런 거대한 용암이 꾸불꾸불 흘러간 모습이 마치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된다고 해 '사골'이란 이름이 지어졌다"고 덧붙였다.

탐험대는 동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면서 모래가 없는 지역 천장에서 용암종유를, 동굴이 막힌 곳에서 용암폭포를 발견했다.
[서울=뉴시스] 벵뒤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벵뒤굴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5.06.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경모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사무국장은 올해 축전 행사를 소개하면서 "세계 최대 미로동굴인 벵귀굴은 너무 좁아 많은 인원이 못 들어가서 김녕굴과 웃산전굴, 용암교까지 같이 보는 코스를 하나 더 신설해 많은 사람이 동굴체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운영한다"고 밝혔다.

축전기간 중 1일 6회 운영하는 '특별 탐험대 Ⅰ'은 회당 8명, 내달 8일부터 19일까지 1일 6회 운영하는 '특별 탐험대 Ⅱ'는 회당 30명이다.

축전의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예약으로 운영된다. 참가 희망자는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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